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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 엄마란 이름으로 살던 써니들의 송년회

한국새생명재단의 난치병 어린이에게 관심을.

by 아메바 라이팅

영화 써니에서 여고시절로 돌아간 칠공주의 익살맞은 에피소드가 미소를 자아내게 만드는 보니 엠의 써니가, 뱅 앤 울프슨 A9 스피커에서 울려 퍼진다.


https://youtu.be/l_P5xnBCvcg


꺄르륵, 꺄르륵, 호호호, 하하하



이십 대에서 육십 대에 이르는 그녀들의 오른손에는 프랑스 샴페인을 반쯤 채운 길쭉한 잔이 주얼리처럼 크게 반짝인다. 약속된 '블랙 앤 레드'의 드레스 코드를 즐겁게 고민하며 셀레여 왔던 몇 날 며칠이 그녀들의 드레스에서 빛이 난다.


영화에서 회상 장면이 화면을 흐리자 갑자기 수십 년 세월이 거스러는 것처럼, 드레스 코드를 맞춘 그녀들이 바이허 문화살롱 라운지에 들어서자 모두가 여고시절 써니로 바뀌었다.


남편과 자식, 그리고 사회의 굴레를 떠나 그녀 자신만을 위한 우아한 송년회가 그녀들의 손으로 열렸다.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아이디어와 용기를 내어, 그녀들 스스로 꿈꿔왔던 써니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누구도 이상하게 쳐다 보거나 그렇다고 타인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격려하고 칭찬하며, 서로의 아름다운 용기와 자존감을 부러워하느라 입에 침이 마를 틈이 없다.


브라뷰라 피아니스트로 리스토마니아라는 광팬의 신드롬을 일으켰던 리스트를 파리의 마담 마리 다구가 데뷔시켰듯이, 문화살롱을 즐기던 매월 20여 명의 그녀들이 바이허 문화살롱을 통해 '써니마니아'로 환생했다.


베스트 드레서를 뽑는 알록달록한 스티커를 주고받으며, 십대시절 마니또 게임처럼 가슴 뛰는 수줍음을 만끽한다.


암투병으로 생의 기운을 잃었던 어떤 그녀,

자식과 남편의 성장에 헌신하다 젊은 시절을 망각했던 어떤 그녀,

우울증과 피해의식에 눈물지었던 또 다른 어떤 그녀,

다른 삶이란 다시 없을 거라고 체념하다 울음을 터뜨렸던 어떤 그녀들이,

오늘 써니가 되어 파리의 귀부인처럼 송년회를 즐겼다.


35명의 참석자 모두가 내놓은 자선 경매품들이 한국새생명복지재단의 난치병 어린이들을 돕는데 기부된다. 그래서 써니들은 경매품도 내야 하고 경매에도 참여해야 한다. 그냥 돈으로 낼 수 있지만 경매를 통해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호가를 부르는 주체적 자아를 즐겨본다.


맥칼란, 보드카, 아토마이저, 퍼퓸 오일, 코트, 명품 구두, 귀걸이, 팔찌에 이르기까지 그녀들의 로망과 함께 했던 페르소나들이 그녀들 앞에 도열했다. 그리고 누군가 옆사람의 호가에 넘어가 또 다른 그녀의 써니를 빛내 줄 것이다.


5만원, 저는 6만원, 저 7만원 할래요!



억 단위의 경매호가처럼 조심스레 울려지는 금전의 팡파르에도 꺄르륵 웃음이 폭발한다. 가을날 시멘트 도로 위를 나뒹구는 낙엽을 보고도 큰 웃음을 보냈던 써니들이 돌아왔다.


한 시간여의 경매를 마친 후, 송년회의 목적을 이뤘다는 뿌듯함에 행복해하며, 본격적인 수다와 술잔이 속도를 올렸다. 그리고 곧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까지 90년대의 써니를 위한 추억도 라운지의 새벽에 설렘색 핑크색을 도배해 주었다.


https://youtu.be/kXXFlw5n6LE


새벽 3시까지 문화살롱 바이허 라운지의 붉은 카펫 위에서, 19세기 파리 캉봉 거리의 주인이었던 귀부인들처럼 그리고 대한민국 90년대의 써니처럼, 그녀들이 꿈에서만 상상해보던 엘레강스를 만끽했다. 모든 그녀들이 어릴 적 당연히 한 번쯤 그려보았던 오늘의 그녀들을, 이제야 실현한 것이다.



20년 강남 엄마로 살다 문화살롱에 푹 빠진 그녀, 쉽지 않은 육아맘에서 당차게 제 삶을 찾아 나선 또 다른 그녀, 그리고 미래의 장미꽃을 야무지게 거머쥘 주인공으로 성장 중인 막내.


파리의 마지막 코르티잔이라 자부했던 코코 샤넬보다 더 큰 자부심을, 어제의 써니들이었던 오늘의 그녀들에게 선사하는 코르티잔으로 바이허 문화살롱의 그녀들을 꼽고 싶다.


럭셔리는 일상의 필수품이 아니다. 하지만 럭셔리는 자존감과 자의식의 고결함을 부르는 필수품이다. 그래서 럭셔리는 잃어서도 잊어서도 안될 삶의 지참금이다.

마지막으로, 럭셔리는 돈, 권력, 위력이 아닌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부산물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제의 써니들이여. 럭셔리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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