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가 높으면 몸이 무겁다

by 루카

날이 흐린 날은 유념해야 한다. 날씨처럼 기분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 조금이나마 대처할 수 있다. 대처라고 해봤자 오늘 우울함은 날씨 때문이구나를 생각하는 정도지만. 그것을 생각하고 있는 것과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지?'하고 영문을 모르는 것은 차이가 크다.


일부러 신나는 노래를 틀어본다. 귓가를 맴돌다가 튕겨져 나간다. 신나는 노래의 밝은 가사가 내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평소에는 들으면서 흥겹던 노래들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슬픈 노래를 들으면서 더 울적해져 버린다. 때로는 밝은 가사에서도 슬픔을 찾아낸다. 비가 오는 날은 나에게 그런 날이다.


오늘은 나가기는커녕 이불에서 일어나기도 싫다. 물론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 모두 아침을 싫어하겠지만 나는 평소에 잘 일어나다가도 비가 오면 습기가 몸을 무겁게 눌러서 일어나지 못한다.


습도라는 것은 참 무섭다. 사람의 몸을 이렇게 무겁게 만든다니. 공기에 물기 좀 있다고 꾹꾹 눌러댄다. 공기가 무거워서 걸음을 옮기기도 힘들다. 몸을 질질 끌고 다닌다. 이런 내가 한심해 보이기는 한다. 고작 습도에 휘둘리는 나의 예민한 몸.


내가 이렇게 말하면 꼭 "그건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니야. 대단한 일이야. 사람들은 모두 그래."하고 위로를 해주는 친구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습도에 약하며 다니기 힘들지만 이겨내고 다니는 거라고. 언니는 절대 이상한 게 아니라고 말해준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감사함 뿐이다. 이렇게 나를 생각해서 말해주는 것에 대한 감사.


오늘도 그 감사함으로 하루를 시작해본다. 물기 머금은 공기의 무거움을 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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