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위한 결혼 축사

웃음과 눈물이 섞인 언니표 결혼 팁

by 빛별

결혼을 앞둔 동생이 나에게 축사를 해 달라고 했을 때, 사실 고민이 많았다.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순간에 내가 혹시라도 분위기를 망치지는 않을까, 어른들 앞에서 괜히 민폐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동생의 부탁을 외면할 수는 없어서 결국 수락했고, 며칠 동안 한 줄 한 줄 마음을 담아 적어 내려갔다. 혹시 눈물이 터져 나올까 봐 최대한 가볍게 쓰려고 애썼는데, 막상 앞에 나가 동생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나중에 남편이 찍어준 영상을 보니 내가 축사를 하는 내내 작은 소리로 "울지 마", "이겨내", "힘내"하고 계속 응원해주고 있더라. 그 응원 덕분인지, 울음이 걸린 목소리를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지만, 큰 문제없이 축사를 끝내고 박수를 받으며 자리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축사 정말 좋았다", "들으면서 같이 울컥했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아, 다행히 결혼식을 망치지는 않았구나 싶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신부의 언니입니다. 사실 축사 제안을 받고 ‘내가 이 자리에 서도 되나?’ 하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보통 이런 자리는 연륜 있는 어른들이 하시잖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저는 동생의 가장 가까운 결혼 선배이자, 아이 둘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로서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겠다 싶어 용기를 냈습니다.


제 동생은 늘 가족의 예상을 뛰어넘는 사람이었습니다. 국토대장정 완주, 혼자 서울살이, 어려운 전문직 시험도전, 그리고 할머니도 아시는 멋진 회사에서 일할 거라던 꿈을 이룬 것까지 정말 자기 길을 스스로 개척해 왔습니다. 후회 없이 도전하고 남초 회사에서도 당당한 커리어 우먼으로 살아남는 동생을 보며, 저는 ‘얘는 결혼 안 해도 잘 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멋진 싱글라이프를 내려놓게 만든 분이 바로 오늘의 신랑입니다. 동생이 늘 “형부 같은 사람 만나고 싶다”라고 했는데,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거든요. 그런데 동생의 남자친구로 소개받아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지켜보니, 신랑은 차분한 심성과 단단한 마음가짐, 그리고 선한 미소까지 모두 갖춘 분입니다. 동생이 이렇게 멋진 분을 만나 연을 맺게 되어 언니로서 정말 기쁩니다.


00아, 너에게 말해주고 싶은 결혼생활 팁이 있어.

첫째, 다툼은 짧게 사과는 빠르게.

결혼은 ‘누가 맞느냐’보다 ‘누가 먼저 사과하느냐’가 더 중요하더라

둘째, 갈등이 생기면 아이스크림, 치킨, 그리고 ‘당신 말이 맞아’ 이 세 가지가 최고의 해결책이야. 순서는 상관없어.


제부에게는 세 가지 미션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지금처럼만 아내를 많이 웃게 해 주세요.

둘째, 자주 사라지는 휴대전화를 잘 찾아주세요.

셋째, 우리 가족 단톡방에서 끝까지 살아남아주세요.

이 세 가지만 해내면 성공입니다


마지막으로 여기 계신 많은 결혼 선배님들 앞에서 감히 말씀드리자면, 부부로 산다는 건 늘 50:50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떤 날은 80:20, 또 어떤 날은 10:90이 되기도 합니다. 모래성 게임을 할 때 모래를 많이 가져와서 깃발을 쓰러뜨리는 것보다, 모래를 조금만 가져오고 깃발을 지키는 게 현명할 때가 있듯이요.


그리고 결혼의 비밀은 거창한 이벤트보다 매일의 작은 친절에 있다는 것도요. “오늘 하늘 예쁘다”라는 한 줄 문자, 집 앞 공원을 손 잡고 걷는 시간, 아침에 부스스한 모습도 예쁘게 봐주는 눈빛…이런 순간들이 쌓여 점점 더 크고 단단한 사랑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제일 재미있고, 제일 설레지만 가끔은 제일 피곤한 모험을 함께 할 두 사람을 늘 응원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용기와 웃음, 그리고 따뜻함이 두 사람의 앞길을 환하게 비춰줄 거라 믿습니다. 오늘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가족을 대표해 감사드리고, 두 사람 앞날에 늘 작은 친절과 큰 사랑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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