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제된 일탈 -
거의 반년 이상을 별러 오던 '제주 올레 완주'의 첫 시작이다. 여러 가지 일정으로 인해 한 번의 비행기 예약 변경을 거쳐 드디어 떠나게 되었다. 그동안 틈틈이 '제주 올레'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제일 신경 쓰였던 것은 혼자 걸을 계획이다 보니 아무래도 안전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온전히 '제주 올레'에 집중하고 싶어서 꼼꼼하게 시간 일정 등을 체크해야 했다. 그래서 이번에 걷게 될 1코스와 1-1코스에 대해 자세하게 여러 정보와 게시물들을 읽어 보게 되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제주도의 동부 코스를 계속 그려 보았다.
제주도는 여행으로도, 업무로도 정말 많이 다녔지만 이렇게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는 혼자만의 걷기 여행은 처음이라 제법 설레기도 했고 살짝 긴장도 되었다. 주문만 해놓고 아직 받아보지 못한 파란색의 바당 올레 패스포트도 한결 그 기대감을 높여 주었다.
또한 여정 내내 계속 배낭을 메고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 짐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얇은 실내복과 여벌옷, 세면도구 미니어처와 샘플들로만 짐을 챙겼다. 9월 4일(월) 22:00에 대충 짐을 꾸리고 나니 이제 정말 제주로의 혼자만의 여행이 시작되는구나 싶었다. 9월 5일(화) 07:00 대한항공 비행기라 새벽 되기 전에 잠을 청했다.
이번 여행은 이 시기의 내게 마치 일탈과도 같다. 일상에서의 여러 가지 스트레스, 고민들을 뒤로하고 떠난다. 사실 1박 2일 일상을 비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물리적인 여유도 없다. 억지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혼자 떠나는 일탈. 자꾸 미루면 정말 못할 것 같아 눈 딱 감고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일탈치고는 너무 정교하게 시간 일정을 짜고 있는 나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나온다. 고작 제주도 1박 2일인데 이렇게 엑셀로 Time table을 만들 일인가? 싶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다시 생각해 보니 이번 '제주 올레'에서 나는 육감을 다 열어서 온전히 그 시간과 공간을 느끼고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사소한 어떠한 변수도 허용하고 싶지 않았다. 승용차 말고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제주에서 이동하는 것이 처음이라 혹시라도 버스정류장 위치를 헷갈려서 또는 시간을 잘못 알아서 버스를 놓치기도 싫었고, 배 시간을 잘 맞춰 들어가서 여유롭게 우도를 느끼고 싶었다. 또 배 시간에 잘 맞추기 위해 성산포항과 가까운 숙소를 검색해서 마음에 드는 숙소를 미리 구해 놓았다.(그 숙소는 성산일출봉이 바로 보이는 창문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마음에 든다.)
그래서 나는 이번 [길: 제주 올레 올래?]의 부제를 '정제된 일탈'이라고 명명한다. 내가 원하는 시공간에 대한 집중의 질량을 온전히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정제된 일탈을 준비해 본다.
그리고 [길:제주 올레 올래?]는 여정 동안에 보이는 것들, 느끼는 것들 그리고 이런저런 정보에 대해서 적어 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