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오목눈이

by 루카

수풀 아래 일궈진 한 오목눈이 마을에 어느 날 한 나그네 오목눈이가 찾아왔다. 순한 인상에 정중한 말투로 잠시만 마을에 묵어도 되냐고 물었고, 마을 오목눈이들은 허락해 주었다. 나그네는 자기를 받아준 보답으로 마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돕겠다고 했다. 그는 망가진 둥지를 고치고, 먹이를 사냥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 나누고, 상처가 난 한 오목눈이의 상처에 약초를 발라주었다.

한 꼬마 오목눈이에게는 노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사실 꼬마는 노래를 배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배우는 게 느릴 뿐인데 지금까지의 선생님들은 너에겐 소질이 없다며 포기하라고 할 뿐이었다. 그런데 나그네는 꼬마의 속도에 맞춰 인내심 있게 노래를 가르쳐주었고, 모두가 포기하라던 꼬마는 마침내 노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마을의 어른들은 고마움을 느끼기는커녕 그 나그네를 탐탁지 않아 했다. 나그네가 없는 자리에서 입방아를 찧었다.

"왜 아무런 보상도 없이 저렇게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고 다니겠소? 뭔가 숨기는 꿍꿍이가 있을 거요."

"원래 있던 곳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자 신세일 수도 있습니다. 무조건 경계해야 합니다!"

"훗, 여러분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제가 얼마나 예쁜지 멀리서 소문 듣고 와서 저한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그냥 어딘가 모자란 바보일 거요."

"푸하하하 바보 바보!"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다.

꼬마는 보다 못해 어른들을 향해 소리쳤다.

"나그네 아저씨는 보이는 그대로 그냥 착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너무나 단순하고 자명해 보이는데 왜 그렇게 꼬아서 생각해야만 하나요?"

어른들은 혀를 차며 꼬마를 한쪽으로 밀어냈다.

"꼬마야, 넌 너무 순진해.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다가 나중에 바보 소리 듣기 딱 좋다."


꼬마는 너무나 답답한 마음에 나그네에게 당장 날아갔다. 꼬마는 나그네에게 어른들의 말을 전했지만, 나그네는 꼬마에게 너무 그런 말들에 마음 쓰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왜 어른들은 아저씨의 선의를 악의로 해석하고, 왜 아저씨는 어른들의 악의를 선의로 해석하세요? 너무 답답해요."

나그네는 나지막이 말해주었다.

"다들 타인으로부터 자기의 마음을 보는 것일 뿐이야."

꼬마는 나그네에게 소리쳤다.

"매번 주지만 말고 받을 줄도 알아야 하고 요구도 할 줄 알아야 해요. 너무 쉽게 부탁을 들어줘서도 안 돼요. 쉽게 해 줄 수 있어도 엄청 어려운 일인 것 마냥 해줄 듯 말 듯 시간 끌며 간 보며 생색내야 이 어른들은 고마움을 느낀다니까요. 빈틈을 보이면 안 된다고요. 모두들 우습게 봐요. 누군가를 소중하게 대해주면 기고만장해져서 아저씨를 무시하고, 여기 어른들은 그런 따뜻함이 익숙하지 않아서 오히려 함부로 대해줘야 그게 정상이라고 느낀다고요."


나그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원래 살던 마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단다. 서로가 날을 세우며 살았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시당하기 십상이었어. 모두들 자기가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고 방어적으로 변하고 결국은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보는 것도 불편하게 됐단다. 결국 어느 겨울에 큰 추위가 찾아왔을 때 뭉치지 못하고 서로 미워만 하다가 다들 얼어 죽었단다. 나는 겨우 살아남아서 여기까지 날아왔을 뿐이야. 아마 말을 해줘도 여기 어른들은 믿지 않겠지만."

나그네는 이어 이야기했다.

"그렇게 계산하며 사는 게 손해보지 않는 방법일 수도 있지. 그런데 난 그렇게 살 자신이 없어. 남의 악의로부터 난 선의를 볼 수밖에 없어. 악의를 볼 수 있는 악의가 내 마음에는 없을 뿐인걸. 열 번 중 아홉 번은 손해 보겠지. 맞아. 하지만 열 번 중 한 번은 너 같은 아이와 만나게 되잖니. 그래서 난 바보같이 사는 걸 그만둘 수 없구나. 아니, 난 바보같이 살고 싶어."


마을 어른들은 결국 나그네를 마을에 남겨둘 건지, 쫓아낼 건지에 대한 회의까지 하게 되었다.

"그 나그네는 뭔가 너무 비현실적이오. 마을을 흔들어놓기만 할 거요."

"뭘 숨기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두기에는 위험이 너무 큽니다."

"그냥 그 나그네의 존재 자체가 부담스러워요. 근처에 있으면 내가 나쁜 것처럼 느껴져요. 불편해요."

"동이 트는 즉시 떠나라고 합시다!"

꼬마는 어른들의 회의를 엿들었지만, 오히려 이 마을을 떠나는 게 나그네에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마을 어른들로부터 통보를 받은 나그네가 마을을 떠날 시간이 왔을 때, 아무도 배웅 나오지 않았다. 나그네의 도움으로 둥지가 고쳐진 이도, 나그네가 먹이를 나눠줬던 이도, 나그네가 상처를 치료했던 이도 모두 나 몰라라 하였다.

다만 멀리서 작은 노랫소리가 들리더니 가까워져 왔다. 꼬마였다.

"나도 데려가요. 이 세상은 아저씨만큼 아름답지 못해요."

"결국 바보같이 살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 같은 이를 받아주는 곳이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그 둘은 햇살이 가득한 하늘을 향해 날갯짓을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고양이 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