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기 전에

by 루카

어젯밤은 말없이 슬픈 하루였다. 쉽게 피곤하고 짜증이 나서 이제 다 그만두고 싶거나 나를 해하고 싶은 마음에 상비약을 두 번이나 먹고도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일찍 잠들기로 결정한 밤.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 거라면 차라리 아침은 오지 말라고. 남들의 아침은 와야겠지만 나의 아침은 필요하지 않았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삶처럼 느껴졌다.


나는 삶에서 의미를 찾고자 많이 생각한다. 그러다가 결국은 살아있는 것만으로 삶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결론이 난다. 조금 허무할 수 있지만 그렇다. 그런데 어제는 그런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냥 약을 먹고 잠드는 수밖에.


조금이라도 잠드는 약을 더 많이 받아놓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잡념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을 때마다 그냥 먹고 자버리면 편할 텐데. 의사 선생님은 그런 약은 처방을 잘 안 하신다. 역시 내 생각과 전문의의 소견은 다르다.


혹여 약을 과용할 위험이 있어서 그럴 거란 생각은 한다. 실제로 어제도 남은 약들을 다 먹어버리면 미칠 것 같은 심정이 조금은 진정되는 것인지 계속 고민했다. 답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약이라도 먹어야 되지 않나 자꾸만 생각했다. 과용은 금물이고 어제 나는 딱 정적 양의 약을 이미 먹었다. 과용하면 탈이 생긴다.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식구들에게는 몸이 좀 안 좋아서 일찍 자야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해해주었다. 내가 이렇게 아픈 것에 대해 이해, 아니 그냥 받아주기만 해도 감사한 일이다.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 일도 없는데 갑자기 살기 싫다고 말하는 나를 누군들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의 사람들은 걱정해주었고 나를 쉬게 해 주었다. 정말 감사한다. 그도 아니었으면 고통 속에서 가족들 챙겨야 하는 몫까지 더해 더욱 생각이 고립되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아픈 생각들이 나면 자려고 한다. 약을 먹고 괜찮아지길 기다리면서 잠들기를 바란다. 생각을 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생각을 계속하면 계속해서 지하세계로 가는 수밖에 없다. 그걸 이제는 알기 때문에 잠을 택한다. 그렇다고 잠이 쉬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병원에 가는 날이다. 정기적으로 가는 기한이 좀 줄었다. 아무래도 요즘 상태가 좋지 않다는 신호겠지 하면서 귀찮기도 하다. 병원을 꾸준히 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어쨌든 병원에 가서 지금의 상태를 말한다면 글쎄. 의사 선생님도 약을 더 올릴 수 없는 만큼 올린 상태에서 또 고민을 하지 않으실까. 아니면 필요시 약을 더 주신다든지. 지금 이대로는 매일이 힘들 것이다.


내가 가장 두려운 건 아직은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정도로 아픈데 막상 그 힘든 달은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 밥도 먹지 못하고 누워만 있게 되려나?


작년에는 실제로 배달조차 시킬 기력이 없어서 밥을 굶었다. 얼마나 지쳤으면 그렇게까지 되어버렸을까. 내 뇌의 상태는 경이롭기까지 했다.


올해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그래서 산책도 하고 재미있는 일을 자꾸 찾아보고 있다. 그 재미있는 일 중 하나가 브런치이다. 이렇게 넋두리하면서 내 감정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글에는 분명 치유의 힘이 있다. 나는 그걸 믿는다. 올해의 사나운 6월도 어쩌면 글과 함께 지나갈지도 모른다. 부디 지나가기를.


병원 가기 전에 할 말들을 정제한다. 의사에게 줘야 할 정보들을 모아 정리한다. 그래야 상담을 조금이라도 알차게 보낼 수 있다. 여기서 알차게라는 말은 필요한 얘기를 빼놓지 않고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상담에 가서 괜찮아요만 말하다가 나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진짜 괜찮은 게 아닌데 그 순간의 기분이 괜찮아서 괜찮다고 말해버린다. 일주일 동안 내가 겪은 감정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메모를 한다.


매일의 기분을 메모하는 것도 하나의 팁이다. 어플도 많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자신의 기분의 흐름을 안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사람들이 이래서 예부터 일기를 쓰나 보다. 자신에 대한 기분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서. 지혜로운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나도 개인적인 일기를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마 귀찮음이 이길 것으로 생각되므로 깔끔하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포기한다. 하지만 가능한 사람들은 해보기를 권장한다.


이제 곧 나가야 할 시간이다. 오늘 하루도 모두 평안하길 바란다. 나도 포함해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희망이 사람을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