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금지 구역에서 탈출하기

by 빛별

며칠 전 참석한 콘퍼런스에서 김영하 작가님의 강연을 들었다. 강연의 주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유난히 오래 머릿속에 남은 문장이 하나 있었다.


"내가 절대로 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떠올려 보라."


나는 곧장 세 가지를 떠올렸다. 폴댄서, 프리랜서, 영화 출연. 모두 내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건 절대 못 하지'라고 단정하는 순간, 그 반대편에서 은근한 호기심이 고개를 들었다.


아이들 여름 방학을 앞두고, 나와 남편은 아이들의 의사는 묻지 않은 채 주 5회 수영 강습과 주말 승마 강습을 신청했다.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는 마음에서였지만, 다소 폭력적인 선택이었음을 인정한다. 아이들은 이미 배드민턴과 줄넘기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하계 체력훈련 캠프' 같은 방학 일정표가 완성됐다. 냉장고에 붙여둔 그 표를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여름방학은 이렇게 빡빡하게 채우면서,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내 삶에 도전했을까?'


취업, 결혼, 육아라는 큰 과업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로는 더더욱. 어느새 내 삶은 '도전 금지 구역'이 되어버린 듯하다.


오늘 오후에는 신연선 작가님의 북토크에 참석했다. 다른 많은 좋은 이야기들 가운데 '나를 성장시키는 주변인의 힘'이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콕 들어왔다. 함께 글을 쓰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첫 장편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내 마음을 세게 울렸다. 그렇구나, 혼자서는 해내기 어려운 일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 '주변 사람들'에게 있을 수 있구나. 최근 다니고 있는 그룹 피트니스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혼자였다면 벌써 포기했을 운동도, 함께 소리 지르고 이 악물며 하다 보니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


전혀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 하지만 어쩐지 동경하는 일들을 실제 '도전'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나를 수영장으로, 승마장으로 억지로라도 끌고 갈 누군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억지로라도 등을 떠밀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언젠가 해야지.', '그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야.' 같은 말만 평생 반복하게 될 것이다. 비슷한 하루를 반복하며 안정감을 느끼는 어른이 된 나를 도전의 무대 위에 세우려면, 스스로 피워낸 작은 용기와 함께 주변의 격려와 약간의 강제성도 필요한 것 같다.


요즘 밈으로 유명해진 유노윤호의 <Thank U> 노래 가사를 따라 이렇게 적어본다.

첫 번째 레슨: 먼저 용기 낸 사람 곁에 있기

두 번째 레슨: '같이 해보자'는 말 한마디에 따라나서기

세 번째 레슨: 동료를 믿고 끝까지 해내기


북토크 마지막, '글 쓰는 사람들의 위한 팁'을 묻는 질문에 신연선 작가님은 이렇게 답했다.


"자기 검열을 내려놓고, 일단 많이 쓰세요."


때로는 허술하고 민망하고 하찮은 일일지라도, 내 안의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무너뜨린다면 그것 역시 '도전'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거창한 성취가 아니더라도 삶의 리듬에 작은 균열을 내는 일. 그리고 그 균열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나를 조금씩 변화시키는 일.


아이들에게만 새로운 경험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나도 불편함을 감수하며 한 발짝 나아가야겠다. 그래야 이번 방학에 아이들을 향해 느꼈던 미안함도 덜 수 있을 것 같다. 꼭 세상에 내놓을 만큼의 '성공'이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결국 중요한 건 나만의 웃기고 서툰 작은 도전의 기록들, 그리고 그 기록들 속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나 자신이니까. 그 끝에서야 나도 아이들 '곁'에 막무가내 엄마가 아니라 '함께 도전하는 사람'으로 설 수 있을 것 같다.


*글쓰기 모임 동료들과 김영하 작가님 강연을 듣던 바로 그 순간, '우리도 소설을 써보자'는 말이 나왔다. 내겐 폴댄서만큼이나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인데... 이런 글까지 써버렸으니, 이제는 꼼짝없이 그 '같이 해보자'는 말에 따라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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