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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바 라이팅 Oct 04. 2019

기발 그 자체,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책 읽어 드립니다]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저자 : 요나스 요나손

역자 : 임호경

출판사 : 주식회사 열린 책들 (2019년 10월 10일 10쇄)


관장님은  칸막이로 권위를 돋보이는 관장실에서 스마트폰 게임에 빠졌다. 무어라 말을 관장님에게 걸어 보려던 코치님이 20초 정도 혼자 떠들다 샌드백치는 날 곁눈질하다 쓰윽 자리를 떠난다. 관장님께 떠들지 못한 수다를 내게 떨기 시작했다.


아니, 트럼프는 입만 거칠고 우째 김정은 한대도 못 때린데요?
하튼 김정은이 참 난  놈이에요. 그쵸?


반드시 동의를 직접 듣겠다는 의지가 상당했다. 샌드백으로 오른손 바디를 때리며, 욱 소리를 내다 소리 내어 대답했다. 당연하죠, 난 놈이죠, 라고 코치님 소원을 풀어줬다.


수다는 40여 분 동안 이어지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코치님은 이윽고 미트질까지 받아줬다. 미트 하면서도 두 주먹에 한 마디씩 수다를 받아줘야 했다.


이것도 체력 훈련의 연속인가? 배가 너무 아프다.


모바일 앱에서 책 한 권을 주문했다. 제목이 뭔가 친근해서였다. 알고 보니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후속작,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이다.


율리우스와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사기 친 돈이나 탕진하며 지내던 알란은 101세 생일날, 율리우스와 열기구를 타고 작품의 페르소나인 검은색 아이패드를 품에 안고 북한의 우라늄 밀수입 선박에 구조된다.


이후 북한에서 세계적인 핵 개발자 행세를 하다  북한이 콩고의 굿럭 윌슨에게서  밀수한 우라늄 4킬로그램을 들고 스웨덴 외교관이 되어 미국으로 도망간다. 트럼프의 정신 나간 자아도취에 열 받은 알란은 우라늄을 독일의 메르켈 총리에게 맡긴 뒤 다시 스웨덴으로 유유히 종적을 감추었다.


하지만 율리시스가 한눈에 뜨겁게 사랑한 사비네와 함께 장의사로 유니크한 관을 팔다가, 북유럽 나치들을 척살시키고 덴마크를 떠나 탄자니아, 케냐를 거쳐 주술사의 롤모델을 만나러 간다.


하필 북한이 추가로 구입하려던 우라늄 400킬로그램을 직접 차로 싣고 가던 굿럭 윌슨을 만나 그를 죽이고 우라늄을 또다시 빼앗아 전세계 평화를 위해 메르켈에게 다시 건네준다.


케냐에서 율리시스는 인도ㆍ스웨덴인 구스타브 스벤손, 독일 여자 요원 랑카와 함께 아스파라거스를 재배하고, 알란은 빌어먹을 아이패드에서 이젠 트위트까지 하며, 전세계에 소란을 일으킨다.


알란이 세계를 한 바퀴 돌며 본의 아니게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동안, 전세계의 주요 정상들과 지도자들은 그들의 인간성과 가벼운 면면을 드러내며 희화의 아이템으로 전락한다. 김정은, 네타냐후, 트럼프는 천하의 악동이자 대책 없는 인간들로, 푸틴은 유럽과 미국 질서를 교란시키며 이간질을 하지만 이 세 사람보단 넓고 길게 세상을 보는 여유를 보여준다. 하물며 최고의 지도자로 묘사된 메르켈 마저도 총선을 앞두고는 선거를 의식하는 작은 가벼움도 보여준다.


세상만사는 원래 이렇게 가볍게 짜이고 원래 그렇게 복잡해 보여도 어차피 가벼운 존재감으로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쉽게 말해서, 그냥 너무 재미있다.


오늘도 전세계의 핵무기와 핵전쟁을 걱정하며 김정은과 트럼프의 머릿속을 드나드는 코치님 같은 분들이, 세계 곳곳에서 알란처럼 우리가 모르는 세계평화의 영웅으로 가볍게 살아갈지도 모른다.


알란의 102세 생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아니 무슨 일을 알란이 일으킬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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