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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바 라이팅 Nov 25. 2019

중국의 고액 연봉 제안에 이직한 한국 연구원의 최후

2003년 무렵 부터 한국 대기업들의 중국 북방 진출이 러시를 이뤘다. 곧이어 전자 IT분야의 대형 공장들이 천진 등 북경에 가까운 북방지역을 점령했다. 2010여 년이 다가오자 남방개발에 혈안이던 중국 정부의 노력으로, 내수시장이 진작되고 부동산 개발이 이어져 동관, 혜주 등의 남방 지역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이전했다. 그 이후는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현재의 베트남으로 곧이어 이동했다.


값싼 인건비, 허술한 노동규약, 불공정하게 호혜적인 친기업 정책, 외자에 대한 막대한 비과세라는 네 가지 요소가 중국을 꿈의 공장으로 만들었다. 그때의 중국이 현재의 경제대국 중국을 만들었다.


그런데 2015년 이후 비대해진 내수시장, 부동산 거품 붕괴, 공장 산업의 포화 등으로 인해 중국은 자본으로 꾸려진 M&A 괴물로 변신했다. 해외 기업을 무작정 사들이고, 해외 부동산을 마구잡이로 매입하고, 선진 기업의 임직원들을 고액 연봉과 각종 복지 혜택을 내세워 자국으로 끌어들였다. 그때 국내 디스플레이, 화장품, 반도체, 게임 분야의 한가닥 한다고 손꼽히는 연구원들과 임원들에게 위안화가 다발로 담긴 007 가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국내 급여가 평균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상위 계층의 샐러리맨만 비교해보면 외국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큰 것이 사실이다. 학력 평준화에 이어 급여의 평준화가 극심하고 이는 또 다른 부조리와 불평등을 낳고 있다. 미국의 경우 동일 연령대에서도 실적과 능력에 따라서는 같은 급여 고용직이라도 30배 이상 차이나는 곳도 있고 대부분 5배가량의 차이는 서로가 인정해 주는 범위에 든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라면?


만일 나의 입사 동기가 나보다 5배 더 많은 급여를 받는다면?
 회사는 1년 이상 견디지 못하고 문 닫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상위 실적의 고용직 연구원들에게 중국의 신생 대기업들이, 중국은행과 정부 차입금으로 대기업이 또 다르게 설립한 신생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추파를 던진다면? 아마 십의 구는 솔깃해 중국행을 택할 것이다. 이렇게 중국행을 택할 때의 심경은 아래와 같다.


하나, 잠시 몇 년만 다녀오는 거니까 국내 시장에서 잊힐 염려가 낮을 거야.

둘, 중국에서 계약서 등 이직 조건을 철저히 체결해 놓으면 뒤통수 맞지 않을 거야.

셋, 몇 년만 일하면 수십억을 받으니깐 내가 조금만 고생하면 한국 와서 편히 살 수 있어.

넷, 중국 가서도 대충 일하며 비밀 기술은 숨기면 돼, 난 매국노가 아니야.


이런 네 가지 생각에 있어서 모두 자신했기 때문에,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내가 아는 지인들 모두 이 같은 자기 당위성과 확신 없이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업을 운영하는 내 눈에는 이미 당시부터 충분히 짐작되었던 대로 최후를 장식했다.


첫째, 미국이나 유럽이나 어느 나라의 기업을 운영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공감하는 진리가 있다. "중국 애들과는 서류로 된 계약서는 아무 의미 없다"라는 사실이다. 한두 번 뒤통수 맞는 게 아니다. 중국 기업과 일하기 전에는 항상 모든 돈을 미리 받거나 혹은 에스크로 설정을 해 두어야 한다. 서류? 계약? 중국 기업에게 이 따위는 서양 선진 제국주의자들의 침탈 시 사용되었던 미끼들에 불과하다. 오히려 서면 계약서 등에 대해 대놓고 불편해하는 중국 기업인들도 자주 봤다.


둘째, 대부분 '연봉 5억 이상, 대형 주택 제공, 자녀 외국인학교 입학, 연중 무제한 한국 등 외국 출입국 특례' 등을 제안받는다. 고용직으로 살던 샐러리맨들에겐 혹할 제안이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조삼모사보다 더 한 미끼다. 연봉 5억, 이라는 제안에 대해 급여직은 자신이 5년 동안 중국 회사를 다니면 25억 원을 받는다, 라는 계산을 한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연봉 5억 원짜리를 6개월 안에 자르면 2억 5천만 원 정도만 쓰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 연구원을 데려온 기업에서는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의 선택을 한다.


하나는, 한 두 달 지켜보다가 영 아니다 싶으면 바로 해고시킨다. 그러면 회사로서는 큰 비용 지출이 없다. 게다가 한 두 달 만에 잘린 한국 연구원은 당황하여 한국으로 돌아가기보다 그곳에서 자신이 할 일을 찾게 되고, 이런 연구원들이 또 다른 한국 연구원을 수입하는 브로커가 되기 마련이다. 중국 회사로서는 손 안대고 한국의 고급 연구원들을 수색하고 스카우트할 인력을 자체적으로 갖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6개월 이내에 한국 연구원의 기술자료와 노하우를 빼내기 위하여 갖은 불공평 대우를 가한다. 아래로 수십 명의 인력을 배치시켜 한국 연구원이 도저히 실적 관리를 할 수 없게 한다. 하는 수없이 자신의 노하우와 기술자료가 공유할 수밖에 없게끔 만든다. 아니면 당근과 채찍을 교묘히 써가며 빠른 시간에 단감을 빨아먹는다. 이럴 때마다 고민하는 한국 연구원에게 다가오는 또 다른 유혹이 있다.


가장 빠른 시간에 세계 1위가 될 중국 기업에 네가 임원이 될거야.



그러다 보면 어지간한 연구원들은, "그래 내가 국내 대기업으로 돌아간다고 사장, 부사장을 할 수 있을 것도 아니고, 중국에서 한번 키워보자"라는 선의식이 발동한다. 그렇게 정점에 치달은 선의식은 한국연구원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게 만든다. 하지만 결과는? 6개월이나 1년이면 온갖 비루한 변명과 멸시를 통해 스스로 회사 문을 나서도록 분위기를 조장한다. 그리고 그 모멸감을 견뎌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주재원이나 사업하던 사람들이 현지에서 한국 식당이나 가게를 열어 먹고 살 만했다. 하지만 요즘의 중국 대도시는 서울만큼 혹은 분야에 따라서는 서울보다 월등히 비싼 값을 치르게 한다. 말 그대로 눌러 앉기도 돌아 오기도 어려운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중국으로 기술 팔아먹은 자를 반겨줄 한국 기업은 눈씻고 없다. 소송이나 고소 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일 지경이다.


중국에서는 글을 모르는 다수가 수천 년을 살았다. 그래서 서면 계약이나 합의서 등에 대한 신뢰가 낮고 불신이 저변에 깔려 있다. 대신 상호 간의 합의에 대한 가치를 우선순위로 둔다. 합의를 이유로 서면의 서류를 무효화하는데 거리낌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아무리 계약서를 살벌하게 작성해도 중국 기업에게 그 서류는 한낱 종이 조각에 불과하고 언제든지 해약하거나 무효라고 주장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외국 기업가들에게 중국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종족으로 비하당한다.


지금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직할 고민을 하거나 꿈꾸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미국이나 유럽으로 진출하기를 권장한다. 그곳에 기회가 없다면 굳이 해외 진출을 서둘러 혹은 국내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진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안에서 제대로 못하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새기 마련이다.




직장인을 위한 또다른 꿀팁)

https://youtu.be/WIdO5EXzP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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