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살다

by 루카

우울한 이유들을 분석하려고 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는 순간을 잘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순간을 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순간을 산다는 말의 의미는 현재를 즐긴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흥청망청 살면서 남에게 피해를 줘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주로 암담한 것은 현재가 지나가리라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하면 미래는 이렇겠지, 하고 혼자 생각에 빠져있을 때이다. 그리고 미래가 어둡게 전망되는 순간에 현재도 살기가 싫어진다. 당연하지 않은가? 미래가 어두운데 현재를 열심히 살아서 뭘 하겠는가.


“난 지금 하고 싶단 말이야.”

“엄마가 하고 싶을 때 해줬어야지.”


요즘 딸아이에게 많이 듣는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말이 너무나 옳다.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흔히 엄마들이 공부는 때가 있다고들 하는데, 하고 싶은 일도 다 때가 있는 것이다. 지금 여행 안 가고 돈 열심히 모아서 늙어 가려고 했더니 아파서 못 간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우리의 사회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너무 많이 희생하는 것 같다. 물론 어느 정도는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미래가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아라, 현재를 이렇게 희생하며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커피 한 잔을 참지 마세요.”


내가 좋아하는 가수 요조가 어느 강연에서 했던 말이다. 자신의 동생이 대학원서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사고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오늘 마시고 싶은 아메리카노 한 잔을 참지는 말라고 했다. 그 사람의 의도는 여유가 되는 선에서 너무 참으면서 살지 말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자신도 그 허무함을 체험해 보았으니 할 수 있는 말이다.


나 또한 그 의견에 동의한다. 오늘 아메리카노 한 잔을 참으면 나중에 빌딩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린고비로 산다고 해서 누가 상을 주지도 않는다. 그리고 미래의 나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데 왜 고통스러운 현재를 살아야 할까. 이 고통의 현재가 모여서 미래가 된다는 사실을 왜 늦게 깨달았을까.


그러니까 하고 싶은 일은 하고, 해야 할 말도 하면서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조금은 암담한 미래를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이의 순간.


아이가 아이인 순간은 지금 뿐이라고 생각하니 나를 귀찮게만 하던 아이도 예쁘게만 보이고 짜증을 내도 다 한 때라는 생각만 들었다. 물론 아주 버릇이 없어 남에게 피해가 될 만한 일은 타이르지만 어지간한 일은 다 웃으면서 해결한다. 아이도 그렇게 해결하는 방식에 적응을 했는지 이제는 스스로 이유를 찾아내기도 한다. 이것은 비단 아이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그러니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설명해도 모르는 것을 설명조차 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너무 큰 것을 기대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나는 남편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순간에 말을 하려고 한다. 미래의 말이 아닌 순간의 말.


“당신이 양말을 세탁기에 넣어주면 내가 아주 편하겠습니다.”


하면서 너스레로 말을 하고 나면 신랑도 그다음에 같은 일이 생겨도 미안해하며 고치려고 애를 쓴다. 내가 순간을 보았기 때문에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변하질 않아.라는 말은 넣어두려고 애쓴다. 안타깝게도 나의 기억력은 매우 좋은 편이기는 하지만.


누군가와 사는 일에도 순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하듯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중요하다. 오늘은 이렇지만 내일은 나을 거야 보다. 오늘 나를 바꿔보자. 그렇게 하루에 조금씩 바꾸면 오늘 하루는 괜찮은 나로 살 수 있다. 나는 순간의 힘을 믿게 되었다.


지나치게 먼 미래도 지나간 과거도 지금 이 순간만 한 것은 없다. 물론 앞으로 망할 수도 있고 과거가 후회도 되겠지만 되도록 잊으려고 애쓴다. 그것이 우울증을 안고 살아가는 방법이 되었다. 가끔 우울함에 빠질 거 같으면 나는 다시 주변을 둘러본다.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려고 애쓴다. 여전히 과거와 미래가 나를 잡아당기지만, 밀당의 고수가 된 것처럼 열심히 순간으로 돌아오려고 한다.


혹시 우울함에 빠질 것 같으면 산책을 하면서 지금을 돌아보기를 적극 권장한다. 나도 이걸로 효과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가 암담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암담함을 극복하는 멋진 나.’를 생각하면서 나를 분리하는 방법도 있으니 참고해주기를 바라며.

우리, 순간을 살아보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를 무너뜨리려 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