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잘 먹고 잘 쉬고 잘 노는 게 일이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 일곱 번째 라오스 이야기

by beingwriter

여행에서 지켜야 할 나만의 룰이 있다. 그것은 현지 음식이나 문화 체험하기, 미쳐서 놀기다. 방비엥의 분위기와 풍경에 취해 밥도 안 먹고 열심히 수영을 하다 보니 흙을 먹어도 맛있을 것만 같은 배고픔이 밀려들어 왔다. 수영이고, 절경이고 다 필요 없는 굶주린 상황에서도 우리는 처음 먹는 라오스 음식을 잘 먹어야겠다고, 맛있다고 소문난 현지 식당으로 걸어갔다.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먹으면 안 된다. 먹는 것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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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라오스 음식이기에 다양하게 주문했다. 닭죽(까오 삐약 까오), 쌀국수(까오 삐약 센), 볶음밥, 망고 밥, 수박 주스, 사과 주스, 맥주가 나왔다. 사진을 찍을 생각도, 이성도 없이 손은 본능적으로 음식으로 만 움직였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주문한 망고 밥 빼고는 다 입에 잘 맞았다. 도전은 도전으로 만족한다. 중년 여성 의 요리사가 혼자 요리를 해서 음식이 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맛있어서 다른 음식을 더 주문하고 싶었지만, 다른 손님이 들어와서 2차로 고기구이를 먹으러 갔다. 진짜 원래 하루에 두 끼 정도 먹는데, 여행와서는 간식까지 해서 대여섯 끼는 먹은 것 같다.


패키지 여행은 여행사가 예약한 식당에서 그들이 정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내 의견이나 선택권은 없다. 그래도 나름 현지 음식을 파는 곳으로 데려가긴 하는데, 맛은 잘 모르겠다. 이와 달리 자유 여행은 맛집에 가서 맛난 것들을 먹을 수 있다. 아니 꼭 맛집이 아니어도 괜찮다. 다섯 끼 정도 먹으면 그 중에 내 입맛에 맞는 집이 웬만하면 하나는 있다. 여행을 가면 음식을 많이 먹는다. 현지 음식에 대한 기대감도 있고 활동이 많아서 소화가 잘되다 보니 입맛이 쫙쫙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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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에게 추천받아서 간 2차 뽈살구이집에서 뽈살 2인분, 모듬 2인분에 맥주, 음료를 주문했다. 그런데 라오스 음식의 양은 1인분이 우리나라의 0.5인분 정도라서 추가로 더 주문하기로 했다. 직원한테 추가로 주문하려 했지만, 그분이 영어가 능통하지 않고 우리는 라오어가 능통하지 않아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아 서로 미소만 짓고 있었다. 나는 배를 부여잡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아임 헝그리.”라고 말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접시를 들고 검지손가락만 펴고 “원 모어, 원 모어.” 이러면서 배고프다는 시그널을 보내자 우리는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받은 뽈살구이 한 접시는 꿀맛이었다.


사실은 우리가 모둠구이도 한 접시 더 달라고 했는데, 결국 전달이 안 돼서 뽈살구이만 받았다. 사람은 배가 고프면 확실히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다. 대신 배가 부르면 한없이 여유롭다. 그렇게 웃으면서 보디랭귀지를 한 여유를 봐라. 좀 전까지만 해도 땅거지가 될 뻔했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열심히 먹는 사람이 있고 열심히 안 먹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전자에 속한다. 속이 허하면 더 외롭고 더 짜증이 나서, 밥이든 뭐든 뱃속에 들어가야 한다. 일상에서 지치고 의욕이 없을 땐 일단 맛있거나 좋아하는 것을 먹으면 행복하다가 배가 점점 부르면서 잠이 스르륵 온다. 한숨 푹 자고 나면 다시 무언가를 할 힘이 생긴다. 무엇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스트레스를 소화하기 위한 힘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단, 살이 살짝 찔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세상은 참 솔직하다. 난 외모보다 마음을 든든하게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무기력이 아르헨티나까지 갔다면 밥을 먹어라. 일단 먹어야 우울해 하든지, 화를 내든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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