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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카 May 04. 2021

주부이자 대학생

벌써 화요일이다. 화요일은 내가 듣고 있는 대학교 강의가 열리는 날이다. 그러니까 사이버 대학교의 수강 목록이 뜬다는 말이다. 늘 2시에 열리니까 오늘도 그럴 것이다. 공부는 좀 못해도 수업 드는 건 좋아하는 편이라 시간을 기다린다. 대학생 때 이렇게 공부를 했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대학교 생활을 아르바이트하느라 다 보냈다.


지금도 그때도 내가 즐기지 못한 대학생활이 억울하기도 하고 이제 지난 일이니 그만 잊자고 생각도 한다. 하지만 다시 대학교에 들어간 것을 보면 역시 공부를 원하는 만큼 하지 못한 한이 남은 모양이다. 공부하는 것은 재미있다. 그냥 학교만 다닐 수 있을 때 아르바이트는 적당히 하면서 공부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어쨌든 이제는 즐거운 대학 생활을 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크게 참여할 수는 없어도 소소하게 학교 일에 관여한다. 


"2학년 대표 좀 부탁드려요."


언젠가 전화가 와서 그런 이야길 하셨다. 나는 계속 거절하다가 언제 또 해보겠냐 싶기도 하고 부탁하시는 분이 워낙 간곡해서 알겠다고 수락했다. 하는 일이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 다닐 때 못했던 학년 대표도 해보고 재미있기는 하다.


내가 학교를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주 작은 계기였다.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 항상 살림을 못하는 것이 지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잊고 살던 나에게 하나의 도전이 되었다. 그리고 글쓰기에 대해 조금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다시 사이버대에 등록하게 만들었다. 


우울증에 공부가 도움이 된다.


꼭 이런 공부가 아니어도 책을 읽거나 손으로 만들기를 하거나 하는 일련의 배움들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는 이론 공부를 시작하고 약간의 즐거움을 얻었다. 과제도 많기는 하지만 다 글쓰기의 영역에 있어서 즐겁고 괴로운 중이다. 글을 쓰는 건 좋은데 과제로 하려니 좀 하기 싫어진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이러니 저러니 해도 대학교 생활을 즐기고 있다. 


나는 문창과에 들어가 있고 심리학은 부전공으로 하고 있다. 심리학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내 병에 대한 궁금증과 치료가 목적이기는 하지만 그냥 여러 사람의 질병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나와 같은 조울이 아닌 다른 병명의 사람들의 이야기.


듣다 보면 세상에 이런 이유로 아픈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때로는 내가 병의 제공자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상념에 젖곤 한다. 서로 조금 조심한다고 그것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생각한다. 그러니 혹여 주변에 아픈 사람이 있어도 나 때문인가 하는 자책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독감이 당신의 탓이 아니듯 말이다.


이렇게 나는 주부이면서 대학생의 역할을 하고 있다. 두 가지 병행이 버거울 때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는 즐겁다. 특히 공부하는 시간들이 즐겁다. 혹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신 분은 다시 대학에 도전해보는 것도 조심스레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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