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 열여섯 번째 라오스 이야기
엄마의 김치찌개와 콩자반, 멸치볶음, 진미채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엄마가 아니고 집밥이. 아침도 안 먹으면서 꼭 여행만 가면 생각이 난다. 라오스의 아침은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으로 주로 해결했는데, 호텔은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부담스러운 맛이나 향을 절충하기 때문에 리얼 현지 음식에 대한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았다. 특히, 관광지라서 우리가 그냥 들어간 식당도 다 비슷한 맛이었다. 동네 사람들과 같이 먹는 일상적인 음식을 맛보고 싶었다. 그래서 현지 주민들이 장을 보는 아침 시장으로 아침밥을 먹으러 갔다.
아침 시장은 우리의 전통시장과 같이 채소, 고기, 생선 등 다양한 것들을 사람들이 길에서 팔고 그 중간마다 우리의 백반집 같은 식당이 있었다. 우리는 시장에 있는 식당과, 시장에서 조금 떨어진 포장마차 같은 식당에서 닭죽, 쌀국수를 먹었다. 포장마차 같은 식당에서 처음으로 약간 꽈배기 같은 음식도 함께 받았는데, 그냥 먹어도 간이 되어 있어서 맛있었다. 그래서 꽈배기를 열 개 더 사서 들고 다니면서 먹었다. 크크크. 정작 이 첫째 가게에서는 사진을 안 찍었다.
맛있다고 소문난 가게에서 닭죽을 여러 번 먹었는데, 라오스 주민들과 함께 먹는 닭죽이 최고였다. 그냥 뭔가 더 따뜻하고 정겨워서 할머니가 엄마에게 해 줬을 것 같은 음식 맛이었다. 주변 친구 중에 일부러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동네나 시골과 같은 곳에 가는 친구가 있는데, 왜 그랬는지 닭죽을 먹으면서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라오스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곳이라 어딜 가나 한국어가 들렸다. 여행의 다양한 맛 중의 하나는, ‘사람들이 나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내가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는 갓이다. 그래서 몰입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한국인이 없는 게 좋다. 이상하게 레어더에 한국인이 잡히면 영어부터 행동까지 나의 모든 게 신경 쓰인다.
수수함과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감동이란 맛을 준 따뜻한 아침이었다. 그들의 문화와 생활에 관광객이 아니라 ‘동네 주민’의 일원처럼 되어서 그런지 마지막 날 먹은 조식의 온기가 잊혀지지 않고 그 거리와 주변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누군가에게 위치나 맛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만 선명하게 남는 추억 하나쯤을 여행에서, 삶에서 남겼으니 난 만족한다. 목이 늘어난 티셔츠가 나와 함께한 흔적이며, 훈장이라 닳아 없어지려 해도 도저히 버리지 못한다. 나와 함께 하면서 나의 몸에 익숙해져서. 라오스에서 포근한 엄마의 정을 느껴서 더 그리움이 남는다. 진짜 엄마는 여행 동안 매일 보이스톡을 해서 많이 그립지 않았는데. 라오스에 있으면서도 라오스가 그리운 그런 날이었다. 익숙해진 일상의 라오스를 떠날 생각에 많이 서운했던 것 같다.
“새롭고 화려한 매력은 나를 잠시 홀리지만 평범하고 아늑한 일상은 내 온몸에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