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언제쯤 괜찮아질까요?

by 루카

약을 먹으면서, 우울의 길을 걸으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언제 괜찮아지는가이다. 아프다는 것은 그렇다. 내가 정상이 아니라는 낙인이니까. 어떤 병에 걸려 있어도 사람은 빨리 낫기를 바랄 것이다. 아프면 귀찮은 일들도 많다.


그중 첫 번째는 끼니마다 챙겨야 하는 약이다. 물론 나는 아침, 저녁에 약을 먹었으니까 그나마 점심에는 약을 먹지 않았지만 그것은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좀 건너뛰면 잠도 안 와서 다음 날 후유증까지 있고. 부작용은 약마다 다르지만 나는 잠을 못 자고 결국 피곤해서 하루를 망치는 것이었다. 그러니 함부로 자가 단약은 할 것이 못된다. 약을 끊으려면 의사와 상담하고 서서히 줄여가야 한다는 것을 나는 몸소 체험했다. 그것은 추석의 일이었다. 집을 떠나면서 하필이면 약을 하나도 챙기지 않는 바람에 나는 연휴 3일 내내 총 2시간을 자고 붕 뜬 기분으로 돌아다녀야 했다. 피곤하기도 하고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임의로 약은 끊으면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쨌든, 약을 먹는 것도 물리고 병원에 가는 것도 지긋지긋해지면 나는 의사 선생님께 한 번씩 물었다. 이것은 내가 병원에 다니면서 가장 많이 물은 질문이기도 하다.


“저 언제쯤 괜찮아지나요?”


하지만 그때마다 의사 선생님은, 매정하고 단호하게 그런 생각은 일단 접으라고 하셨다. 추측이지만, 빨리 약을 끊으려는 생각들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고, 내가 그만큼 치료를 길게 요하는 환자라 그렇게 얘기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치료가 왜 그렇게 길어지는 거냐고 묻는다면 사실은 나도 잘 모른다. 그리고 사람마다 치료 기간은 다 다르니까 더 말하기가 어렵다. 억울한 것은 나도 병원에 계속 다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내가 안주한 것처럼 얘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의사가 돌팔이라는 말도 자제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나으려고 애쓰고 있는데 자꾸 찬물을 쫙 끼얹으면 안 그래도 불씨 같은 의욕이 사그라들어서 더 힘이 든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게 아닐까? 내가 현재 위염에 걸려 있는데, 그것이 꽤 오래가는 중이다. 약을 두 달이나 먹으면서 천천히 식습관도 고쳐야 되고 그걸 또 습관을 들여서 유지해야 다시 재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처럼 정신과 치료도 생각의 습관이기 때문에 오래도록 습관을 고치기 힘들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 아닐까. 게다가 유지치료기간, 습관 들이는 그 기간까지 하면 치료 기간은 꽤 길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알고 있는 환자임에도 나는 약을 챙기는 것이 지겨웠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런데 그 생각을 버리라니, 알면서도 답답할 노릇이었다. 환자 노릇도 하루 이틀이지 계속 환자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가장 심했을 때는 1년이 지나고서였다. 내가 생각했던 기간보다 훨씬 길어진 치료 기간 때문에 초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치료가 1년이 지난 후로는 두어 달에 한 번씩 물었다.


“언제 약 그만 먹어요?”


하지만 일관된 선생님의 답변은 나를 더욱 우울하게 하곤 했다.


“계속이요.”


그것은 선생님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니었는데 죄책감과 원망이 들었다. 우울증이라는 게 마음을 편히 먹어야 되는데 자꾸 종용하고 빨리 낫기를 스스로 재촉했다. 이론상으로도 최소 3개월~6개월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치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도 나온다. 1년 이상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고 장기적으로 재발까지 포함하면 그 연차는 더 늘어간다. 처음에 나도 이 병이 그렇게 오래갈 거라고 생각을 안 해서인지 이론처럼 3개월, 6개월만 기다렸던 것 같다. 마치 3개월 됐으니 다 나았다, 할 것처럼.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그만 오라는 이야기가 없으셨고 결국 나는 천천히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언젠가 낫겠지.’하면서 정기 검진 가는 마음으로 들렀다. 그러니 그렇게 초조하던 마음이 좀 나아졌다. 하지만 마음을 놓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란 망각의 동물이어서 때때로 선생님에게 물었다.


“그래서 언제 괜찮아지나요?”

“이제 괜찮은 거 아니에요?”


그러면 선생님은 역시나 지겨워하지도 않으시고 망설임 없이 얘기하셨다.


“괜찮지 않아요. 계속 봐야 합니다.”


나는 다행히 학창 시절부터 착실한 편이었고, 의사 선생님의 말을 착실하게 들어서 병원을 거르거나 약을 잊고 다른 곳에서 자고 온다거나 하는 외에는, 거르지 않았다. 병을 치유하는데 강점이라면 그거 하나는 칭찬할만했다. 물론 가끔 칭얼거리듯 언제까지 오냐고 묻기는 해도.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는 일은, 정말, 일이다.


그러니 그것만 잘해도 칭찬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혹시 정신과가 아니더라도 약을 잘 챙기는 사람은 그 성실함만으로 칭찬해주자. 나도 겪어보니 약 잘 챙기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았다. 그 꾸준함과 성실함은 마치 일이나 공부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람이 꾸준하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니까, 괜히 ‘아직도 약 먹냐?’는 말로 찬물 끼얹기보다, 힘든 일을 한다고 대단하다고 말해주는 게 치료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약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신과는 약을 잘 먹어야 하는 게 분명하다.


정신과 약은 마치 혈압 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픈 증상이 없어도 당장 끊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꾸준히 먹어주면서 상황을 봐야 하고 몸을 평생 관리하듯이 내 정신도 잘 관리해주어야 하는 영역으로 들어간다. 별 거 아닌 일상들, 세수하기, 잠자기, 운동 등을 관리해야 하는 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이러한 것들의 관리는 내가 죽을 때까지 어차피 해야 하는 일들 중 하나이다. 아프면서 평생을 살겠다면 별 수 없지만 건강하게 살고 싶으면 유지 관리도 꽤 중요한 일이라는 점에서 나는 우울증이 혈압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오래 관리를 해야 하는 병을 ‘낫기’를 바라고 재발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끊어서 생각해버리면 악영향인 것이, 나았는데 왜 다시 아픈지, 내가 그렇게 나약한지 생각하게 되고 더 자책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빨리 나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서 더 아프게 되기도 하므로 차라리 언제 나아지는지를 손꼽아 기다리지 않는 편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그렇게 쉽게 나을 거 같으면 애초에 우울증은 걸리지 않을 병이다. 왜냐하면 우울증은 뇌의 문제인데 같은 종류의 고통을 깊이 있게 견딜 수 없을 만큼 받아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뼈가 부러져도 치유되는 시간이 필요한데 장시간 받은 고통을 치유하는데 기간이 짧게 걸릴 수가 없다. 사람이 사랑을 하다가 이별의 순간을 맞으면 잊는데 세 배의 시간이 걸린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그러니 우울을 잊는 데는 얼마나 걸리는지 따지기 어렵다. 고통받은 시간만큼은 아니더라도 치유 시간이 꽤 걸리는 것이 우울증이다.


이렇게 실컷 생각하고도 나는 병원에 가서 아마 또 물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만 와도 되나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하기 싫었던 일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