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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박사 Nov 28. 2022

질그릇과 놋그릇

공고한 관념과 역동적 신념

질그릇과 놋그릇: 공고한 관념과 역동적 신념


이솝우화 중에 질그릇과 놋그릇의 이야기가 있다. 둘이 함께 여행을 갔지만 질그릇은 놋그릇에 기대어 함께 했지만 험난한 길이 지나면서 질그릇이 놋그릇에 부딪혀 금이 가고 깨어지고 말았다는 얘기다.

이 이야기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홍보할 때 등장하기도 했다. 초록은 동색, 유유상종의 반대 경우를 비유적으로 말할 때도 쓴다. 질그릇과 놋그릇의 특성 차이는 무엇일까? 핵심은 경직성과 유연성의 차이일 것이다.

질그릇은 혼자서도 조심스럽고 예민하지만 유유상종하여 질그릇 끼리 다녀도 깨지게 된다. 놋그릇은 혼자서도 강인하지만 놋그릇끼리도 요란할 정도로 오랜동안 함께 잘 다닐 수 있다.

질그릇과 놋그릇의 비유는 사람의 관념과 신념, 경험과 적응의 문제에 대입하여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반화하여 공고하게 굳어지는 관념과 신념은 거기에서 벗어나는 상황과 새로운 사례를 접할 수록 질그릇처럼 깨어지기 마련이다.

기본 개념을 참고하되 스스로 경험하고 다양한 경험을 나누고 축적하고 변화해가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것이 실천가능하고 지혜로운 신념이 되는 것 같다. 마치 대장간에서 연단된 놋그릇과 같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수많은 토론과 실증을 거쳐 다듬어져온 이론과 모델들도 대부분 상관관계가 30~40% 수준으로 유의하게 나와도 괜찮은 것으로 본다. 자연과학과 공학 분야에서도 양상은 다르지만 끊임없는 이론의발전과 모델의 수정이 이루어진다.

상황과 맥락의 무한한 차이를 고려한다면 그 정도만 나와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좋은 이론이나 가설이라고 알려진 것들도 대략 50% 이상의 예외를 내포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일반화하여 알건 모르건 품게 되고 일상 속에서 경직된 관념이 되고 때론 주변에 강요까지 하기도 하는 요지부동의 신념들은 자세히 말할 필요도 없겠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 사람은 정이 있고 어디는 매정하다. 어떤 학교나 기업 출신은 세련되고 다른 어느 곳 출신은 고리타분하다. 남성은 어떻고 여성은 어떻다. 미국인은 어떻고 중국인은 어떻다는 식의 나만의 일반론을 허다하게 품게 된다. 물론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수많은 상황과 케이스를 우연히든 의식적이든 자연스레 오랜동안 알아가는 동안에 우리는 수많은 오류와 예외들이 디테일하고도 의미있게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생각이 행동과 경험에 영향을 주듯이 경험이 행동과 생각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경험이 쌓일수록 굳어지는 신념보다는 경험이 축적될수록 방향성은 갖게 되더라도 끊임없이 변화되는 현상들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반영해가는 깨어있는 신념이 더욱 필요해지는 것이다.

공고한 관념보다는 유연하고 역동적인 신념이 열린 소통의 기초가 아닌가 한다. 수많은 예외와 데테일의 공간은 경험으로 체득된 노하우 축적과 발휘, 유관 분야 또는 타 전문가 협업과 융합, 늘 열린 소통을 통해 놋그릇과 같은 마인드로 채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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