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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잰 May 31. 2023

[루잰 에세이] 경계경보 06:32

이 새벽에 영문도 모르고 대피라니...

  새벽 06:41:26 

  지진 등 큰 재난 사항이 발생했을 때 들리던 경계경보 사이렌 소리가 갑자기 온 방안을 울려 퍼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 하면서 휴대폰을 보고서는 잠시 얼음 상태가 되어 버렸고 머리도 멈췄다. 


'[서울특별시]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3초 정도는 멍하니 있다가 다시 보니 서울지역, 국민 여러분 대피, 어린이와 노약자 우선 대피라는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원인도 없고(북한의 우주발사체와는 연결시킬 생각도 못했었다.) 어디로 가라는 얘기도 없고, 정확한 행동 요령도 없는 혼돈 그 자체의 문장이 더욱 '공포'를 느끼게 했던 것 같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지금 같이 있는 둘째와 셋째를 어떻게 챙겨야 할 것이며, 독립해 따로 살고 있는 첫째와는 어떻게 합류할 것이며 어제 출장으로 외부에 나가 있는 남편과도 어떻게 합류할 것이며 부모님들과는 어떻게 합류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밖으로 대피하라는 말 같은데 우선 무엇을 챙겨야 할 것인지였다. 


  그리고 나선 포털사이트 검색을 시작했다. DAUM을 찾아보니 2~3분 있다가  [속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단 '원인'은 알았는데 대체 지금 어떻게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 거지? 도 알 수 없고 지금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지?를 열심히 찾고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07:03:20 다시 문자가 도착했다. 행정안전부에서 보낸 서울시의 오발령이라는 것. '아... 일단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07:25:23 다시 서울시의 경계경보 해제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에서는 지금도 책임 넘기기 공방을 하고 있다고 한다. ㅠ. 그러나 서울시의 경계경보 문자 자체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과잉대응이었다고 스스로 인정은 하고 있는 상황인데 알리지 않는 것보다는 알리는 것이 백번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내용과 발송 시점, 무계획성 등은...)


  약 40여분이지만 그 안에 멘붕, 공포, 두려움, 불안감, 애태움, 안도감 등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그래도 결론은 '아, 아무일도 없어 다행이다'이다. 이번 오발송인지 경보해제인지의 문자를 통해 제법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근처의 비상 대피소는 어디인지, 비상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 말이다. 재난 상황에 많이 익숙하지 않은 대한민국 서울시민으로서 재난, 안전, 비상상황 등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6.25 전쟁 세대인 우리 부모님들은 그 당시 어떠셨을까를 잠시나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길 찾기 어플 등에서 '대피소'를 검색하면 알 수 있다고 하길래 찾아보니 주변의 학교들이 주르륵 나온다. 아이들 셋을 다 지역의 초중고에 보내면서도 거기에 대피소가 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처음 알았다. 이런... 그리고 국민재난안전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여러 가지 정보들도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 주변과 부모님들의 비상시 안전 대책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아야 하겠다. 


  그리고 아쉬운 것은 행정부처의 재난·비상시 대응 태세이다.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혼선 책임 공방도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의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하는) 발사 예고에도 불구하고 9분이나 늦은 경계경보 발령 문자, 혼돈을 더욱 야기시키는 문자의 내용, 이미 예고되었던 것이라면 재난 문자 이전에 뉴스 등을 통해 대국민 안내가 충분히 이루어졌어야 하지 않을까? 혹시라도 나중에 진짜 비상사태가 발생했을때 국민들이 믿을 수 있을까?  '양치기 소년'의 우화가 다시금 생각나는 아침이다.


  그리고 별일 없는 평온한 오후가 더욱 아름답다. 

별일없는 오후 



TIP

ㅁ 인근 대피소 검색: 카카오맵, T맵,안전디딤돌 응용소프트웨어 등 어플, 행정안전부와 재난안전포털 

                            홈페이지

ㅁ 국민재난안전 포털사이트: https://www.safekorea.go.kr/idsiSFK/neo/main/mai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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