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약을 먹습니다

by 루카

요즘은 무기력하거나 우울한 날이 적다. 이게 다 약발이다. 그런데 문제는 약발임을 알면서 약을 그만 먹고 싶은 내 마음.


"나도 약 그만 먹고 싶어."


이틀 전에 엄마에게 한 말이다. 조금만 괜찮아지면 이렇게 쉽게 약을 그만 먹고 싶어 진다. 그게 약 때문에 버텨준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2주 전만 해도,


"선생님 아직은 잠을 잘 못 자요. 그리고 무기력증이 또 올 것 같아서 두려워요."


하면서 약을 추가로 달라고 했는데.




나는 하루에 4번 약을 먹는다. 아침, 점심, 저녁, 취침 전. 적당한 간격과 잊어버림 사이에 알람이라는 방어책을 두었다. 내 핸드폰은 하루에 5번 울린다. 약 시간 더하기 기상 알람. 그런데 기상 알람은 거의 소용이 없다. 항상 그보다 먼저 일어나서 알람을 해제한다.


아마 이번 주에 가면,


"선생님 이제는 안정기 같아요."


하고 말할 것이고 약은 그대로 같은 약이 처방될 것이다. 병원을 다닌 지 꽤 되다 보니 이제 그 정도는 알게 되었다. 선생님이 어떨 때 약을 더 쓰고 덜 쓰는지. 거의 내가 반은 의사다. 특히 약 공부까지 해놓으면 선생님과 상의할 때 더 쉽게 진행이 된다.


치료에는 약의 병행이 중요하다. 내가 원한다고 쉽게 끊을 수도 없거니와 더 받아서 먹을 수도 없다. 의사 선생님의 적절한 처방을 받는 것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나에게는 약을 그만 먹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온다. 특히 몸이 나아지면 말이다.


당연한지도 모른다. 세상에 누가 약을 먹으며 살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귀찮기도 하고.


그래도 약은 먹어야 한다. 그게 나를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만 두기 힘들다. 그 약을 먹지 않았을 때 올 무기력이 벌써 나를 지치게 한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약을 드시는 분들도 싫겠지만 꾸준히 잘 챙겨 드시기를 바란다. 마음대로 안 먹었다가는 병이 더 깊어질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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