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투어에는 목포

5.

by 루카

목포에서 유명한 것은 톳인 모양이다. 사실 여행의 직전까지도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은 탓에 뭐가 유명한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런데 김밥에도 톳, 반찬에도 톳.

톳이 들어간 것이 많았다. 특히 유명하다는 톳 김밥 맛집에서 김밥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의 계획을 짜면서 저녁으로 먹은 톳 김밥의 맛은 정말 신기하고도 맛있었다. 표현력이 더 좋다면 감미롭고 혀에 감기는 그 맛이 일품이다, 정도로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맛을 느끼고 표현하는데 조금 약하다. 어쨌든 아이들도 맛있게 김밥을 먹었고 종이를 접으며 다음날 계획을 짜는 엄마들 옆에서 놀고 있었다.

숙소는 특이하게도 카페처럼 긴 테이블이 놓인 휴식공간이 있어서 아이들과 있으며 다른 일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종이접기를 하는 아이들 옆에서 책을 읽을 수도, 커피를 마실 수도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의 집중력이 길지 않아서 우리는 다음날 계획을 대강 세우는 데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우리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박물관을 찾았다. 공룡박물관이었다. 옆에 문학관이나 역사관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1번 목표는 역시 아이 중심으로 잡게 되는 것을 보아 엄마가 다 된 모양이다. 엄마라고는 해도 무늬만 엄마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에 맞추는 나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일정을 정하고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나와 딸은 잠시간의 웃음을 나누고 역시나 각자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나는 공부를 해야 했고 딸은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둘째 날까지도 가시지 않는 피로가 있는 모양이다. 나도 생각보다 일찍 접고 자리에 누웠다.


공룡박물관에 서둘러 간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박물관 입장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대치도 낮았다. 아주 작은 곳 일거라 생각한 우리의 예상을 깨고 꽤나 넓은 규모에 놀라고 말았다. 알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와 공룡 이외에도 여러 가지 동식물에 대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아이들도 좋아서 돌아다니기 바빴다. 역시 평일이어서인지 사람이 적었고 마치 전세 낸 듯이 박물관을 활보했다.

활보하면서 아이들이 물어오는 공룡보다 우리가 신기해서 보는 공룡이나 보석들이 많았다. 역시 어른이 되어도 호기심이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우리가 돌아다니는 동안 몇 팀이 더 들어오기는 했지만 그렇게 방해가 된다거나 아이들이 있어서 눈치가 보이는 정도는 아니었다.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점심이었다. 우리는 가장 좋은 방법을 택했다.

‘현지인에게 묻기’

그래도 생각보다 평이한 답이 나와서 실망하기는 했다. 안내원이 여기에 오면 남도 식당에 많이 간다기에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관광객이라면 거의 들르는 장소인 듯했다. 대신 그만큼 맛도 있었다. 반찬이 본 차림보다 많아서 어느 게 본식인지 모를 만큼 양이 많았다. 갈치조림과 함께 나오는 반찬들에는 역시나 톳이 들어있었다. 톳의 철인지 아니면 톳이 유명한 건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맛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톳으로 참 여러 음식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점도 깨달았다.

밥을 먹고 나서는 맛있는 집을 찾아가겠다며 디저트 집을 찾았는데 없어지고 없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블로그에는 그럴싸한 타르트 집이어서 궁금했는데 말이다. 대신 우리는 시내를 좀 더 구경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나와 아이의 부족한 옷을 사기 위해서였는데, 지방이라고 해서 옷이 쌀 거라는 막연한 생각은 산산조각 났다. 그래도 쇼핑이 워낙 빨리 끝나서 다행이었다.

그전에 우리는 디저트로 와플을 먹으러 갔는데 평범한 와플 집은 아닌 듯했다. 와플 전문점이기도 했지만 아이스크림 와플과 초코 와플을 시켜서 먹었다. 아이들도 달아서인지 참 좋아했다. 민망한 점은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데 돌아다니는 아이들 정도일까?


우리는 그렇게 디저트를 먹고 옷을 사고 다음 행선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나와 언니는 같은 독서모임의 일원인 만큼 취향도 비슷했다. 어쩐지 목포의 독립 서점에 가고 싶어 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즉흥적으로 독립서점 투어를 결정했다.

목포에는 총 다섯 군데의 독립서점이 있는데 그중에 두 곳을 오늘 가기로 한 것이다.

한 곳은 좀 규모가 작았다. 그리고 문화 센터처럼 모임을 같이 하는 곳이었다. 그래도 신기한 물품이나 문구들이 마음에 들어서 한참을 아이들과 있으면서 책을 한 권 샀다. 정말 독립출판을 한, 어디서도 구하기 힘든 책을 골랐다.

‘오늘도 겉돌고 있어’

라는 책이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지만 내용은 생각보다 깊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기대한 것보다 못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책은 워낙 다양한 것이니 다른 사람이 보면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음 서점으로 갔을 때 감탄하고 말았다. 노후에 이렇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꾸며진 정원과 카페 그리고 책들. 마침 어떤 모임을 하고 있었는데 연령대가 20대에서 40대로 보이는 다양함에 놀랐다.

그리고 그 카페는 한 달에 한 번 한 권의 책으로 독서모임을 한다는 사실에 약간의 반성을 했다. 내가 운영하는 모임은 일주일에 한 권의 책을 읽고 모이는데 한 달에 한 권이라니. 적다고 생각이 되다가도 우리가 너무 많은 책을 읽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52주면 일 년에 52권의 책을 읽는 셈이니 말이다. 물론 나는 그 두 배의 양을 읽기는 해도 다들 생활이 바쁜데 일주일에 한 권씩 읽고 나와 주는 게 감사했다.

고양이가 한 마리 지나다니고 있었다. 사람에게 살갑지 않은 고양이는 그저 주위를 어슬렁거렸지만 아이들의 시야에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결국 주인이 고양이를 불러서 아이들과 놀 수 있게 해 준 후에야 아이들은 직성이 풀리는 듯했다.

나는 거기서도 책을 구입했다. 이번에는 장마라는 책이었다. 책의 제목만큼이나 우울함이 담겨 있었다. 이쯤이면 독립서점에서 책 한 권 사기가 목표인 듯 보일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저녁에 우리는 바다 분수를 보러 가기 위해 마트에서 저녁으로 때울 빵과 음료를 사고 자리를 옮겼다. 바다 근처여서 상상 이상으로 바람이 세게 불었다. 그리고 어떤 종교 행사가 있어서 구경을 했다. 터번을 두른 남자가 앞에서 알지 못하는 언어로 연설을 했다. 우리나라에 존재한다기에는 독특한 종교였는데 세계 3대 종교라는 사실에 놀라고 말았다. 결국 종교 이름은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 종교 행사가 끝나도록 추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우리는 왜 바다 분수에 대해 알아보지 않았을까? 시간이 다 되어 자리를 차지하러 앞으로 나아갔을 때 하필이면 오늘부터 이틀은 공사라는 팻말을 보고 절망했다. 그렇다고 기분이 많이 나쁜 것은 아니었는데 아이들의 기대가 무너졌다는 사실에 조금 미안해졌다. 조금 더 알아볼 걸.

대신 맛있는 것으로 주린 배를 채우자며 아까부터 눈에 띈 짬뽕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춥기도 해서 따뜻한 국물이 땡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우리가 시킨 탕수육의 바삭함은 가히 지금까지 맛본 탕수육 중에 제일이었다. 크리스피 탕수육이라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 우리가 일찍 들어가서 그렇지 자리도 곧 꽉꽉 찾다. 아마 맛집인 모양이다.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관광객도 한데 어우러져 탕수육과 짜장, 짬뽕 등을 먹었다. 어느 하나 실망시키지 않는 맛이었다. 바다 분수를 보지 못한 것이 하나도 아쉽지 않은 맛이었다. 목포에 간다면 그 집을 꼭 다시 가고 싶다.

우리의 하루 일정이 그렇게 조금 어설프게 끝이 났다. 문학관도 가보고 싶었고 바다 분수도 보고 싶은데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실망할 수준의 하루는 아니었다. 맛있는 것을 워낙 많이 먹어서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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