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개인사도, 업무도 버거운 가운데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있었고, 모든 상황은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없던 일처럼 나를 모르는 곳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 없이 새 출발을 하면 나을까 상상도 많이 하던 시기였다.
엄마한테도 오늘이 첫날이라는 게 너무 당연한데 나도 모르게 답답한 마음을 엄마한테 토로하고 심지어 엄마를 다그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도 힘들고 두렵고 지칠 텐데 묵묵히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일도 마음도 여러모로 힘들어하는 나와 언니를 지켜보면서 얼마나 속상해 하셨을까! 나는 여전히 부모의 깊은 속 마음을 알 리 없는 뼈 속 깊은 어린애였다.
그리고는 문득 내가 너무 나한테 측은지심이 과하게 몰입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차갑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현실로 자발적으로 다시 돌아왔다.
엄마의 이 진심어린 한 마디는 따스하게 나를 위로해주면서 피할 수 없으면 즐기고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자는 발상의 전환을 한계기 중 하나이자 내 인생 교훈 중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