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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박사 Mar 20. 2019

노익장인정신 : 노익장+장인정신

"한국 기업의 고용문제와 조직문화 혁신: 노익장과 장신정신의 재조명 필요

노익장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가치를 길게 발휘한다는 의미이다. 이 때 노는 노인만을 뜻하지 않는다. 직업이나 직장에서 연차가 높아질수록 가치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가 심화되면서, 한국 기업(조직)의 고용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청년 고용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100세 시대에 중장년의 퇴직 연령도 늘기는 커녕 너무 빨리 이루어진다. 연금과 세금을 내는 계층이 얇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서적으로도 '조직내 조로 현상'이 있다.4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자신만의 고유업무(직접 하는 일)을 하지 않고 지시업무(시키는 일)만 하려는 것이다. 나는 이를 "감투병(조직내 조로현상)"으로 지칭해왔다.

이런 현상은 스스로 초래한 것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조직의 업무 분위기와 정서와 관행에서 비롯되어, 부지불식 간에 형성된다. 자의반 타의반이라고 할까...

많은 경우에 한국 기업의 직장인은 40대 중반을 넘기 시작하면 "직접하는 일"보다는 "시키는 일", "행동하는 일"보다는 "말로 하는 일"을 하려는 성향이 나타난다. 짧은 기간동안 급상장한 회사에서는 더 젊은 나이부터 시작된다. 이와 같은 소위 "감투 문화"는 평균적인 자발적/비자발적 퇴직(퇴출, 은퇴) 시기를 앞당기는 주된 원인 중 하나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의식, 제도, 문화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무직의 경우에 보고서 작성 방식의 혁신부터 해야 한다. 선진국 직원들은 형식(이쁘게 만드는 것)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보고문화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오래 "자기 일(업무, 실무)"을 할 수 있다.

국제적인 기업 컨퍼런스에 가보면 한국은 30대 40대 초반이 화려한(출판사 수준의) PT를 들고 나서지만, 미국, 유럽, 일본, 호주에서 온 기업들은 50대 후반 60대 초반의 전문가 직함을 단 직원이 메세지와 사실 중심의 심플한 발표자료만으로 나서는 경우를 흔히 접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수십 년간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여주면서 경험에서 묻어나는 지혜를 나누어 준다.

보고문화 뿐만 아니라 임원이나 고위 관리자들도 자신 만의 가치가 있는 일, 자신만의 본분, 즉, 고유업무(my own job & tasks)를 하는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실제로 10여 년 전에 대표적 글로벌 기업인 G사에 갔을 때의 일이다. 대표이사가 전무/상무 포스트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풀어 놓은 채 직접 액셀로 정리를 하고 있었다. 물어보니, "This is a part of my own job!" 이란다. 다들 그렇게 한다고 하면서...

왜 꼰대문화라는 말이 나오는 걸까? 아마도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소위 고참 직원들이 고유업무를 피하거나 매우 귀찮아하거나 부하/후배들에게 떠넘기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유업무를 하는 임원이나 관리자는 보고서에 대한 코멘트도 매우 구체적이다. 자신이 함께 보고서(기획) 업무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보고를 한 번 해 보라"라고 한다. 마치 보고(기획, 계획) 업무는 부하들만의 고유업무인 것 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극소수의 높은 감투를 쓰게 된 사람들만이 조직에 남게 되고 감투가 없는 사람들은 자의반 타의반 도태가 되는 것이다. 회사도 이들에게 '무겁고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고유업무를 주려고 하지 않으려 한다. 어떻게 해서든 빨리 내보려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회사는 젊은 직원들에게 자신들도 상당한 확률도 겪게 될 경력비전(미래의 내 모습)을 암울한 그림으로 이미 보여주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런 현상은 젋은 직원들에게 장기적인 고용 불안감을 조성하게 된다. 실제 본인이 그토록 부인하던 꼰대의 위치에 가게 되면 승진 경쟁과 사내정치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된다. 고용은 생활이자 생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노사관계가 비신뢰로 흘러가는 주요 원인의 하나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년'이 보장된 일자리에 우수한 청년들이 쏠리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어 간다. 따라서, 기업은 비직위 승진 경로(Dual/Multiple Track)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새로운 근로의식과 일하는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일할 수  있고 실력이 있다면 직위 승진이 아니더라도, 일의 가치만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런 기회가 주어지면 성심껏 일하는 조직문화를 노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력관리 제도와 조직문화로는, 시니어 임직원의 회사의 지식이 심화되지도, 후배에게 전수되지도 못한 채 사장되기 일쑤이다. 또한 이들의 전직으로 인해, 수많은 비용을 들여 얻는 소중한 지식이 값싸게 후발 개도국의 경쟁사로 흘러 들어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아래 노익장 사례들은 이러한 우리의 꼰대문화, 감투문화, 잔소리문화, 귀차니즘, 고유업무/고유가치를 보여주기보다는 시키고 쥐어짜려는 갑을 문화를 되돌아 보게 한다. 조직문화 개선과제 중 가장 시급한 것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 고유한 업무, 고유한 역할을 하는 '본분을 다하는 문화', '정직하게 일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아닌가 한다.

* 출처: 본인

노익장 사례(1)
국제학술지에 논문 실은 최고령 현역 의사 박용휘 소장(90세)
http://news.donga.com/View?gid=94616614&date=20190318

노익장 사례(2)
 40여년만에 3·1운동 오페라 완성한 작곡가 박재훈 목사(97세)
https://www.yna.co.kr/view/AKR20190220142900005?input=1195m

노익장 사례(3)
나이 들어도 첨단을 걷는 창조의 아이콘 이어령 이사장(87세)
https://news.joins.com/article/23267144

오늘은 여기까지...
노익장인정신의 사례 발굴과 창출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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