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매의 눈

by 루카

황조롱이는 평생 자기는 부족한 줄 알고 살아왔다. 남들에 비해서 머리도 느리고 끈기도 없고 힘도 약하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자신감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며 살고 있었다. 오늘도 평소처럼 상승비행 연습을 하고 있었지만 늘 그러던 것처럼 어느 일정 높이에서 더 올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황조롱이를 보고 매가 옆에서 자꾸 냉소적인 말을 던지곤 했다.

"내 말만 듣고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되는데 넌 왜 알아듣지를 못하냐?"

"나 아니면 누가 너랑 놀아주겠냐? 넌 나 없으면 안 돼."

"고깟 이 정도 말로 상처받았냐? 정말 한심하다 너."

매는 그 누구보다도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던 터였다. 남들은 보지 못하는, 남의 고쳐야 할 점을 포착해 낼 수 있는 재능이 있다며 자랑하고 다녔다.

'쟤는 저거 하나만 고치면 나을 텐데 왜 안 고치지?'

이 세상은 정말 답답한 새들로 가득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나 기준이 낮고 발전할 생각이나 노력을 안 하니 항상 그 꼴이지.'

매는 황조롱이를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한번 훑어보고 날아가버렸다.


황조롱이는 추락은 여러 번 해봤다. 그래서인지 빙글빙글 돌며 추락해야 덜 아프다는 걸 배웠다. 빙글빙글 돌며 하강하고 있는 황조롱이를 멀리서 새호리기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와, 넌 그렇게 멋진 회전비행도 할 줄 아는구나! 정말 대단해."

황조롱이는 처음에 새호리기가 자기를 놀리나 싶었다. 아니면 당연히 잘못 봤겠지 싶었다.

"아니야, 그냥 추락하는 거뿐인데 거창하게 회전비행이라니."

하지만 새호리기는 황조롱이의 비행 연습에 대해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져주었다.

"와아, 이 방향으로도 돌고, 저 방향으로도 돌 수 있구나. 신기해!"

"그렇게 회전할 줄도 알면 응용해서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하강해 보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때?"

"너의 이런 재능을 활용해서 그 힘으로 그 누구보다도 높게 상승비행 해볼 수도 있겠다!"

황조롱이는 오히려 자기를 신기하게 바라봐주는 새호리기가 그저 신기했다. 그래서 황조롱이는 자기도 모르게 무장해제된 마냥 새호리기에게 자기 마음을 열게 되었다.

"난 사실 해보고 싶은 게 있거든. 저 멀리에 바다가 있다고 들었어. 이 숲에서 높이 올라가면 그 바다가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정말인지 확인해보고 싶어. 그 정도로 높이 상승비행을 해보고 싶어. 남들은 다 난 안 된다고 하지만. 그래서 창피해서 그런 꿈이 있다고 이제는 말도 못 해. 사실 나도 남들이 보는 대로 날 스스로 보고 있었나 봐. 그런 꿈이 있었다는 것조차 사실은 지금까지 잊고 있었어. 그런데 왠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다시 그 꿈이 생각나네."

새호리기는 황조롱이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넌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있어. 멀리서 널 지켜보며 항상 하고 싶었던 말인데, 너는 남에 비해서 못난 거 절대 아니야. 봐, 남들의 가시 돋친 말들이 너를 발목 잡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마. 잘하고 있어."

그렇게라도 말해줘서 고맙다고, 황조롱이는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그러자 새호리기가 어깨를 토닥여주며 말했다.

"그렇게 말을 '해주는' 게 아니라, 그렇게 말을 '하는' 거야."

황조롱이는 갑자기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얼마 후, 매는 다시 황조롱이에게 날아와서 옆에서 계속 부정적인 말을 쏟아냈다. 황조롱이는 이제 매의 지적이 지치기만 했다.

"그렇게 해야만 해?"

그러나 매는 피식하고 비웃으며 비아냥거렸다.

"그냥 내 기준에 안 들어맞아서 해본 말인데? 넌 기준이 낮구나. 네 손해일뿐이야. 너만 뒤쳐질 뿐이고. 발전을 하려면 현실을 봐야 해."

황조롱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사실 네가 하는 말이 발전을 위한 말인지도 모르겠어. 그냥 남의 부족한 점 들춰내기 아니니. 네가 옆에 있다 보면 그냥 주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느낌이야. 난 너와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 잘 있어."

황조롱이는 용기 있게 날아갔다.

혼자 남겨진 매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푸하하, 쟤는 어떻게 조금이라도 불편한 말 한마디를 못 받아들이냐. 조금의 충고도 못 견디는 저런 패배자들, 하나도 안 아쉬워. 잘 사라졌다!"

매는 자기의 기준에 맞는 친구를 사귀는 게 맞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 맞아. 황조롱이 같은 실패자 말고 독수리같이 이미 증명된 멋진 새와 친하게 지내야지!"

그래서 매는 독수리에게 날아갔다.

하지만 독수리와 며칠간 지내본 매는 또 상대방이 별로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뭐야? 독수리도 황조롱이처럼 뭐 딱히 잘하는 것도 없잖아? 그냥 과대평가된 거였잖아? 진짜 실망이다.'

그래서 매는 황조롱이에게 한 것처럼 독수리에게도 지적을 하기 시작했다. 독수리는 그걸 듣고 귀찮다는 표정만 한번 지어주고 그냥 날아가버렸다. 매는 독수리가 날아가버린 하늘에 대고 소리쳤다.

"그래, 떠나라. 너도 황조롱이랑 별 다를 거 없는 한심한 새였어!"

아마도 매의 날카로운 눈에 거슬리지 않는 새는 매가 아직 알아갈 시간이 없었던 것일 뿐이었던 새밖에는 없지 않을까.


매는 다시 황조롱이에게 날아왔다. 황조롱이는 마침 새호리기와 비행 연습을 하고 있었다. 황조롱이는 매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눈치챘지만 굳이 아는 체하지 않았다. 매는 겸언쩍은지 괜히 새호리기에게 시비를 걸었다.

"야, 네가 그렇게 오구오구 부둥부둥 치켜세워주기만 하면 오히려 상대방에게 해가 되는 거야. 적당히 현실을 깨닫게 채찍질도 할 줄도 알아야 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게 만들 줄도 알아야 해. 너 같은 애들이 과대평가해주는 말만 듣다 보면 그저 뒤처지기만 할 뿐이야. 뭐, 헛된 희망은 심어줄 수 있겠네."

매는 끝까지 조롱조의 말투를 포기하지 않았다. 새호리기는 매를 오히려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글쎄. 누가 잘났니 누가 못났니 할 수 있지만, 우린 사실 결국 다 비슷하고 거기서 거기야. 그런데 황조롱이는 나에게 특별한 존재야. 누군가가 나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건, 그렇다고 남과 비교했을 때 그 누군가가 더 잘나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서 특별함을 찾을 수 있는 나만의 안목에서 오는 거야. 그런 안목이 없으면 자기 곁에 있는 이로부터 부족함만이 신경 쓰일 거고, 그런 안목이 있으면 자기 곁에 있는 이로부터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매력을 발견하겠지. 매일매일 새로운 매력이 보이는 거야."

새호리기는 말을 이어갔다.

"남의 단점을 보는 건 쉬워. 그건 네가 날카로운 눈을 가져서가 아니라, 눈이 나빠도 그 정도는 아무나 쉽게 볼 줄 알아.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을 보고 평가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그리고 남의 못난 점이 눈에 거슬릴 정도로 잘 보인다는 건 본인도 그 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일 뿐이야. 그러니 더 잘 보이고, 그 단점이 보이는 걸 못 참고. 너만 예리한 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야. 너의 그 날카로운 눈으로 남을 평가하기 전에 물에 비친 너 스스로의 모습을 한번 봐보는 건 어떨까?"

조용히 그 말을 듣고 있던 황조롱이는 새호리기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스스로도 몰랐던 남의 숨은 장점을 찾아주고 봐줄 수 있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이자 가장 큰 재능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건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도 없는 엄청난 자산이고. 나도 몰랐던 나의 매력을 알아봐 주고 그걸 소중하게 여겨주는 너를 위해서는 그 어떤 것도 해낼 수 있어. 너를 곁에 두면 내가 가치 있는 새구나, 하고 느껴져."

매는 자기가 한심하게만 보던 황조롱이가 이렇게 똑 부러지게 말을 하는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새호리기는 황조롱이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둘은 하늘 저 높이 상승비행을 시작했다.

"어이, 기다려봐. 다시 내려오라고!"

매는 그 둘을 따라 올라가 보려고 날갯짓을 했지만 그 둘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황조롱이는 힘을 다해 바람을 탔다. 물론 쉽지 않았다. 옛날이었으면 딱 여기서 그만뒀을 거였다. 나는 딱 이 정도만 되는 애라고, 매가 툭툭 던졌던 말들을 떠올리며 포기했을 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나를 크게 봐주고 내 잠재력을 알아봐 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 그런 친구인 새호리기와 함께 있다 보면 알게 모르게 자신감이 붙었다. 나를 믿어주고, 긍정해 주고, 응원해 주는 이가 있다는 것. 덕분에 더 나은 나 스스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쳐 올랐다. 새호리기가 나를 알아보아 준 것처럼 나도 다른 이들을 알아보아 줄 수 있는 눈을 키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눈을 뜨자 저 멀리 푸른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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