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고 싶었다면 용기 내서 들어가 보자. 혼자가 어렵다면 함께
방학이 끝나간다. 개학 날짜를 바라보며 지난 방학 더 누리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것은 비단 학생의 일만이 아닌 것 같다. 어쩌면 교사들이 그 끝을 더 아쉬워할지도... 월요일 아들 둘이 모두 개학하는 날이자 교사 친구들도 대부분 개학해 이틀 뒤가 개학인 나는 방학을 조금 더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 새벽 혼자 잠에서 깼다. 잠만보인 나에게 이것은 고도의 스트레스 상황이거나 긴장 상황 둘 중에 하나인데 내 개학이 아님에도 이렇게 긴장하고 있나 보다.
개학이 다가오자 마음이 더 분주하다. 방학 시작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들을 다 했던가 하며 방학을 더 누릴 궁리를 한다. 그러나 요 며칠 내가 분주히 마음을 움직여했던 일은 고작 집 안의 옷장 정리 이불 빨래 책장 정리 등등이었다. 그렇게 책상을 정리하다가 문득 작년에 작성했던 연말정산 노트를 발견했다. 연말 정산 노트란 일 년간의 일들을 정리하며 100가지 질문에 응답해 보는 것이었는데 지난 주수희 워크숍 때 '희'선생님의 선물로 함께 작성했던 것이었다. 그 연말정산의 마지막에는 계속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나는 그곳에 다음과 같은 것을 적었더랬다.
1. 꾸준히 운동하기(체력의 한계를 느끼던 한 해였기에)
2. 영어 공부 계속하기 (늘지 않는 영어를 계속 못 놓는 나다.)
3. 책 더 많이 읽기(연평균 독서량이 가장 현저하게 낮았던 업무에 치이던 한 해였다.)
4. 소중한 사람들 잘 챙기기(변함없이 곁을 지키며 보내주는 다정함에 큰 위로를 받던 때였다.)
5. 책 쓰기 도전!
기억도 안 나던 나의 목록들이었는데 마지막 목록에서 흠칫하게 된다. 책 쓰기 도전이라니. 기록 당시의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저건 내 책일까 동아리 아이들의 책일까. 동아리 아이들의 글을 묶어 책으로 만들어준 해였다. 책 쓰기 교육 연구회에 있으며 내 책이 없다는 게 새삼 아쉬웠을까? 연말에 내가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이어서 도전이라는 단어를 붙였겠지. 하며 더듬더듬 기억해 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1,2,3,4번은 완벽하진 않아도 계속하고 있긴 하다. 작년보다는 업무가 익숙해져 책 읽는 시간도 조금은 더 늘어났고, 영어 공부는 듀오링고의 도움을 받아 가늘고 길게 나아가고 있다.(하지만 역시 안 는다. 하하) 주 2회 필라테스는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틈틈이 가족들과 천변을 달리기도 한다. (얼마나 뛰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거죠? 하하)
그런데 책 쓰기는 시작도 안 하고 있다는 게 내 도전의 현재 모습이다. 내가 하고 싶던 도전은 '책 쓰기'였다면 지금쯤 어떤 책을 만들지 구상정도는 하고 있어야 했는데 내가 쓴 글을 목록화해 보는 일도 어떤 책을 만들어볼지도 상상하지 못했다. 도전이란 이렇게 어려운 것임을. 그래서 내가 책 쓰기 뒤에 도전을 붙였구나.
새로운 분야를 처음 시작하기로 용기를 냈어도 한 걸음 내딛기가 쉽지 않다. 내 경우엔 이미 학생들 책을 편집해서 내준 경험이 있고 또 방학마다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에 강의를 가기도 한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글도 모아 책을 만들기도 하니 책을 만드는 기술은 어느 정도 습득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책을 만들어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용기의 부족일까 불성실함일까.
사실 책을 만들려면 글이 있어야 하고 꾸준한 기록이 있어야 할 테다. 나는 '주수희'라는 쓰기 모임의 독려에 힘입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글을 함께 쓰고 있다. 주수희가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글을 쓰긴 써야 하는데 하며 시간만 보내고 있었을지 모른다. 내게 글을 쓰자고 말해주는 나의 글쓰기 친구들. 또 내가 글을 올릴 때마다 (실은 몹시 부족한 글임에도) 감탄을 보내주는 남편 및 지인들. 그들의 응원에 힘입어 이 새벽에도 이렇게 글을 써본다. 책을 만들기엔 부족한 글들이지만 글을 더 성실하게 쓰고, 퇴고에 퇴고를 거듭한다면 조금은 책으로 엮을만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져본다.
이제 2학기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그 말은 올해의 하반기가 남았다는 말. 지나가버린 상반기에 못했던 도전을 이제라도 기억했으니 남은 하반기에는 도전을 마무리했다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마침 지난 연수에서 김영하 작가의 강연을 주수희와 함께 들었는데, '창의성'과 관련된 강연을 들으며 우리도 이야기를 써볼까? 소설을 써보면 어떨까? 라며 소곤댔던 우리였다. 우리 주수희도 사실 이런 소곤거림으로 시작된 글쓰기 모임이다. 그 생각을 하니 벌써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내딛기 힘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싶은 용기가 생겼는데 엄두가 안 날 때. 내 주변에는 내 손을 잡고 함께 나서줄 이들이 있다. 이제 두려움을 조금 내려놓고 작년에 도전하고 싶었던 일을 도전하는 2학기를 만들어 가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자 2학기가 걱정되고 두려워하지만 말고 용기를 내보고 싶다. 2학기 도전하는 나를 기대하며. 글 더 많이 더 자주 쓸게요. 확언의 힘을 믿으며. 동료들과 함께 내 도전을 우리의 성공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표지사진은 지난 갑천 산책 때 찍은 열풍선. 열풍선을 보다니 행운이었다. 올해 나도 열심히 연료를 때워 내 도전의 풍선을 띄워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