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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B마트!!

가끔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필요하다

by 미니크

임신 초기 입덧이 심하진 않았지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갑자기 당기는 음식이 있었다.


새콤한 과일, 달달한 과자 등 그 시점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료품이어서 남편에게 먹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고민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B마트 시키자!


그러고 나서 앱을 켜더니 본인이 먹고 싶은 것도 장바구니에 쏙쏙 열심히 골라잡아 넣었다.


그러기를 한두 번.

틀린 말과 행동이 전혀 아니고,

오히려 우리 부부가 추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데

뭔가 묘하게 거슬리고 찝찝한 이 느낌은 뭘까...


아니,

내가 한여름에 딸기를 사달라 했나!

한겨울에 수박을 사달라 했나!

(요즘 과일들은 하우스 재배로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지만 넘어가자.)


남편의 성의 '없는' 태도

갑자기 욱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당시 한겨울이라 밖이 매우 춥고 귀찮지만

10분 거리 내 동네에서 살 수 있는

B마트는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하고,

남편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제인 비디오 게임하면서

그 짧은 타임아웃 시간에 앱을 켜고

무료 배달 금액 맞춘다고 본인 먹을 거까지

장바구니에 담는 남편이 왠지 밉상이라

머리를 한 대 콕 쥐어박으며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그놈의 B마트으으으!!
꼭 그렇게 해야 속이 시원했냐?
성의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 좀 보여주라!




몇 번이나 느낀 이 이상한 감정을 남편에게 전달한 후 일반 식료품이 필요했던 어느 날, 남편은 웃음을 참으며 "B마트에서 시킬까?"라고 말했고, 우리는 한바탕 자지러졌다.


그 후 "B마트 시킬까?"는 영화 혹성탈출의 "Apes! Together! Strong!" 대사에 이어 우리에게 또 다른 웃음 버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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