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힘은 독을 극복할 수 있는 자의 것이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 여덟 번째 라오스 이야기

by beingwriter

정보의 소나기에서 젖지 않기. 나는 사람들이 자유 여행을 가지 않는 이유가 귀찮거나 어렵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호텔을, 비행기를, 교통 티켓을, 입장료를 알아보고 구매하는 것이 귀찮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보기 싫어서 패키지로 여행을 가는 거다. 그리고 패키지 여행은 중간중간에 안내하는 사람이 있어서 신경을 많이 안 써도 된다. 이 모든 것은 여행자의 노력과 관련된 것이다. 내가 많이 공부하고 준비해야 하는 자유 여행이 버겁다면 패키지로 가는 게 더 낫다. 패키지만큼 여행자가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은 드물다. 왜 이름이 자유 여행이겠는가? 내 맘대로 있고 싶을 만큼 있고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으니, 귀찮고 힘들어도 참아야 하는 거다. 세상의 이치가 이러하다.


라오스는 청춘의 여행지라서 그런지 자유 여행으로 많이들 오는 것 같았다. 우리도 여행 전에 여행지, 숙소 등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예약도 했다. 계획을 해도 현지 사정과 내 사정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변동가능성이 적은 숙소는 많이 알아봤다. 그런데 알아볼수록 지치고 귀찮아졌다. 아니, 여행을 가는데 왜 이렇게 생각할 것도 결정할 것도 많은지 정말 피곤했다. 다행히 같이 간 친구 중에 임순수는 여행 계획을 세우며 일정 짜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가고 싶은 곳을 얘기하고 구체적인 건 그 동생에게 위임했다. 여행 가기 전부터 질릴 뻔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어차피 여행 가서도 수많은 정보에 노출될 테니 미리 과부하 걸리기는 싫었다. 그렇게 우리는 중요한 정보를 검색하여 예약만 하고 구체적인 액티비티나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교통편 등은 현지에서 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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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는 게 많을수록 사는 데 도움이 되니까 많이 배워야 한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자랐다. 맞는 말씀이지만 예외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님, 이해해 주세요. 낯선 여행지처럼 새로운 곳이나 잘 모르는 분야에서는 오히려 많은 정보가 독이 될 수도 있다. 현지에 가서 발품을 팔고 시간을 더 쓰면서 저렴한 입장권, 교통수단, 액티비티 패키지를 예약할 수 있지만, 그 비용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그냥 가깝거나 편한 곳에서 예약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단, 결정한 다음에는 다른 곳이 얼마인지 비교하거나 정보를 찾지 말아야 한다. 취소할 거 아니잖아? 취소한다고 해도 시간이 아깝다. 사람들이 구매 후에도 정보를 찾는 건 궁금증을 해소하고 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목적이 크지만 굳이 모든 것을 알고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잘못된 선택이라 철회할 게 아니라면.


인터넷만 연결하면 제품이나 시세 등을 다 알 수 있어서 마트에서도 가격을 검색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검색하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비행기, 버스, 액티비티 패키지와 같은 것은 판매하는 곳마다, 시간마다 가격이 달라서 검색해서 싼 걸 산다. 나도 같은 재화라면 굳이 돈을 더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최저가를 찾아서 구매하지만 그 액수 차이가 크지 않으면 그냥 바로 보이는 곳에서 산다. 그 차액만큼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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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의 액티비티 예약에 관한 정보들이 블로그에 가득했지만, 우리가 확실히 결정한 것은 한국인이 예약해 주는 가게였다. 혹시 사고가 났을 때 의사소통 및 처리가 편한 점을 고려해서 직접 가서 예약하기로 했다. 두 집 건너 한 집이 액티비티와 관련된 업체들이었지만 두리번거리지 않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에 가서 1인당 120달러의 열기구, 블루라군3과 튜브를 타고 동굴을 탐험하는 튜빙을 묶은 패키지투어,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프라이빗 밴(85달러)까지 다 예약했다. 이외에도 방비엥에는 카약킹, 다른 블루라군, 버기카, 짚라인 등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었지만 하고 싶은 것만 예약했다.


‘아는 사람한테 눈탱이 맞는다’는 말처럼 한국인 업체가 가격은 다른 업체보다 비쌀 수도 있지만, 혹시 생길지 모를 문제를 해결할 때 유리할 것으로 생각해서 다른 업체는 방문하지도 않았다. 솔직히 다른 업체보다 비싼지 안 비싼지 모른다, 검색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업체에 가서 정보를 알게 되면 비교하고 따지다가 예약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거나 더 들어간 돈을 아까워하며 속상해할 게 뻔하다. 중요하지 않은 것에는 단순하게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짧은 여행 기간을 가격 비교에 쓰기엔 너무 아깝다.


여행을 계획할 때 너무 많은 정보를 찾거나 검색하면 걱정과 생각이 늘어서 여행을 가기 전부터 지친다. 호텔 비교, 현지 액티비티 비교, 교통편 등 할 일이 너무 많고 봐야 할 정보도 방대하지만 우린 한방에 방비엥 투어 관련 예약을 다하고 반미 와 로띠 그리고 수박과 망고를 사서 숙소로 갔다. ‘이 얼마나 여유롭고 풍요로운가.’ 숙소에 가서 오늘 즐긴 이야기를 하다가 푹 자면 내일 즐거운 액티비티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를 힘들게 하지 말고 가끔은 알아도 모른 척, 몰라도 모른 척 하는 게 필요하다. 온전히 나를 위해서.



“나름 최선의 선택을 했다면 돌아보지 마라, 목이 아프거나 배가 아플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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