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늘었다. 그럼 뭐가 달라지냐고 묻는다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 조금 덜 무기력하고 조금 더 활동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호르몬이 뭐라고 나를 이렇게 만드는지.
정신과 약은 전부 호르몬제이다. 아니 소화제도 가끔 있고 하지만 기본은 호르몬제여서 항불안제, 항우울제 등이 있다. 그리고 내 약에는 중독성 약물도 조금 껴있다.
아무나 이렇게 약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진료에 따라 받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할 일은 없다. 그래서 전문의가 있는 것이니까.
어제는 덕분에 저녁에 잠드는 시간까지도 지치지 않고 굴러갈 수 있었다. 체력은 그대로인데 마음이 지치면 움직이기 힘들다는 사실은 누차 말해서 알 것이다. 사람이 생각이 많고 지치면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진다. 그것이 나에게 몇 주간 일어나던 상태였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 약을 더 증량한 것이다.
결과는 좋았다.
내가 며칠 내내 불안하고 울었던 이유는 이 병이 이대로 심화되어서 나의 인지 능력에 문제가 생길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내가 이상해도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 이렇게 말하면 혐오성 발언이 되겠지만 정말 미쳐버리는 상황, 그게 올까 봐 너무 무서웠다. 부모 자식도 못 알아볼까 봐 무섭다고 하면 설명이 더 쉬워지려나?
어쨌든 어제는 그런 불안에서 벗어났다. 이것은 최근 읽고 있는 책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인데 한동안 베스트셀러였으니 이름은 한 번 들어보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늘 현재에 살도록 자신을 독려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과거에 대한 후회로 현재를 보내고 있다는 반성을 했다.
사실 난 베스트셀러는 읽지 않는다.
베스트셀러의 기준과 조작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들 다 아는 책 보다 나만 아는 특별한 책을 읽고 싶어서 내 취향에 맞는 책을 찾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베스트셀러 작가님들은 이 얘기를 변방의 아무개가 하는 질투라고 넘어가 주셨으면 좋겠다. 나라고 베스트셀러 쓰고 싶은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저 어떤 이의 책을 고르는 특이한 취향 중 하나라고 해두자.
그런데 이 책은 어쩐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샀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책장에만 꽂혀 있던 책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날이 오다니. 역시 베스트셀러다. (조금 전에 베스트셀러를 깎아내리던 나는 지금 없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아들러의 심리학을 철학처럼 인용해서 끌고 가는 대화체 책이다. 나는 사실 아들러를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를 들자면 니체이지 아들러는 아니다. 게다가 아들러는 심리학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 아들러가 지금의 나에게 도움이 된다니 이렇게 놀라운 일이.
아들러는 감정과 기분은 선택이라고 말하고 모든 것은 열등감에서 시작하며 문제는 늘 관계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짧게 요약하면 정말 별로다. 감정은 생기는 것이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고 내 열등감으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말은 내가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며 이것을 발전적으로 사용하지 않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관계에 너무 얽매여서 남의 눈치를 보고 살지 말라고 하는데 이는 사회생활하면서 말이 안 되지 않나? 어쨌든 아들러는 이러한 것들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읽다 보니 내용이 납득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나에게 제일 중요했던 말은 현재를 살라는 말이고 그것은 니체와도 통한다. 우와. 그래서 알아보니 아들러가 니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만약 그런 게 아니었다면 내가 논문을 하나 쓰려고 했는데 이미 많은 자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무슨 논문을 쓰고 싶었냐 하면 니체의 철학과 아들러 심리학이 통하는 점을 바탕으로 철학과 심리학을 통찰하는 것이다. 근데 둘의 관계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면 내가 아니어도 이미 논문이 많을 것이니 그냥 넘어가자. 괜히 논문 쓴다고 머리만 아플 수 있다.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여러분도 여기서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 베스트셀러라서가 아니라 읽어보니 정말 좋은 책이라서 그런다. 내 다독의 영역에 괜찮은 베스트셀러를 추천하는 일은 드문 일이니 유념하시길.
오늘도 나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물론 미래의 내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처럼 완전히 앓아누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렇지 않은 현재를 좀 더 즐기는 것은 어떠한가.
병원에서 선생님은 나의 6월을 잘 대비해서 싸워보자고 하셨다. 꽤 듬직한 말이었다. 나에게 용기를 주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 올 6월은 든든한 선생님과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나를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