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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바 라이팅 Dec 27. 2019

우주의 왕자 근육맨 '히맨'에게 웬 처녀막 타령?

난감하네? 우주의 여왕 쉬라

힘이여 솟아라! 그레이스 컬.


추억의 만화영화에서 힘찬 구호와 함께 찬란한 빛이 울퉁불퉁 근육맨을 만들어낸다. 이름하여, 너무나 남성적인 마초가 등장한다.


히맨, He+Man,으로 우주를 평정하고 악의 무리를 해치운다. 그리고 남매 여왕인 쉬라가 너무나 서구적인 섹시한 얼굴의 글래머가 함께 한다. 미국적 마초이즘과 할리우드적 드라마의 플롯이 결합됐다.


그런데 우스울 정도로 바보 같은 히맨의 이름이 Hymen과 유사하다. Hymen은 의학상 처녀막을 뜻하는데, 결혼을 상징하는 고대 그리스 여신인 히메나에오스(Hymenaeos)에서 유래됐다.


우주의 왕자 히맨을 처녀막과 헷갈리다니.



처녀막이란, 생물학적으로 질 내부로 세균이나 박테리아의 침입을 막기 위한 신의 창조물이다. 이러한 기능이 기니피그나 두더지에게는 더욱 발현되어, 기니피그는 성교 후마다 처녀막이 매번 만들어지고 두더지는 평생 서너 번 정도 처녀막이 형성된다, 라고 한다.


순결이 처녀성이고, 처녀성은 처녀막의 존재 여부로 이어진다잣대에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전반적으로 부정하지만 완벽히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깔끔하게 고개를 젓고 싶지 않다.


처녀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 그리고 남성과 성교하지 않은 처녀는 숫처녀라는 이름으로 남성의 정복욕과 승부욕이 불타오른다.


내 여자는 순결해야 하지만, 그 파괴는 나만이 해야 한다.



문명의식이 기록으로 남은 시대의 동서고금에서 여성의 순결은, 나라를 흥망에 빠뜨렸고, 영웅의 부족을 달리하여 살육의 대상을 바꾸었고, 작게는 한 남성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식자들은 궁금했다.


순결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지?



쉽게 처녀막이라고 우기며 만연히 그곳을 후벼 들여다보는 오욕도 최근 일이백 년 내의 사건일 뿐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여성의 소변이 고 거품이 일면 처녀라고 믿었고, 유두가 뾰족하게 하늘로 향하면 순결하다고 생각했다. 조선의 궁녀는 손목에 앵무새 피를 흘려 머무르지 않고 흘러내리면 그날로 궁을 나야 했다.


그런데 과거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체육관에 1,000여명의 10대 소녀들을 발가벗긴 채 성기에 물을 부어 스며들지 않으면 처녀로 인정해 공출해갔다. 여성의 순결에 대한 남성의 집착이 권력, 사회, 경제적으로 확대되었고 고착화되었다. 단지 페미니즘이라는 거대한 불화산에 역풍 맞지 않으려고 형태를 희석해 다양화하고 모습을 숨겼을 뿐이다.


크리스마스날, 성당에서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퀴즈에 이런 문제가 나왔다. 그리고 어느 똘똘한 초등학생이 크게 팔을 들어 다짜고짜 답했다.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신 마리아께 요셉이 도망가자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네, 처녀가 애를 가졌기 때문에 돌팔매로 죽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처녀막이라는 초미세적 순결의 척도에서 벗어나 성교를 해 본 적 없는 순수한 처녀에게로 순결의 시각을 돌리자는 결론은 너무 적나라한가?


순결을 두고 생물학적, 사회경제학적 행위에서 벗어나, 상대에 대한 사랑과 신념으로 순결을 숭고하게 정의하고 싶다. 하지만 어쩌면 이를 척도로 하고나면, 오히려 이 세상 순결이 더욱 사라질 것 같아 숭고해지고 싶지 않다.


이래저래 세상은 순결과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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