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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바 라이팅 Dec 15. 2019

클래식 오페라 공연을 보기 전 반드시 외워야 할 에티켓

Libiamo libiamo ne'lieti calici를 정열적으로 부르는 알프레도와 비올레타가 부럽다. 그들에게는 축배의 노래가 비콘이 되어 후광을 비춘다. 소프라노와 테너가 천상의 화음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https://youtu.be/hjB3fOjidT4


이탈리아 아리아는 팡~ 하고 터져나가는 내지름으로 클라이맥스를 종결한다. 앙코르와 칭송을 받기 더없이 좋다.


브라보! 브라보!



뒷줄 건너 크게 외치는 관객의 들뜬 추임이 거슬린다. 그러려니 넘어가려는데, 연신 허리 숙여 무대를 옮기는 남녀 가수에게 쇠 같은 목소리로 브라보를 외친다. 정말 듣기 싫었다.


O lieb, so lang du lieben kannst를 리릭 소프라노가 심오하고 가냘픈 감정선을 따라 청중에게 사랑을 읊조린다. 남녀노소 모두의 청중이 소프라노의 표정과 들숨으로 표현되는 아련함에 눈과 귀를 사로잡혔다. 리스트의 피아노가 끝을 알리는 페이드아웃으로 여운을 길게 남기자, 벼락같은 함성이 동시에 터졌다.

https://youtu.be/hhyWbDnXvDQ



브라보! 보라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아가씨에게 '총각 잘했어'라는 희한한 추임을 던지다니. 가수에 대한 예의도, 무대를 준비한 기획자와 스태프에 대한 예의도 아니었다. 더구나 베르디와 리스트가 무덤에서 피를 토하고 대노할 일이다.


A E O I, 네 알파벳만 외우면 모두가 행복할 텐데, 최소한의 에티켓을 위해 '아에오이'는 입에 외우고 다녀라.



이탈리아어는 단어 어미의 모음으로 성별을 구분한다. A, E, O, I.만 외우면 무식해지지 않는다.


A. 여성 가수나 액터의 공연이 끝나면 브라바, Brava를 외친다.
E. 여성 가수가 둘 이상 출연했다면 브라베, Brave를 부른다.
O. 남성 가수나 액터가 혼자 훌륭한 공연을 보였다면 브라보, Bravo로 환호해 준다.
I. 남성 가수들이 여러 명이거나 남녀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면 브라비, Bravi라고 연신 휘파람 불며 일어나 환호해 주면 좋다.


우리가 흔히 사랑하는 아리아는 신고전주의 후 낭만시대에 인간의 세속적 사랑과 시련을 담았던 오페라 부파가 대부분이다. 나는 오페라 세리아의 헨델과 카스트라토를 사랑했다. 흔한 오페라 부파도 좋지만 세리아에서의 합창과 웅장함을 더 좋아한다.


나폴레옹이 계몽사상을 유럽 전역에 퍼뜨린 후 신고전주의를 통해 클래식이 정의되었듯, 서민적 대중화로 인해 오페라 부파는 전문 음악인의 리사이틀과 콘서트를 잉태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거창하고 긴 오페라의 갈라쇼나 이보다 짧은 아리아 몇 곡으로도 충분히 먹고살게 되었다. 바야흐로 특정 청중에게 음악을 바치던 시대에서, 청중이 뮤직 히어로를 찾아가 열광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그리고 저렴한 이탈리아 부파의 관객을 통해 브라바, 브라베, 브라보, 브라비가 의례적 인사처럼 전례화 되었다.


굳이 이탈리아어대로 문법을 지킬 필요가 있느냐? 라고 반문한다면, 굳이 오페라를 왜 듣냐고 나는 되묻는다. 트로트나 팝을 듣고서 형식을 파괴하는 게 낫지 않은가, 라고 말이다.


클래식과 오페라는, 갖춤과 앎과 행동함의 미학이 즐겁다. 애써 무식해지려고 갖추고 행동할 필요가 없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즐기고 느낀다, 라는 진리를 새삼 기억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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