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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잰 Aug 29. 2023

[루잰 수필] 내 마음속으로 여행. 드디어.

제주 올레  완주 결심. 9월에 떠난다.

 작년 지방자치단체의 협치조정관직을  퇴임하고 뭔가 큰 에너지의 덩어리가 뭉텅 빠져나간 듯싶어 아직까지 나는 본 궤도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연구소 업무도 예전의 10분의 1 정도만 진행하는 것 같은데 큰 의지가 나지 않고 그냥 어깨가 무겁다는 생각과 마음. 마음의 동력이 없으니 무기공에 빠진 것처럼 허무함이 올라오곤 했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한 것이 'PDCA' 그리고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 취득'이었다. 'PDCA'를 통해 내 삶에 질서를 유지하고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 취득'을 통해 나를 확인하고 나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거기에 하나 더 목표했던 것이 437 KM '제주-올레' 완주였다.

(사진 출처: 제주올레 트레일 .www.jejuolle.org/trail#/)

  '제주-올레' 걷기를 떠올리고 나니 이렇게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는 생각, 정보, 감정, 에너지를 비우고 가다듬고 새롭게 채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불쑥 생겨났다. 두서없이 인터넷을 검색해 보고 또 막연하게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마침 곧 소멸될 마일리지가 얼마라는 메일이 왔던 차에 마일리지는 소중하니까 1마일도 버릴 수 없다는 마음도 있었겠다.- 비행기 예약을 6월에 미리 서둘러해 놓고 그간 바쁜 일상으로 여행일정을 챙기지 못했는데 이제 슬슬 진짜 갈 준비를 해야겠다.  

  제주도는 정말 너무나도 많이 방문한 곳이어서 편안하고 그냥 익숙한 곳, 그리고 늘 가고 싶은 곳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제주-올레'로 떠날 생각을 하니 묘하게 설레이고 살짝 낯설은 느낌도 나는데 이 느낌이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지금 내게 필요한 버림과 채움 그리고 나 자신을 있는 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여행의 첫걸음이어서 더 그럴 수도 있겠다.

  오늘에서야  '제주-올레' 패스포트를 구입했다. 그리고서는 며칠 전 대충 살펴보고 예약해 놓은 숙소를 다시 점검하고 예약 취소 또는 예약 확정을 할 계획이다. 숙소는 이번에는 홀로 가는 것이니 게하도 괜찮다. 다만 햇빛 냄새가 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소박하고 정결했으면 좋겠다.

  9월 초에 1코스부터 시작한다. 첫날에 1코스, 이틀째에 2코스를 걸을 예정이다. 당초 계획은 첫날에 1코스에서 2코스를 걷고 다음 날에 3코스까지 걸으려고 했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굳이 뭐 그렇게 빨리 갈 일이 있을까 싶다. 좀 찬찬히 걸으면서 바람도 느끼고 햇빛도 느끼고 나를 들여다볼 수 있으면 그걸로 되는 거지...


    다들 자기만의 여행이 있을까? 많은 여행을 하면서도 여행을 기획하고 늘 다른 이들을 챙기고 여행 종료 때까지 긴장을 풀지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나만의, 내 마음으로의 여행을 하게 되었다...드디어...

  잘 살아 준 내 마음이 안쓰럽고 고맙다. 곧 다시 만나니 그 때 밀린 회포 풀자...기다려...  

  제주는 늘 내게 위안이다. 제주의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 주고, 비바람을 몰아쳐 나를 긴장하게도 했다가 또 뜨거운 태양으로 나를 바짝 태우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주는 내게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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