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이지 않아도 괜찮아, 인생 만족도는 내가 마음먹기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 열한 번째 라오스 이야기

by beingwriter

‘신성한 산’이란 뜻인 푸시 산은 동네 뒷산 정도의 높이로, 우리나라의 남산처럼 루앙프라방 시내 중심에 있다. 일출을 보지 못해서 여행 내내 많이 아쉬웠는데 결국 나는 아침에 일출을 보러 갔다. 국내 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상관없이 여행지에 가면 일출을 꼭 보려는 나만의 루틴, 욕심이 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면 마음이 단정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가끔은 일출, 일몰을 본다. 왕국박물관 맞은편에 있는 푸시 산 정상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면 새를 파는 상인을 만날 수 있다. 새를 날리면서 소원을 비는 거라고 하는데, 난 내 몸을 챙기기도 힘들어서 그냥 지나쳤다. 올라가는 길에 사원이 있어서 승려들의 모습이 보였는데, 그들도 우리와 다를 게 없었다. 아침부터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전통과 현대는 이렇게 가깝게, 조화롭게 지내고 있다.


한 20분 정도 올라간 것 같은데 나에게는 정복하지 못한 다이어트처럼 힘들고 버거웠다. 여행 막바지라 체력은 바닥이었고 새벽부터 일어나 피곤한 것도 한몫 했다. 라오스로 출발할 때부터 정말 일정에 꼭 넣어야 한다고 강조한 곳이지만 이렇게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 걸어 오를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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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에서 산 비어라오 티셔츠가 흠뻑 젖고 가쁜 숨 때문에 배가 꿀렁거리며 푸시 산에 오르니 내가 만든 선물이 눈앞에 있었다. 포기하려던 내가 한 발자국씩 만들어 놓은 광경은 물안개 같은 몽환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산과 구름이 서로 엉긴 배경 아래에 사람들과 거리의 불빛들이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안개와 구름으로 일출을 선명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구름이 점점 붉게 퍼지며 어떻게든 본인의 등장을 알리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했다. 만약 내가 숙소에서 자고 있었다면 숙면이라는 선물은 있었겠지만 조금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에 루앙프라방의 아침이라는 선물을 받아서 더 의미가 있었다. 특히 새해 첫 일출이라는 오래 기억하고 싶은 추억이 되었다.

“세상이 지옥이 아니라 내 마음이 지옥”이라는 말처럼 공간이나 상황보다는 내가 먹는 마음에 따라서 이 상황과 장소가 천국이 될 수 있고 지옥도 될 수 있다. 긍정적으로 마음먹고 생각하려 해도 쉽지 않은 걸 알지만 힘들다고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비록 1%가 있을지라도 긍정적인 부분을 더 보려고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어차피 상황이나 환경은 내가 쉽게 변화시킬 수 없으므로 내 안의 평화는 내가 조절하는 게 현명하다. 조절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나 말고는.


나도 하루에 열두 번도 더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아 그냥 숨만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삶을 살아가야 하고 그 삶을 즐기거나 재미있게 느끼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좋게 생각하려 한다. 내가 굳이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여행을 가서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여행을 통해 나를 알아갈 수 있어서 가치가 생기는 것처럼.



“더는 선물을 산타클로스가 주지 않는다, 어른이는 내가 나에게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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