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적이 좋은 나이
얼마 안 남은 여유 누리기
어느덧 임신 9개월 차,
우리 부부에게 와준 고마운 이 아이는
내 뱃속에서 무럭무럭 크고 있다.
몸이 많이 무겁고
잠깐 서 있어도 온 몸의 끝이 저리고
실을 매단 듯 바닥으로 끌어당겨져서
한발 내딛고, 한 손 들기가 쉽지 않다.
배터리가 간당간당하듯 갑자기 잠이 쏟아지고,
요리 담당인 나는 횟수와 시간을 줄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함께 재택근무 중인 남편과 단 둘이
건강한 식사와 달콤 시원한 디저트를 먹고,
배가 적당히 부른 상태에서
살랑살랑 부는 선풍기 바람을 쐬며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약속이나 한 듯
아무 얘기 없이 손 잡고 눈을 감고 있을 때의 이 정적.
간간이 들려오는 바로 앞 초등학교 아이들의 웃음소리,
옆의 산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새소리,
몇 개 떨어진 블록에서 나는 새 집 짓는 탕탕 소리.
이 소리들 또한 나에게는 정적의 일부이다.
먼 훗날 돌아오게 될 이 정적이 벌써부터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