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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크 Jun 28. 2021

그놈의 B마트!!

가끔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필요하다

임신 초기 입덧이 심하진 않았지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갑자기 당기는 음식이 있었다.


새콤한 과일, 달달한 과자 등 그 시점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료품이어서 남편에게 먹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고민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B마트 시키자!


그러고 나서 앱을 켜더니 본인이 먹고 싶은 것도 장바구니에 쏙쏙 열심히 골라잡아 넣었다.


그러기를 한두 .

틀린 말과 행동이 전혀 아니고,

오히려 우리 부부가 추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데

뭔가 묘하게 거슬리고 찝찝한 이 느낌은 뭘까...


아니,

내가 한여름에 딸기를 사달라 했나!

한겨울에 수박을 사달라 했나!

(요즘 과일들은 하우스 재배로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지만 넘어가자.)


남편의 성의 '없는' 태도

갑자기 욱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당시 한겨울이라 밖이 매우 고 귀찮지만

10분 거리 내 동에서 살 수 있는

B마트는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하고,

남편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제인 비디오 게임하면서

그 짧은 타임아웃 시간에 앱을 켜고 

무료 배달 금액 맞춘다고 본인 먹을 거까지

장바구니에 담는 남편이 왠지 밉상이라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며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그놈의 B마트으으으!!
꼭 그렇게 해야 속이 시원했냐?
성의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 좀 보여주라!




몇 번이나 느낀 이 이상한 감정을 남편에게 전달한 후 일반 식료품이 필요했던 어느 날, 남편은 웃음을 참으며 "B마트에서 시킬까?"라고 말했고, 우리는 한바탕 자지러졌다.


그 후 "B마트 시킬까?"는 영화 혹성탈출의 "Apes! Together! Strong!" 대사에 이어 우리에게 또 다른 웃음 버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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