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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박사 Aug 12. 2022

인간의 본성과
일하는 방식에 관한 단상

- Carl Rogers의 욕구론이 기업경영에 주는 시사점 -

인간의 본성(Carl Rogers)과 일하는 방식에 관한 단상


"먼저 인간이 되어라" 


학창 시절 선생님들이 종종 인용하던 경구다. 먼저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아마도 인간답게 살아아 잘 살 수도 있고 잘 살아도 더욱 의미가 있다는 말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하나 첨언이 필요하다. 


"개개인이 진정한 인간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돕고 촉진하는 조직의 풍토와 제도적 환경을 함께 조성하라" 


칼 로저스(Carl Rogers)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자신을 유지하고 증진하고 실현하려는 욕구'로 정의했다. 그 유명한 Maslow 욕구 5단계설에 익숙한 나에게 칼 로저스의 이론은 참신하게 다가온다. 


ㅇ 자기유지 Self-Maintenance : 현재 상태에 자족하며 지켜가는 삶

ㅇ 자기증진 Self-Enhancement: 현재에서 나아가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삶

ㅇ 자기실현 Self-Actualization : 꿈과 비전을 향해 도전하고 개척하는 삶


매슬로우의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안전의 욕구(safety), 애정·소속 욕구(love/belonging), 존중의 욕구(esteem), 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는 단계적 개념이다. 즉, 하위 욕구가 충족되어야 상위 욕구가 자연스럽게 발현된다는 얘기다. 일반론적, 평균적 경향성으로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의식주의 기본을 확보하기 어려운 전쟁과 고난의 상황에서 훌륭한 인간 정신을 실천한 삶(예: 슈바이처), 남들이 인정해 주지 않아도 꾸준히 소신을 지키며 성취를 이뤄내는 삶(예: 링컨), 미움받을 용기를 발휘하며 높은 차원의 목표를 이루는 삶(예: 이순신) 등의 삶의 방식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즉 하위 욕구 충족이 되지 않아도 상위 욕구를 달성하는 경우는 매슬로우 이론으로 설명하기엔 논리적 비약이 있다. 하지만 로저스의 이론은 이런 현상을 설명해낸다. 


로저스의 욕구론은 동일 조건 하에서 인간 자신의 의지와 실천에 방점이 있다. 현재에 안주하는 사람,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현재의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사람, 새로운 차원으로 도전하며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이 되는 과정은 스스로의 선택, 의지, 실천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핵심 개념으로 인간의 주도적 속성도 참신하게 다가온다. 인간은 외적인 힘에 의존하거나 통제받기보다는 '독립성', '자율성', '자기책임', '자기규제', '자기통제'의 주도권을 갖길 원한다는 것이다. 소위 '자유와 책임의 균형'을 희구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자기유지에서 나아가 자기증진을 자기증진에서 나아가 자기실현의 의미를 발견하면서 진정한 인간되기를 향해 나아가는 '상향이동 경향성(upward-moving tendency)'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향성과 속성을 살리고 고양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 훈련과 도움도 제공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주도적 속성으로 인해 인간은 계산적이지만은 않으며 시키는 일만 하기보다 스스로 원하는 일을 찾고자 하며 열악한 상황에서도 높은 수준의 목적, 의미, 가치를 향해 행동하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인간은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금전적 보상과 비금전적 보상, 특히 자신의 노력과 가치를 인정받는 상태를 추구하는 존재라고 보는 것이다. 


오늘날 기업의 인적자원(human resources) 및 인적관계(human relation) 관리에 있어서 칼 로저스의 이론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개개인이 일을 선택하고, 일의 목표와 계획을 잡고, 자율적으로 실행하고 과정, 의미 있는 성과를 얻고, 과정과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조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임직원의 자기유지-자기증진-자기실현의 선택을 인정하고 주도성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 조직관리의 기본 방침이 될 필요가 있다. 


계층 의식에 의존하고 관리자 중심의 지시와 통제가 조직운영의 근간이 되어서는 근원적인 동기를 유발하기 어렵다. 일시적으로는 통제와 제재를 통해 규칙(rule)을 지키도록 할 수도 있고, 일정 기간 주의환기와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 이런 조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 지속가능한 동력이나 기반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일하는 방식과 패러다임도 임직원 각자가 자신의 일과 역할과 책임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며 의미 있는 목적과 성과를 내도록 하고, 함께하는 일에도 주도적으로 협의하고 참여하고 공동의 성취를 이루도록 혁신해 가야 한다. 


성과관리, 평가관리, 보상과 인센티브 제도들, 포상과 금전/비금전 복지 프로그램, 근무제도와 업무관리 방식도 개개인의 주도성을 촉진하고 이것이 팀, 부서, 본부 차원의 주도적인 조직역량으로 수렴되도록 해야 지속가능한 효과와 성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추천 도서: 칼 로저스, '진정한 사람되기(On Becoming a Person)', 주은선 역(2009),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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