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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바 라이팅 Jan 27. 2020

팀 쿡과 에릭 슈미츠가 투자해 망가뜨린 스타트업 기업

스타트업의 사업 아이템이 갖추어야 할 조건

구글 창업자 에릭 슈미츠와 애플 CEO 팀 쿡이 투자했다고 해서 한 때 화제가 된 스타트업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투자받으며 연명하고 있기는 하다. 친환경 절수 고기능 샤워기 개발업체인 Nebia이다.


2013년 설립된 후 시장조사와 엔젤 투자를 목적으로 샌프란시스코와 인근 카운티의 고급 피트니스와 호텔 체육관에 무료로 그들이 개발한 시제품을 설치했다. 이듬해 2014년 팀 쿡에게 다가가 품평 후기를 구하던 중에, 큰 호평을 얻었다. 반 농담 식으로, 지극히 비미국적 무례한 에티켓이었는데, 그럼 우리 회사에 투자할 의향이 있느냐, 라고 도발했다.


결과는 미국적 칭찬에 죽자고 덤빈 네비아의 승리였다.


공식적으로 밝힌 적 없지만, 내가 핀터레스트 사장에게 듣기로는 팀 쿡이 하는 수없이 25만불 정도를 투자했다고 한다. 이어 에릭 슈미츠도 개인 투자를 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나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나도 아는 바가 없다.


지금까지 네비아가 외부 투자를 유치한 전체 금액이 900만 불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에릭 슈미츠의 투자 규모도 팀 쿡과 유사할 것이라고 본다. 지난 5년 동안 80여 억 원을 투자받았다는 사실에서 아래를 유추할 수 있다.


ㆍ시제품에서 본격 양산으로 여전히 접어들지 못했다.

ㆍ기술이나 디자인 측면에서의 미완성이라기에는 제품 특성상 투자금액이 너무 크다. 역시 다른 문제점이 본격 양산을 막고 있다고 봐야 한다.

ㆍ팀 쿡과 에릭 슈미츠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위의 문제점은 극복하기 어려운 난제이다.


결론부터 정리하자면, 팀 쿡은 스스로 투자해 성공해 본 적 없는 전문경영인이고 에릭 슈미츠는 평생 딱 한번, 구글로 성공한 게 전부이다. 


그들이 손대는 것마다 성공하는 아이템이라고 여기는 게 바보 같은 상상이다. 오히려 제로섬 이론이 따른다면 손대는 것마다 이제는 실패해야 공평하다.


네비아에 대한 투자는 아마도, 반미국적 접근법에 당황한 팀 쿡이 하는 수없이 소액으로 생생만 낸 측은지심이 전부라고 본다.


네비아의 샤워기는 스타트업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며, 투자에 매우 비적격하다. 그 이유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캘리포니아의 절수와 단수 조치를 고려하더라도 샤워기를 별개로 구매하는데 399달러라는 큰 돈을 투자할 사람은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외부인에게 제한되어 전시효과가 없고, 구매자에게도 감각적 프라이드를 심어주지 못하는 샤워기 따위에 타제품의 십여 배 비싼 가격을 지불할 목적의식이 일어날 리가 없다.


둘째, 물 사용량을 최대 65% 줄여주고 3배 이상 물을 빠르게 분사시켜 준다고 하지만, 물살 빠르고 절수하는 샤워기를 일부러 구매할 지지층이 지 않다. 게다가 샤워 용수를 최대 65% 줄이려고 샤워를 삼가는 사람이 없는 만큼, 비용이나 실생활적 측면에서 큰 메릿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고급 아파트나 저택에서는 리사이클 시설과 장치가 워낙 잘 되어있어서 이런 용량의 용수를 아낀다고 사회적 공익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셋째, 기술과 제조 측면에서 사실상 장벽이 없다. 못해서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비용 단가 대비 시장을 점유할 가치성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학예회 수준의 기술과 아이디어로 하드웨어 사출 조립 제품을 만들어 내다 팔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시장 무식자의 발상이다.


혹여나 팀 쿡과 에릭 슈미츠가 투자했다는 네비아의 사업 아이템에 착안하는 어리석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쓴다. 그들도 어쩌다 한번 성공한 사람들이고, 그 성공이 지대했을 뿐이다.


사업 아이템이란, 철저히 시장과 고객의 매몰찬 천대 속에서도 살아남을 것인지 백번 이상 체크해 보는 것이 탄생의 시작이어야 한다.


팀 쿡과 에릭 슈미츠가 투자하지 않았다면, 진즉에 포기하고 또 다른 아이템으로 시장 선봉자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내가 이십여 년간 여러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보면서 느낀 점 가운데 하나가 있다.


시장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스타트업 사업가를 곪게 만드는 마약에는, 섣부르고 어설픈 투자 만한 게 없다는 사실이다.




P.S.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 경험에 기반해 작성한 것으로써, 보편적 시각과는 다소 차이가 클 수 있습니다. 읽는 분들은 이 점을 고려해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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