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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박사 Mar 06. 2024

무엇이 나를 일하게 하는가?

내재적 동기 vs 외재적 동기

우리가 어떤 직업으로 일하거나, 어떤 회사에서 직장인으로 일할 때, 당신은 왜 일하는가? 나는 무엇 때문에 일하는가? 하는 질문을 종종 자의든 타의든 받게 된다. 일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고 그 이유를 동기부여의 원천이라고 한다.


다이엘 핑크는 드라이브에서 세 가지 동기부여의 원천을 이야기했다. 심리학이나 조직행동학에서는 너무도 기초적인 질문이지만 아주 심플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동기부여론을 재조명해 주었다. 생존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드라이브 1.0), 처벌을 피하거나 보상을 받기 위해 일하는 것(드라이브 2.0), 의미와 목적을 향해 자율적으로 몰입하며 일하는 것(드라이브 3.0)이 그것이다. 원시 사회에서 산업과 정보 사회, 지식과 창의성 사회로 발전하면서 동기부여의 원천도 드라이브 1.0에서 2.0으로 다시 3.0으로 진전되어 왔다는 얘기다.  


기초적인 학습이나 기계적이고 정형화된 일을 하는 사람에게도 그 학습과 일의 의미와 목적을 잘 설명하거나 부여해 준다면 더욱 몰입하고 보람 있게 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유명한 조선명필 한석봉 어머니는 가래떡을 만들고 썰어서 파는 단순반복적인 직업에 종사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식을 잘 키워서 백성과 사회에 유익한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랐고 그것이 그녀의 직업에 있어서 좋은 의미와 목적이 되어 주었다. 한석봉 선생이 학업에 소홀했을 때 방을 소등하고 나는 떡을 썰고 너는 글을 써보자고 했던 일화는 그녀가 의미와 목적을 갖고 떡 만드는 일을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던 지혜였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고도의 지식과 노하우와 경험이 필요한 직무나 직업에서 일의 목적이나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예컨대, 조직 내에서도 본사의 기획 일이나 의사결정 권한을 많이 갖고 있는 일은 의미가 강하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은 의미가 적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이런 고정관념이나 선입견과 개인 스스로 느끼는 갭(간극, 괴리)을 좁혀주는 것은 사장을 위시한 리더들과 비슷한 일을 하는 선배 동료들이다.


필자가 뉴욕주에 있는 세계 최대 IT 기업을 글로벌 본사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1층 안내데스트에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가 도우미(리셉셔니스트)로 일하고 계셨다. 그 회사 경영진과 미팅 약속이 되어 있던 우리는 10분 정도의 기다리는 여유 시간이 있었고 그녀와 잠시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방문 목적과 대상을 말하자 그녀는 관련 정보와 경험을 곁들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친절한 설명을 해 주었다. 우린 안내 데스크에 할머니가 있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였다. 우리 한국에는 1층에 주로 젊은 남녀 직원이 리셉셔니스트로 일하고 외주업체에서 파견을 오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도 해주었다.


그녀는 얼마 전에 이 회사를 은퇴한 인사부문 임원 출신이라고 하였다. 우리 회사 사람들은 자신이 젤 잘 알기 때문에 외부에서 사전 약속 없이 문의성 방문이나 미팅 요청이 들어오면 최적의 부서와 사람을 연결해 준다고 설명하였다. 환한 그녀의 얼굴에는 자부심과 즐거움이 가득해 보였다.


요즘 세상에서는 가급적 내재적 동기가 강한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고 내재적 동기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리더십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물론 기본적이고 공정한 임금과 보상이 기반이자 전제가 되어야 한다.


내재적 동기만 강조하면서 Pay를 가급적 적게 주려고 하거나 열정 Pay 회사로 알려지거나, 상하위 직급 간 Pay 격차(dispersion)가 상식을 넘는 과도한 수준으로 형성된 회사에서 내재적 동기를 강조하는 행위는 동기부여가 떨어진다고 한다. 동일하게 내재적 동기의 방향과 내용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공정하지 않고 신뢰와 모럴이 부족해 보이는 회사를 위해 일하고 싶진 않아 한다는 말이다.  


내재적 동기는 기본적인 외재적 동기 형성의 조건이 형성되고 기반된 것을 전제로 할 때 더욱 비중이 커지고 중요해지고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물론 이론적인 소개나 실증 연구를 나열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학문적으로도 충분히 검증된 사항이라는 점도 밝혀둔다.


다른 외재적 동기에 관한 상황이나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내재적 동기(드라이브)가 강한 사람들이 성과를 내고 회사에 오래 남아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동일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동기부여 원천의 비중과 강도에 있어 다소간의 변화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 글을 쓰면서 난 과연  외재적 동기부여자인지 내재적 동기부여자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Daniel Pink가 개발한 측정도구로 자기 검사를 해 보았다. 이 설문지는 어떤 동기가 내재적인 동기인지 외재적 동기인지를 알 수 있도록 매우 구체적인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참고할 만하다.


https://www.danpink.com/assessments/survey/


[참고] 이 설문 결과로는 내재적 동기부여자인지 외재적 동기부여자인지만 알려 줍니다. 설문을 점수화한다면 정도(degree)를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2022-2024. 김현주 박사

성과와역량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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