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배낭여행? 난 캐리어 여행!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 여섯 번째 라오스 이야기

by beingwriter

‘배낭여행’은 가방 하나에 필요한 것들을 넣어서 메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자유로운 여행이다. 단순히 배낭을 이용하는 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현지 흙길을 걷고 경제적으로 빠듯한 예산을 집행하는 것도 포함한다. 라오스는 배낭여행자의 천국 또는 성지라고도 불린다. 실제 만난 많은 여행자들이 배낭을 메고 다녔고 그들은 라오스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인 태국, 베트남도 함께 여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청춘이기에,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기보다는 불편을 극복할 패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패기가 정답은 아니다. 청춘이니까 힘든 것도 참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힘든 청춘들에게 왜 여행도 힘들게 가라는 것인가? 그건 배고파서 우는 놈한테 아무것도 안 주면서 버티라고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청춘도 사람인데 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좋은 호텔을 놔두고,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들 키를 더 바닥에 가깝게 만드는 배낭을 굳이 멜 필요는 없다. 모르는 여행자들과 함께 놀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게하에 머물며 즐기면 된다. 다만 청춘이란 단어를 핑계삼아 일부러 나를 고생길로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친구들과 소소하게 놀고 싶어서 팔을 고생시키는 캐리어를 끌며 라오스를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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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한 번의 팁으로 5만 낍 정도를 드렸다. 우리는 마음이, 우리를 도와준 사람들은 지갑이 풍요로워진 것이다. 여행만 오면 만수르(아랍에미리트의 억만장자)로 빙의 하는데, 그건 여행에 와서 원 없이 써야 한다는 칩이 몸에 박혀서 손이 지갑 근처에만 가도 센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라오스는 물가가 저렴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해도 우리나라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싸다. 우리가 묵은 호텔들은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사람이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이 힘든 걸 직원들이 도와줬으니 그만큼 감사함을 전한 거다. 내가 옮겼을 생각을 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 가까운 관계라도 나는 부탁하거나 요청하는 것을 마음의 빚으로 생각한다. 친구이기에 당연한 도움이라고 가볍게 치부하지 않고 친구이기에 도와준 마음의 무게를 내가 짊어질 무게로도 여긴다. 팁은 형식적인 문화가 아니라 마음을 전달하는 소중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을 넘어갈 때도 여럿이 함께 타고 갈 수 있는 밴(van)이 있지만 우리는 친구들끼리 편하게 가고 싶어서 돈을 2배 정도 더 내고 프라이빗 밴을 탔다. 차에 타서 다리를 펴고 누우니 “돈 벌어야 해.”라는 감탄하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터져 나왔다. 이게 바로 자본주의의 무서움이다. 여행을 와서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건 일을 버티고, 상사를 버티고, 사람을 버티고, 하루를 버텼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가능하면 여행에서는 버티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전소주(가명)는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서 회사를 다닌다고 말하는 친구다. 이 친구는 버는 족족 여행에 쓰고 텅장 과 미래에 대해서도 어떻게 될 거라고 말하는 담대한 친구다. 나는 이 친구처럼 여행이 최우선 순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가치와 행위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회사에 다니며 돈을 버는 것은 내 삶을 만족스럽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마련하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왜 계속 아침마다 눈을 뜨고, 버스를 타고 있지?”, “돈을 왜 벌어야 하지?”란 생각이 들거나 번아웃이 되면, 내가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거나 좋아하는 것에 돈을 쓴다. 좋아하는 것에 내가 열심히 번 돈을 쓰면 행복함과 함께 돈 버는 경제활동의 가치를 체감하게 된다. 그러면서 일하고 싶은 동기가 샘솟아서 그런지 통장은 늘 텅텅 비어있다. 내가 돌봐야 하는 ‘나 새끼’가 즐겁기 위해 쓴 것을 어찌 모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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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명품을 사거나 차를 사면서 행복의 수단(명품)에 대한 정당성을 만들어 간다. 어떤 것이 되었든, 돈은 나의 만족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고 목적은 아니다. 그러니 수단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거나 지치지 말아야 한다. 돈 벌려고 사는 게 아니니까. 난 열심히 회사에 다니고, 가끔 하는 취미 활동과 몇 년에 한 번씩 가는 타지 여행을 통해 순간순간 만족을 느끼며 이번 생을 살아가고 있다. 일에 미치다 보니 삶이 망가져서 더는 일에 삶의 목표를 두지 않는다. 캐리어를 끌면서도 우리는 구석구석 돌아다닐 수 있고 트래블러가 될 수 있다. ‘무엇을 들고 가느냐’보다는 ‘왜 가느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삶에 대한 만족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헛된 노력은 없다. 노력의 결실이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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