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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울 Jan 23. 2020

미궁

외계인 잡념이 지구 생활 사진에세이 10

미로는 여러 갈래 길이 있어 선택에 따라 길을 헤매게 되는 거야. 막다른 길을 피해 돌아다니다 보면 결국은 탈출할 수 있어. 그래 미로에 들어선 목적은 탈출이라고 할 수 있지.


이와달리 미궁은 길이 하나야. 게다가 도착점은 막다른 길이지. 미로보다 더 쉽게 보이지만 얼마나 가야 도착할지 또 끝에서 뭘 얻을 수 있을는지도 알 수 없어. 그리고 무엇을 얻었든,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나가야 해. 


왜 인간들은 이런 미궁 속에 들어가는 것일까? 


그냥 궁금해서야. 

그것이 사람을 움직이는 에너지. 


그러니까 이 미궁 같은 골목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지 말고 걸어가 보자고. 






#미노타우르스가 있는 건 아닐 거야.

#아무것도 없다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잖아.

#니 인생이 미로라면 얼릉 탈출해. 근데 미궁 같다면 일단 가보자고. 궁금해 에너지를 가득 가지고 말이야.








                        인터뷰 1




제 머릿속에 살고 있는 잡념이와 인터뷰를 시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 저기... 안녕하세요라고 해야 할까요? 오랜만이라고 해야 할까요?

잡념이) 꺼져! 저리 가! 



나) 그래도 대답이 빠르네요. 하여튼 나한테 세 들어 살고 있다는 걸 안이상 뭐라도 받아내야겠어요.

잡념이) 재섭서! 줄 것도 없어! 그게 목적이라면 이게 무슨 인터뷰야!


나) 인터뷰라도 받아내겠다는 말이지요. 줄 게 없다는 건 알고 있어요. 

잡념이) 핫핫핫! 줄 게 없다고! 내가 이제껏 얼마나 많은 것을 주고 있는데!


나) 나는 기억이 없는데요. 

잡념이) 이 인간이! 다 좋은 건 니 생각이고 쓸데없는 건 나라고 구분지어서 그런 거야. 잘 생각해봐. 나의 또 다른 이름을.


나) 음 망상? 공상? 잡생각? 잡스러운 것들이 자꾸 연상되네요.

잡념이) 그것이 니 머리의 한계야. 내가 만드는 수많은 생각 중에 갑자기 니가 번뜩하고 낚아채가는 거 있잖아. 아이디어라고 하지! 그거 다 내 거야.


나) 에이~ 아이디어는 쥐어짜 내는 건데 잡념이님은 그런 고민 안 하잖아요. 

잡념이) 같은 걸레를 계속 짜 봤자 구정물만 쬐끔 나올 뿐이야. 나는 대신 새로운 걸레를 계속 가져다주고 너는 그중 마음에 드는 새 걸레를 골라 짜내는 거야. 구정물이 더 많이 나오겠지? 비유가 걸레 같구먼.


나) 잡념이님이 던져준 생각을 바탕으로 아이디어가 탄생한다는 말이죠?

잡념이) 그렇지. 그러니까 우습게 보지 말고 언제나 메모해. 나는 반복 재생하지 않아. 사실 새 생각이 들어오면 이전 생각이 지워지는 그...

나) 돌대가리!

잡념이) 그렇지. 돌대가리... 아니야! 캐시 메모리 말이야! 멍하게 잡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정신이 들었는데 방금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잊어버렸을 때가 있지? 연속해서 잡생각을 키우고 싶은데 당최 기억이 안 나서 너무 답답할 거야. 당연히 기억 못 하지! 그건 니 생각이 아니고 내 생각이니까. 그리고 나도 기억 못 하니까 말이야. 


나) 뭔가 대단한데 바보 같네요.

잡념이) 헐!


나) 이상으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잡념이)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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