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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크 Jun 07. 2021

이제는 내 보살핌이 필요한 부모님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을 어린아이처럼 생각하기

나 : A는 이모의 뭐지?
조카 A : 비타민!!
나 : 맞아! 그러면 이모가 우리 A 얼만큼 사랑하지?
조카 A : 많~이~
나 : 그렇지! 우리 A, 이모가 많이많이 사랑해!


사랑하는 34개월 차 조카 A를 만나거나 통화할 때마다 항상 묻 답하내용이다. 말문이 트이기 전부터 세뇌교육을 시켜서 귀여운 조카 A의 조그만 입에서는 '비타민'과 '많~이~'이라는 답변이 자동 반사로 나온다.


내 조카 A는 내 절친이자 존경스러운 우리 언니의 외모와 성격을 빼닮아서 내가 몰랐던 우리 언니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아 나를 매번 감동시키고, 나를 닮아 동물을 무척 좋아한다.


이를 원래 좋아하는 나는 조카 A가 태어난 후 세상에 존재 자체만으로 나에게 감동을 주고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차원이 다른 사랑스럽고 소중한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에 매일 감사하고, 조카 A가 짜증 나는 행동을 해도 무한의 인내심을 발휘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보호해주고 싶고, 용서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나의 힐링제인 조카 A 생각만으로 기분 좋은 어느 날, 

문득 앱과 홈페이지에서 각자 로그인을 해도 홈페이지 계정을 탈퇴하면 앱 계정도 탈퇴된다는 내용을 10분 넘게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한테 짜증을 냈던 날이 떠올랐다.


신 문물에 밝은 분이라 금방 이해하실 줄 알았는데 다양한 예시로 설명해도 홈페이지 계정은 필요 없어서 탈퇴하고 싶은데 앱은 계속 쓰셔야 한다는 엄마의 반복된 질문에 내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라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던 사건이었다. 짜증을 내고 아차 싶어서 엄마를 쳐다봤을 때 이해를 하고 싶어도 잘 안 되는데 짜증 섞인 목소리에 상처 받은 엄마의 표정을 봤고, 나는 곧바로 사과했었다.


너그러움이 필요한 건 이제 조카만이 아니구나!


요즘 60대는 젊다고 하지만 부모님께서 나보다는 30살이 많은 어른인 건 변함이 없고, 나도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새로운 것에 부모님은 더 많은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엄마는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셨는데 나는 그 짧은 적응 시간을 기다리지도 않고 '왜 이걸 이해 못 하지'라고 답답하다고 생각한 게 문제였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난 조카 A한테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나 자신과 곧바로 이해 못 하는 엄마를 다그치는 나 자신에 대한 괴리감을 느끼고 부모님을 조카 A 대하듯 너그럽게 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부모님의 비타민인 제가 이제 보살펴드릴게요!




곧바로 사과도 드리고 다짐 했지만 엄마가 상처 받은 걸 되돌릴 수 없기에 상처 받은 그날의 엄마의 표정이 문득 생각날 때마다 여전히 자책감이 든다. 그럴 때마다 다짐을 상기하며 미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부모님께 괜시리 안부 전화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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