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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바 라이팅 Sep 21. 2019

조로아스터교, 자라투스트라가 세계 종교에 끼친 영향

[인류 문화 따라잡기]

니체가 쓴 책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제목은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제대로 읽고 이해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대적 무신론의 니힐리즘을 19세기 말에 쓴 니체의 글과 대화체의 낯섦이 현대 독자들에게 친근하지도 친절하지도 않다.

그리고 자라투스트라가 조로아스터의 독일어식 발음이라는 것도 아는 사람이 드물다. 실제로 페르시아 원어 발음을 독일어식에 더 가깝다. 현대에는 이슬람교에 밀려 사라진 원시 종교 정도로 조로아스터교를 치부하는데 실제 현대 종교의 정교성은 #조로아스터교가 기반이 되었다. 따라서 조로아스터교를 모르고서 현대 종교를 논한다면 편협한 맹신론자로 빠져들기 쉽다고 본다. 나도 이번에 중동 지역의 종교에 대해 공부한 뒤 조로아스터교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겠다고 여겼다.

창세 신화는 경전인 <아베스타>에서 언급된다. 우주 창조를 선량한 빛의 신 아후라 마즈다와 사악한 어둠의 신 앙그라 마이뉴가 경쟁을 벌인 결과로 본다. 태초의 세상에는 오직 아후라 마즈다와 앙그라 마이뉴만 있었다. 그런데 아후라 마즈다는 현명해서 앙그라 마이뉴를 알았지만 무지한 앙그라 마이뉴는 아후라 마즈다를 알지 못했다. 참고로 아후라 마즈다의 아후라는 '강력한 주인', 마즈다는 '지혜'를 뜻해 아후라 마즈다는 '강력한 지혜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앙그라 마이뉴는 앙그라(파괴적이고 어지러운)와 마이뉴(사악한 정신)로 '파괴적이고 어지러운 나쁜 정신'이라는 뜻이다.

아후라 마즈다는 365일 동안 6단계에 걸쳐 빛과 선량함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먼저 1단계의 하늘은 40일 동안 만들고, 2단계의 물은 55일 동안, 3단계의 땅은 70일 동안, 4단계의 식물은 25일 동안, 5단계의 동물은 75일 동안, 6단계의 인간은 70일에 걸쳐 만들었다. 창세 신화는 단계별 천지창조가 구약성서가 거의 베낀 수준이다. 아후라 마즈다는 각 단계별 창조 후 5일씩 쉬었다고 한다. 이점은 구약성서에서 야훼가 천지창조 6일 후 안식일을 가졌다는 점과 일치한다. 다분히 창세기는 사실상 조로아스터교의 복사본이다.

창조가 끝난 뒤 아후라 마즈다가 야자타들을 비롯해 다른 신들과 천국에 머무르는데, 앙그라 마이뉴가 아후라 마즈다를 미워해 덤벼들었다. 하지만 아후라 마즈다가 성스러운 시를 외우자 그 소리를 듣고 자신과 다에바이들 영원히 어둠만 있는 지옥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앙그라 마이뉴는 지옥에서 3천 년을 보낸 뒤 아후라 마즈다가 만든 피조물을 파괴하려 다시 뛰쳐나온다고 한다.

아후라 마즈다가 천지를 창조한데 격분한 앙그라 마이뉴가 악한 피조물을 반대급부로 만들었다. 그 피조물들은 뱀, 늑대, 모기와 파리 같은 해로운 생물들과 함께 더위와 추위 같은 기후이다. 그래서 조로아스터교 사제인 마기(Magi)들은 파리, 모기, 늑대, 파충류들을 볼 때마가 모조리 죽여 없애 버린다.

천사에 해당하는 7위의 야자타를 아후라 마즈다가 만들어 자신을 숭배하고 인류에게 봉사하도록 했다. 아메샤 스펜타, 보후 마나흐, 아샤 바히스타, 크샤트라 바이르야, 스펜타 아르마이티, 하우르바타트, 아메레타트이다. 반대로 앙그라 마이뉴도 자신을 숭배하고 인류에게 해를 끼칠 악마 다에바들을 만들었다. 다에바들로는 아카 마나흐(사악한 생각), 인다르(냉담함), 나오냐이티야(불만), 사우르바(압제), 타우르비(파괴), 자루리(죽음)이다.

아메샤 스펜타는 최고의 천사로서 조로아스터교 교리에서 성령으로 불려서 가끔 아후라 마즈다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보후 마나흐는 아후라 마즈다가 만든 동물을 보호하고 선을 상징한다. 아샤 바히스타는 빛과 불을 다스리고, 스펜타 아르마이티는 지구의 감시자이며 신성함을 상징하고, 크샤트라 바이르야는 정의를 상징하고 광물과 금속을 다스린다. 하우르바타트는 완벽함을 상징하며 물의 수호자이다. 아메레타트는 불멸과 영원함을 상징하며 모든 식물의 수호자이다. 7대 야자타에는 들지 않지만 스라오샤라는 야자타가 있는데, 양심의 목소리로 존중받는다. 그는 인류를 지속적으로 보호하고 거짓의 악마 드루지에 대항해 잠을 자지 않고 늘 깨어 감시한다.

조로아스터가 오랜 명상과 연구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붙여 만든 깨달음의 종교인 조로아스터교는 기원전 10세기경 창안되어 기원전 6세기경 중동 지역 패권을 장악한 고대 페르시아 왕국인 아케메네스 왕조에 의하여 중동 전역으로 퍼졌다. 아케메네스 왕조가 신바빌로니아의 바빌론 유수로 끌려온 유대인들을 해당시켜 고향으로 돌아가게 풀어줬다. 아케메네스 왕조 이후 새로 생긴 왕조마다 정교일체의 통치 체계에 따라 아후라 마즈다의 이름도 달리 불렸다. 파르티야 왕조에서는 호르마즈드, 사산 왕조에서는 오르마즈드라고 불렸다.

창조된 천지는 12,000년 동안 존속하는데 크게 3천 년마다 4번으로 나뉜다. 최후의 3천 년이 끝나는 날 곧 세상의 종말이 온다. 그날이면 아후라 마즈다아 이끄는 빛의 군대가 앙그라 마이뉴가 이끄는 어둠의 군대를 완전히 불가역적으로 물리쳐 영원한 지옥으로 내던지고 이 세상을 구원한다.

주르반교라고 조로아스터교의 변절종파가 있는데 주르반교에서는 아후라 마즈다와 앙그라 마이뉴 위에 절대신 주르반을 두고 그의 아들이 아후라 마즈다와 앙그라 마이뉴라고 설파한 종교 분파도 있었다. 참고로 주르반교에서는, 주르반이 1천 년 동안 아후라 마즈다와 앙그라 마이뉴를 임신했고 아후라 마즈다를 창조주로 삼기로 하자 격분한 앙그라 마이뉴가 주리반의 자궁을 뜯어내며 아후라 마즈다를 공격하는 포악함을 보이자 주르반이 앙그라 마이뉴의 힘은 억제하고 아후라 마즈다에게는 영원한 세상을 다스릴 권한을 주었다고 전한다.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인 무슬림에게 사산왕조가 정복당한 뒤 조로아스터교를 믿던 페르시아인들은 정복자 아랍인들에게 동화되면서 조로아스터교는 몰락하고 이슬람교에 종복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가타스라는 조로아스터교의 최초의 문헌에서 앙그라 마이뉴는 그저 '거짓되고 잘못된 신'으로만 묘사하다가 후대에 작성된 <야스나>에서부터 완전한 악마로 변모된다. 그리고 야스나에서 앙그라 마이뉴는 매우 어리석고 유약한 바보 같은 악마의 신처럼 격하한다.

벤디다드라는 조로아스터교의 문헌 19장에서는 앙그라 마이뉴가 조로아스터를 회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신약성서 <마태복음> 4장 1절에서 11절의 내용과 일치한다. 신약성서가 조로아스터교의 벤디다드를 복제한 느낌이 든다. 상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느 날 앙그라 마이뉴가 조로아스터에게 접근해 회유한다.

내가 당신한테 전 세계를 다스릴 권력을 줄 테니, 조로아스터교를 만들지 마라
하지만 조로아스터가 거부하자 분노한 앙그라 마이뉴가 다에바를 거느리고 조로아스터를 공격했으나 그의 풍겨 나오는 힘에 굴복해 포기했다.

이런 설정의 장면은 예수가 광야에서 40일 동안 단식하고 있을 때 악마가 나타나 그를 아주 높은 산으로 데려가 세상의 모든 나라와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며 "내 앞에 절하면 이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소"라고 회유하지만 예수가 "사탄아, 물러가라, 성서에 주님이신 너희 하나님을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하시지 않았느냐?"라고 꾸짖자 이내 악마가 물러났다. 마태복음이 조로아스터교의 벤디다드를 그대로 베낀 장면이다.

미트라 신은 원래 고대 페르시아에서 태양과 진실과 용기, 법과 계약의 수호신으로 최고의 자리에 있다가 조로아스터교가 창설된 후 아후라 마즈다 아래의 주요 신으로 격하된다. 하지만 조로아스터교 경전 <아베스타>에서도 나오듯이 미트라는 매우 중요한 신으로 모든 나라와 지역에 통치권을 내려주고 계약을 어기고 거짓을 말하는 자를 미워해 멸망시킨다. 그래서 #미트라는 우주의 질서를 지키며 악에 맞서 싸우는 심판자이자 투사이다. 흡사 기독교의 미가엘과 같고 동북아시아 불교에서는 미륵불로 변모했다. 이외에도 조로아스터교는 승리와 전쟁의 신 바흐람, 물과 출산과 번식의 여신 아나히타, 비를 다스리는 티쉬트리아 신 등과 같이 토속 신들을 포용했다.

사후 세계관을 들여다보면,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나와 3번의 밤을 거친다고 한다. 첫째 밤은 자신이 생전에 했단 말이 보관된 곳, 둘째 밤은 생전에 자신이 한 생각이 보관된 곳, 세째날은 생전에 했던 행동이 보관된 곳이며 이 방에서 영혼은 미트라와 스리오샤 야자타에게 재판을 받는다. 주로 심판은 미트라가 하고 스리오샤는 보조한다.

심판 후 선량한 영혼은 아름답고 젊은 처녀에게 안내를 받고 사악한 영혼은 늙고 냄새나는 노파의 안내를 받아, 친바트라는 다리를 걷는다. 선량한 영혼은 친바트를 무사히 건너 야자타들의 도움으로 천국에 가지만 사악한 영혼은 친바트에서 떨어져 어둠과 절망만이 가득한 지옥으로 간다.

천국은 4개의 세계인데 첫 번째는 별의 세계, 두 번째는 달의 세계, 세 번째는 태양의 세계, 네 번째는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찬란한 세계'이다. 선함의 상징인 야자타 보후 마나흐가 영접해 아후라 마즈다가 앉아 있는 왕좌로 데려가고 아후라 마즈다는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마즈다가 정해준 공간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된다.

지옥 또한 4개의 세계인데 첫 번째는 '나쁜 생각의 세계'이고 여기서 응징을 당하고, 두 번째는 '나쁜 말의 세계'이고 세 번째는 '나쁜 행동의 세계'이다. 네 번째는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어두운 세계'인데 여기서 끝나지 않는 고통을 겪는다. 수많은 다에바들의 응징과 처벌을 받는 고통이다.

조로아스터교는 세계 최초로 천국행과 지옥행이 한번 결정되면 다시 바뀌지 않는다는 영구불변의 사후 심판론을 창안해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교리를 완성시켜 주었다.

종말론에 회의적 마지막이라는 데자뷔를 갖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 종말론은 현실의 종말과 새로운 천국의 재림이다. 따라서 종말론이라는 말보다 다른 단어를 찾는 게 내세종교관으로서는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조로아스터교에서의 종말을 들여다보자.

세상은 12,000년까지 존속하고 3천 년씩 4번의 분기로 나뉜다. 세상의 종말은 4분기에 조로아스터가 나타나 1천 년씩 3번에 걸쳐 나타난다고 전한다. 1만 년이 되는 해 어둠이 세상에 널리 퍼져 태양과 달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15세가 된 소녀가 조로아스터교의 정액으로 이루어진 호수에서 목욕하고 '안셰다르'라는 구세주를 임신해 낳는다. 안셰다르는 13세가 되는 생일날, 태양은 10일 동안 한자리에 머물며 전 세계를 대낮같이 밝힌다. 하늘로 올라 야자타를 데리고 세상에 다시 와서는 사람들에게 정의를 가르치고 앙그라 마이뉴와 다에바들의 힘이 약해진다. 그리고 안셰다르의 능력으로 그가 죽은 뒤 사람들은 병에 걸려 죽는 일이 사라진다.

11,000년이 되는 해 앙그라 마이뉴 힘은 다시 강해지고 사람들은 질병, 전쟁과 굶주림으로 재앙을 맞는다. 또다시 순결한 15세 소녀가 조로아스터 정액으로 채워진 호수에서 목욕해 '#아우셰다르마흐'라는 아이를 임신한다. 두 번째 구세주이다. 아우셰다르도 13세 되는 해 태양을 6일 동안 저물지 않게 대낮처럼 세상을 밝힌다. 안셰다르처럼 아우셰다르마흐도 정의와 도덕을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악마 아지다하카가 모든 인류와 가축의 3분의 1을 죽이지만 아후라 마즈다가 보낸 영웅 키르사스프가 아지다하카를 죽여 없앤다. 사람들은 이후부터 너무나 평화스러워 동물의 고기를 먹지 않고 채소, 과일과 곡물로만 식사한다.

12,000년 인류는 다시 종말을 맞는데 이때도 15세의 순결한 소녀가 조로아스터의 정액 호수에서 목욕해 임하고 최후의 구세주 '샤오슈안트'를 출산한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갑자기 뜨거운 쇳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선량한 사람들은 아무런 일이 없었지만 사악한 사람들은 이 쇳물에 몸이 데여 죽는다. 그런 후 죽은 이들이 모두 되살아나 아후라 마즈다에게 최후의 심판을 받는다. 아후라 마즈다는 부활한 이와 산 이들 모두에게 자신의 빛을 비추자, 선량한 사람들은 더욱 눈부셔지지만 사악한 사람들은 더러운 배설물처럼 추악한 모습으로 변한다.

구세주 샤오슈안트는 최후의 심판을 위임받아 앙그라 마이뉴와 다에바들 그리고 이들을 따라 악을 저지른 사람들을 지옥으로 떨어뜨린다. 이와 함께 앙그라 마이뉴가 세상에 만든 죽음, 질병, 굶주림, 고통 등이 모두가 앙그라 마이뉴를 따라 지옥으로 사라진다. 그래서 이 세상은 영원한 생명과 젊음, 행복만이 가득한 낙원이 되어 아후라 마즈다를 따라 끝나지 않는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간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로아스터교는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숭배하는 3대 종교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원형이다.

단지 고대 그리스의 변증법, 고대 로마 친화주의적 포교, 고래 그리스-로마 문학 양식의 경전으로 정교화한 바울 덕에 기독교는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어 유럽과 신대륙의 글로벌 종교가 되었다.

반면 이슬람교는 알라(엘) 이외의 신성화를 부정하며 만인이 평등한 호혜 포용의 정책으로 단기간 세계 주요 종교가 되었다. 이에는 비무슬림에게는 세금을 걷는 대신 포교를 강요하지 않는 평등의 정신이 큰 역할을 했고 실제 에스파냐의 이슬람 제국이나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제국들이 이런 정신에 입각해 기독교보다 이슬람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불교의 미륵불에 이르기까지 중앙 집권형 종교 체계의 원형을 조로아스터교가 마련해 줬다는데 대해 깊이 인식하다면, 조로아스터교를 고대 원시 종교의 하나로 간과하는 무지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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