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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잰 Sep 12. 2023

[길:제주 올레 올래?] 코스 01 (1)

- (서울) ~ 시흥리 ~ 말미오름 ~ 알오름 ~ 종달리 사거리 - 

  '제주 올레'로 떠나기 위해 05:00에 기상해서 준비를 시작했다. 서울/김포공항과 거주지가 지하철로 5 정거장이라 부담 없이 이동한다. 항공 체크인을 미리 해놓고 카톡으로 탑승권도 미리 받아 놓았기에 여유로운 출발이다. 공항 도착해서 바로 김포공항 출발 게이트로 들어간다. 탑승 대기장에서 오늘의 당충전을 위해 달달한 아이스라테 한 잔 마시고는 탑승 시작한다. 그래, 이제 가는구나 싶다. (1달에 한 번씩 가던 제주에 그것도 고작 1박 2일로 가는데 뭐 이렇게 수선인가 싶지만 아무래도 이번 떠남은 남다르다. 더 좋다. '일탈'은 늘 매력적이다.)

제주 올레 기다려~ 나 간다.

  50여분을 날아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서둘러 공항에 위치한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로 가서 내 이름을 말하니 떡 하니 나의 올레 패스포트가 기다리고 있다. 내친김에 안전을 위한 여행자 워치 대여도 요청했는데 안타깝게도 워치는 품절이다. 제주 올레 방문자가 엄청난가 보다. 이제는 제주올레 콜센터로 연락하는 수밖에 없다.(제주올레콜센터 ☎ 064-762-2190로 전화해서 걷기 시작한다고 알려 주면 1시간마다 전화해서 정감 있는 인사와 함께 현재 이동경로를 물어보고 간단한 정보도 알려 주는데 만족도 100%였다.)


  공항 2번 게이트로 나와 2번 대기라인에서 10여분 기다리니 101번 버스 등장이다. (제주버스정보 어플 설치하면 편리하다던데 내게는 익숙해서인지 아무래도 카카오맵이 가장 편리한 것 같다.) 

HELLO, JEJU~ HELLO, MY OLLE~
제주 버스. 공항버스라서인지 알림 시스템이 꽤 훌륭하다
경찰 하루방~!!! 근엄 근엄

  버스는 1시간여를 달려 세화 환승정거장에 도착했다. 환승정거장이라 큰 규모의 정거장일까 했는데 조그만 규모의 일반 정거장과 같다. 거기서 조금 기다리니 시흥리 가는 201번 버스 도착^^ 동네 할머니들과 함께 버스 올라타고 몇 정거장을 가니 드디어!! 시흥리 정거장이다. 그 시간은 10시 37분인가?

  버스에서 내려서 왼쪽을 딱 바라보면 1코스 시작지점을 찾을 수 있다. 

패스포트를 딱 펼쳐서 1코스 시작지점에 도장을 찍는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1KM 정도를 걸어 올라가면 '제주올레 공식안내소'가 있다. 날씨가 무척이나 뜨겁고 배낭도 무거워서 이 지점을 걸어가는데도 '오, 이제 시작이군'이런 마음보다는 한 시간 정도 걸은 느낌이다. 평일이라 그런지 인적이 없고 조용해서 혼자 걷는 맛이 있다. 아직은 오름을 오르기 전이라 주변도 모두 오픈되어 있다. 

하늘이 정말 푸르고 높다. 안내소에서는 화장실에 꼭 들었다 가자.

  안내소를 지나면 제주올레 콜센터에서 콕 집어서 안내해 준 길이 나온다. "지나치기 쉬우니 여기서 꼭 오른쪽 길로 진입하세요^^" 안내 덕분에 오른쪽 길을 보자마자 우회전.

저기 앞에 보이는 사자?상쪽으로 계단을 올라가면 본격적인 1코스 시작이다.

  본격적인 숲길이 시작된다. 초입에는 계단과 경사가 계속되는 길이라서 더위와 무거운 배낭(아무리 짐을 가볍게 꾸려도 1박 2일 짐이라 가방은 점점 중력에 이끌리기 시작한다.)에 조금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는 구간이다. 하지만 조금 걸어 올라가면 성산이 보이는 능선길이 열린다. 

아기자기한 말미오름 숲길을 오르다 보면 저런 장애물도 있고 또 조금 가면 말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다. 조금 기다리면 비켜준다.
말미오름에서 내려다보는 성산일출봉

  능선에서 내려다보는 성산일출봉이다. 바람이 불어 시원하고 가슴이 탁 트인다. 여기까지 올라오는데도 숨이 약간 차는 걸 보니 그동안 생체 자격증 딴다고 열심히 충전했던 체력이 좀 떨어진 듯하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걸어 본다. 평일에 이런저런 일들을 뒤로 하고 나 혼자 여기 와있으니 이런 호강이 없다. 

말미오름을 지나서 두 번째 오름인 알오름을 시작하기 전에 뒤를 한번 돌아본다

  힘들 때 한 번씩 뒤를 돌아본다. 그럼 생각보다 많이 왔다는 것에 조금은 놀라고 힘들게 지나 온 그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멋지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란다. 

  삶도 마찬가지이겠지. 힘들 때 뒤를 돌아다보면 내가 이렇게 많이 왔구나. 힘들지만 잘 왔구나... 를 느낄 수 있겠지. 때때로 뒤를 돌아보는 것이 자조와 미련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한 뿌듯함과 위안이 될 수도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그때 아마도 이 말미오름의 마지막과 알오름의 시작.. 이 풍경이 떠오를 것 같다. 두 번째 오름인 알오름의 정상도 역시나 정말 멋지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연상될 만큼...

바람소리가 강인하게 들린다. 여기서 잠시 숨을 돌린다. 

  여기서부터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숲길을 걸어 내려오다가 크게 우회전하는 길부터 아스팔트가 깔린 마을길을 지나게 된다. 걷다 보면 전봇대를 타고 올라가며 자라는 넝쿨들을 많이 보게 된다. 어쩔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끈질기게 적응해 나가는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여기를 지나면서는 종달리 사거리 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된다. 제주 올레를 상징하는 간세와 리본들이 중간에 잘 배치되어 있어서 길을 찾는 것에 어려움이 없다. 다만 종달리 사거리에서 직진 방향의 리본은 잘 보이지 않아서 우회전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길이 헷갈릴 때는 콜센터 전화해도 되고 제주올레 어플의 코스 따라 걷기 기능을 활용하면 좋다. 정해진 길에서 50m 이탈하면 경고음이 울리므로 이때 카카오맵을 활용해서 길을 찾으면 된다.) 

제주 올레 어플의 코스 따라 걷기 기능 활용(계속 켜놓으면 배터리가 빨리 소진될 수 있으니 중간중간 켜서 활용하면 굿)

  종달리 사거리에서 직진하면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제법 있다. 아침부터 식사를 전혀 하지 않았기에 넘 배고파서 여기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첫 번째 한식뷔페는 점심시간이라 사람이 많아서 패스, 두 번째 달리테이블*은 국수 먹으러 갔는데 식당이 아니라고 해서 패스, 세 번째 괜찮은 술책이라는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예상외로 깔끔하고 시원해서 중간에 쉬었다 가기에 손색이 없다. 

①한식뷔페 - ②달리 테이블 - ③괜찮은 술책

 여러 가지 정보를 검색하면서도 동네에 맛있어 보이는 식당을 느낌대로 찾아가려고 일부러 식당 정보는 찾아보지 않았었다. 그렇게 들어간 '괜찮은 술책'이라는 식당이 맘에 들어서 이것도 하나의 소확행이 되었다. 

아담하고 시원한 실내.
흑돼지 돈까츠 . 맛이 괜찮다. 더운데 따뜻한 국물이 오히려 속을 따뜻하게 해 준다. 

여기서 휴대폰도 충전하고 배도 충전하고 기력도 충전했다. 살 것 같다. 밥 앞에 행복해진다. 


*달리 테이블은 이름이 예뻐서 처음에는 살바도르 달리에서 따 온 이름인가 했는데 조금 걷다 보니 문득 생각났다. '아, 여기 종달리잖아.' 땅의 끝이라는 종달리. 


(2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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