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모를 키우자

by 루카

5월이 시작되었다. 달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생각한다. 시간 정말 빠르다.


4월에는 내가 무슨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닌 것처럼 5월 역시 계획이 없다. 그런데 5월은 어쩐지 바쁜 가정의 달. 어린이 날도 어버이 날도 스승의 날도 있다. 게다가 근로자의 날도. 나는 근로자가 아니지만 남편이 근로자의 날 쉬므로 나의 일정에서 여러 가지가 달라진다.


5월은 바쁘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 많다. 올해 어린이 날 선물을 뭘로 할지 고민하는데 딸이 와서 그런다.


"어린이 날 선물로 마리모 사줘."


마리모는 동글동글한 이끼식물이다. 물속에서 사는 식물이다. 어디서 마리모를 보고 왔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유튜브에서 정보를 얻었을 확률이 크다. 누군가 마리모를 키우는 방송을 했겠거니 하면서 한숨을 쉰다. 키우는 일은 일단 본인이 하겠다고 해도 내 몫이 크다. 어린이가 관리를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딸이 자기가 키우겠다면서 말을 할 때마다 어릴 적 나를 반성하고 엄마에게 고맙다.


어릴 때 병아리를 키우던 생각이 난다. 결국은 엄마가 다 키워주는 것이었는데 내가 먹이를 주고 싶다는 이유로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덜컥 사 와버린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딸은 그렇게 덜컥 동물을 데려오지는 않는 데에 감사해야 할까.


일단 나는 무언가 키우는데 재주가 없다. 집에서 식물들과 물고기를 키우고는 있지만 그 아이들은 강해서 내가 정성스럽게 돌보지 않아도 잘 커서 문제가 없는데 가끔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딸의 말에는 심장이 내려앉는다.


"엄마는 키울 자신이 없어."


하고 솔직하게 말해봐도 아이는 아쉬운 눈치이다. 그렇다고 덜컥 어디서 동물을 데려올 수는 없다. 절대 안 된다. 생명을 키우는 데는 그만큼의 책임감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내가 키우는 식물이나 물고기도 책임감 없이 키울 수 없는 것들이지만 약간은 소홀해도 되는 데에 반해서 동물들은 좀 의미가 다르게 느껴진다. 아기 키우는 것처럼 절대 소홀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결국 마리모는 들여왔다. 일주일에 물 한 번 갈아주면 되는 것이 물고기와 비슷해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거북이 같은 생물을 키우는 것보다는 훨씬 괜찮다.


그렇게 마리모가 들어오고 처음 어항을 꾸밀 때만 해도 관심이 많던 아이는 벌써 움직이지 않는 마리모에게서 관심이 떠났다. 그럴 때면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은 무리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우울증에도 동물을 키우면 호전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기는 했다. 그런 말들이 나를 유혹하는데 한몫한다. 그래도 애써 마음을 다스린다. 키우는 것은 책임이 엄청 따르고 내가 관리해줘야 하는데 과연 할 수 있냐고 되물으면서.


언젠가 키우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좀 더 책임질 수 있는 상태가 되어있을 때가 아닐까 한다. 어쨌든 바쁜 5월의 첫 번째 난관인 어린이 날 선물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노래를 들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