가족사랑
수련회를 다녀온 막내가 오른쪽 중지 손가락을 다쳐왔다. 퇴실 날 아침, 머리를 감고 친구가 준 드라이기를 받다가 마개가 없는 드라이 쪽으로 손가락이 들어가 손톱이 찢겨나갔다.
문제는 집에 와서 당장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 통증이 없어 괜찮다고 막내가 말하니 남편도 괜찮은 것 같다며 가족 단톡방에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퇴근하고 막내에게 물어보니 또 괜찮단다. 그 일이 수요일이었다. 그랬다. 다음날 아침, 막내는 손가락이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병원에 같이 가달라고 남편에게 전화로 부탁하고 출근한 나는, 결국 손톱을 빼는 수술을 한다는 소식에 화가 났다.
아프면 당장 병원부터 가야 했는데...... 억지로라도 당장 가라고 했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던 어정쩡한 내 선택이 후회스러웠지만, 맘을 고쳐먹고 남편에게 다시 전화했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더 큰일이 안 일어난 것만 해도 감사해야죠.”
예전 같았으면, 그날 남편이 당장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걸 가지고 원망만 늘어놓았을 것이다.
목요일에 막내는 국소 마취 수술을 했다. 스승의 날이라고 직원들과 함께 한돈 식당에서 회식이 잡혀 있었던 나는 조퇴를 하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막내는 심한 통증에 진통제를 여러 번 맞았다고 했다. 내가 아픈 것처럼 맘이 찌릿했다. 남편이 쿠팡잇츠에서 음식을 배달시켰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아이는 제비 새끼처럼 입만 뻐끔뻐끔거리며 숟가락으로 넣어주는 음식을 다 먹었다.
고등학생 맞냐? 내가 눈을 흘기며 말하자, 막내가 씩 웃었다. 찡그리다 웃다가를 반복하다 약 먹고 잠이 든 아이와 그 옆에서 쭈그리고 자는 남편을 보니 새삼 코끝이 시렸다. 언제 저렇게 늦둥이가 커서 아빠와 덩치가 같아졌는지......‘세월이 유수 같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유수 같은 세월, 세월만큼 쌓인 사랑, 결국 사랑은 유수 같은 세월을 견뎌왔던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