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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바 라이팅 Mar 12. 2020

열정이 무분별을 만나면, 세상을 망하게 한다

IMF 시절 칼국수 매니아의 데자뷰가 떠오른다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가장 앞서 있다고 자신합니다.

입사하려고 목을 메는 면접 대상자를 두 눈 부릅 뜨고 쳐다봐 줘야 하는 이 조그만 에너지도 아깝게 느껴진다. 가장 저급하고 가장 식상한 대답.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강합니다! 제 살 깎는 누워서 침뱉기라는 사실을 이 친구는 모르겠지, 라는 생각에 그 친구나 나나 갑자기 측은해졌다.


20년이 넘는 그리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다고도 말할 수 없는 내 인생의 마지막 학창 시절. 젊고 피 끓던 우리들이 가장 싫어하게 된 음식이 생겼다. 졸지에 무개념, 무분별, 무식과 무지의 대명사가 되었던 음식, 칼국수다.


평생 일이라곤 해 본 적 없던 대통령이 '머리는 빌려도 체력은 빌릴 수 없다'라면서 자기 몸의 두배나 되는 미국 대통령과 미군 부대 어디 즈음에서 이른 새벽 조깅으로 자신 만의 트레이드 마크를 이콘화했다. 나는 소리 없이 말했다.


체력을 빌릴 정도면 대통령을 해서는 안 되지.
머리는 아무리 나빠도 자기걸 써야지.


지금도 칼국수를 먹으면 왠지 머리가 둔해지고 다리만 빨라질 듯 해서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 열정은 아무나 부려선 안 된다는 사실을, 역사 속 어느 대통령이 우리나라 21세기를 이끌어 가는 중심 세대에게 확고한 교훈으로 안겨주었다. 그분의 열정이 유일하게 빛나는 점이다.




오늘 WHO가 글로벌 판데믹을 선언했다. 흑사병과 같은 재앙도 아닌 일종의 폐렴으로 번지는 바이러스 질환을 두고 온 나라가 얼어붙었다. 경제도, 정치도, 사회생활도, 친구들과의 교류도, 그 많던 술자리도, 주말의 외식도, 모두가 꽁꽁 얼어붙었다. 참 별스럽다 싶어 이제는 화가 나기 시작한다.


신문 지상에서 애닳은 표정이 보일듯이 가여운 내용의 기사를 보일 때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실제적인 코로나의 실상을 파악한 나라, 대한민국.
앞선 IT 기술과 첨단 의학으로 드라이빙스루 검진이 가능한 나라, 대한민국
낮은 치사율은 대규모 검진 능력으로 인해 확인자 모집합이 많이 때문.
발빠른 초기 대응이 낮은 치사율로 이어진 모범 사례, 대한민국.


정말 이렇게 생각하나? 바보들인가?


치사율이 낮은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크고, 전파력이 낮은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높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현대 의학과 보건 시스템 하에서는 '치사율이 높아도 전파력이 낮은 바이러스 질환'이 오히려 통제하기 쉽다. 반면에  전파력이 높은 바이러스는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전염된 확진자 모집합의 개체수가 무지막지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치사율이 낮아도 절대 사망자 수가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높아진다. 그 유명한 스페인 독감도 치사율은 실제 2~3%대 정도였다고 한다.


스페인 독감으로 죽었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수가 약 3천만명이라고 한다면 사실상 15억명이라는 세계인구가 감염된 꼴인데, 지구 상에 숨 쉬는 사람들은 거의 스페인 독감이 걸렸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두 가지 우스운 결론에 도달한다. 하나는, 치사율이란 확률을 무슨 수로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모집합의 개체수를 어떻게 확정할 수 있지? 그리고 바이러스 질환의 기저와 증상 발현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절대 사망자 수치 외에 신뢰할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치사율이 어쩌고 어째? 웃기네. 정말 호들갑들이다.




나는 코리언 판데믹을 조국의 죽창가에서 보았다. 아, 큰 일이다. 싶었다. 대재앙이 오겠구나, 열정이 삭히지 않은 그대들을 보노라면 칼국수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이 떠오른다. 그리고 평생 제대로 자신의 재산을 자기 힘으로 벌어본 적 없는, 입으로만 연명했던 자들에 의해, 어두운 바이러스가 널리 퍼져났다. 서초동으로 광화문으로. 그리고 나는 바랐다.


제발 정치와 정쟁에서 멈추어야 할 텐데. 행정과 국정으로 전염되면 큰 일인데.


결국 큰 일이 났다. 사망자가 핵심인 바이러스 질환에서 확진자의 숫자를 수십년전 아시안게임의 금, 은, 동메달 속보하듯이 지상파, 종편은 물론 정부가 나서서 난리들이다. 확진자가 무슨 큰 의미라고 저 정도까지 저러나? 사망자의 발병, 사망형태 등에 대해서만 뉴스화하고 바이러스 질환이 비켜나갈 때까지 일반 국민들이 주의할 정도만 상시 경고하면 충분할텐데. 수천억원을 들여 확진자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는데 혈안이 된 이 나라를 보면서, 무분별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합해 보인다.


무분별, 분별력이 떨어져 사리 판단을 하지 못하다.


저런 에너지와 자금이 있다면, 교통사고, 아사, 영양실조 등에 예산을 투입한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확진자를 조기에 밝혀내어 살려낸 비사망자보다, 차라리 생활고와 경제난에 그리고 미래에 대한 참담함에 죽음을 택하고 싶은 예비 사망자의 수가 수십, 수백, 수천배로 늘어갈 것이다. 


그건 지금의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열정어린 무지한 정부'의 무분별이 자초한 결과이다. 득실ㆍ경중ㆍ완급 조절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지금 국민을 살리는 중인지 죽이는 중인지 잠시 먼 산 위에 생각해보길 바란다.


등신이 따로 없다. 일본이 소재를 팔지 않겠다는 희대의 코미디를 벌일 땐 극일을 하자며 호들갑을 떨더니, 바이러스 유행엔 온나라를 판데믹으로 밀어넣었다. 코로나가 죽이는 그대들의 국민보다, 그대들의 무분별로 얼어붙은 시국이 앗아갈 생명이 더 클 것이다. 못나고 못났다.


혁명은 혁명가에 의해 주도되지만, 혁명 후 물러나지 않은 혁명가는 대부분 독재자나 나라를 망친 등신이 되었다. 역사의 상습적 전철이다. 명심하고 새겨라.


경제 개념이 제로인 정치인 집단에게는 절대 국정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사실, 20여년 만에 다시 실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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