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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을 나부터 소중하게 대하기

배우자를 사랑하는 방법은 가화만사성

by 미니크

몇 년 전 TV 프로그램에서 추신수 - 하원미 부부의 미국 생활 초기 고생한 얘기가 전파를 탔었다. 하원미 씨가 임신 중에도 남편한테 매일 마사지를 해주고, 더 좋은 음식을 양보하는 등 내리사랑과 같은 무조건적인 희생과 헌신한 사례를 듣고 동급인 배우자 입장에서 상대방에게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건지 진심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내가 직접 했으면 했지 신경 써달라고 보채거나 징징거리는 스타일이 아닌 나지만 그때의 나는 남편보다 나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당연하게 우선시했었다.


결혼 생활 6년 동안 남편과 대립하는 크고 작은 숱한 고비에서 뼈를 깎는 고통을 느끼며 부부 사이에 대해 진지한 고민었다.


남편에 대한 내 사랑은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일까?
긍정적 관계 위해 남편에 대한 내 좋은 태도란?
나아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배려한다는 것 무엇일까?
내 남편이 집 밖에 어떤 대우를 받으면 좋을까?


그리고 작년 그 구체적인 해답을 찾았다.


진정으로 사랑하고 배려하 방법은 상대방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고, 그걸 위해 내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상대방에 대해 답답하거나 화 나는 일이 있어도 내 생각을 앞세우지 않고 상대방이 이렇게 생각하거나 행동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상대방 입장에서 먼저 생각한 후 머리로라도 먼저 이해하 짜증 내거나 화내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화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남편이 집 밖에서 사람들한테 업무적으로도 인격적으로도 인정받길 원하므로 집에서 이런 대우를 받아야 집 밖에서도 이런 대우를 받는 게 당연한거라 생각했다.


(알아줄 거라 기대는 하지 말고)
나부터 남편을 진심으로 편안하게 해 주면
결국 내가 편안해지니 선순환이 된다!


어차피 상대는 내가 아니고 내가 그 상대가 될 수도 없으니 내 마음으로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할 순 없다는 걸 인정하고, 상대방에 대한 '너그러움'을 조카, 부모님에 이어 남편한테까지 넓히는 내 태도가 결국 긍정적인 부부 사이를 만 수 있다는 나만의 결론이었다.


다행히도 연애 2년, 결혼 6년 총 8년을 넘게 겪은 남편은 다정다감하고, 나를 위해주고, 내가 잘해줄수록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라 내 노력을 알아봐 줄 확률까지 높았으니 더 시도해볼 가치가 있었고, 무엇보다 우리 부부 관계가 미래에 어떻게 변화하든 내가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면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후회가 없을 거라는 지극히 내 중심의 이유가 가장 컸다.


그래서 나는 남편을 바라보는 관점을 180도 변경했다.


나는 남편의 듬직한 동반자이자,
푸근한 엄마, 매력적인 여자,
귀여운 동생임을 모두 기꺼이 받아들이자!


남편의 성격 중 이해 안 가는 단점을 보면서 '왜 저럴까? 이해가 안 간다'라고 생각할 시간에 그 단점을 내가 어떻게 보완해줄지 고민하고, 역으로 남편의 장점, 특히 나에게 없는 장점이라면 나를 보완해 줄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 장점을 보고 배우 칭찬해주는 긍정 강화 요법을 실행했다.


그리고 내가 어떤 상황이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해줄 수 있는 거라면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특히 집안일 등은 남편과 나 둘 중 1명이 해야 되니 여유 되는 사람이 더 하면 된다고 일의 효율성을 우선 순위에 두며 마음 편히 받아들였다.


예를 들면 내가 작년 말부터 임신 중임에도 내가 임신했으니까 상대방한테 '더' 보살핌을 받아야 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올 초 남편의 이직과 두 명 다 재택근무로 많아진 집안일을 원래 남편 꺼, 내 꺼인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으며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더 하면 되는 거라고 마음을 먹었다. (실제로 지난 몇 달간 내가 남편보다 업무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내 담당인 요리에 원래 남편의 담당 집안일인 설거지까지 내가 대부분 처리했다.)


그리고 남편 몸 상태 안 좋을 때는 남편이 가장 시원하게 느끼는 발마사지를 해줬더니 임신기간 남편이 나를 해준 마사지 횟수보다 내가 남편을 해준 횟수가 더 많기도 했다. (이직으로 스트레스가 많고 몸상태가 안 좋은데 내가 임신 중이라 얘기 못하는 걸 알고 내가 먼저 제안했었다.)


남편이 내 발마사지를 받으며 갑자기 말을 꺼낸다.

남편 : 임신한 아내한테 마사지받고 집안일도 더 안 한다고 어디 올리면 어떤 댓글이 달릴까?
나 : 최소 '못난 x'이라고 손가락질받겠지?ㅋㅋㅋ
남편 : 그렇겠지? 내가 생각해도 그래 ㅋㅋㅋ
자기가 임신이라 힘들텐데 미안하고 고마워.


그러던 며칠 전 추신수와 하원미 부부 얘기를 더 듣게 됐다. 힘들었던 미국 생활 중 하원미가 시력을 아예 잃을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의사의 말에 하원미 씨가 "시력 다 잃으면 우리 아이들 어떻게 하지?"라고 했을 때 추신수 씨가 주저 없이 "그럼 내가 야구 곧바로 그만두고 내 눈을 줄게. 내가 야구를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건 원미 너 때문이야. 나는 너만 있으면 되니 눈 없어도 괜찮아"라고 대답했다는 감동적인 대화 내용이었다.


하원미 씨 한쪽만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모든 걸 다 주는 '깊은' 사랑이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됐다. 그래서 세 아이들이 자라도 두 분은 여전히 연애하는 것처럼 지내는구나 싶었다.


최근 남편은 내가 많이 변한걸 피부로 와닿는다고 한다. 올해 초 이직 및 재택근무로 인한 새로운 근무 환경에 적응하는데 많은 배려를 받은 걸 알고 있고, 심지어 임신 중인데도 본인이 신경 많이 못 써줘서 요즘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고 한다. 내 덕분에 새로운 근무환경에 빨리 잘 적응했고, 본인도 신경 많이 못 써주는데 내가 우리 아이를 뱃속에서 잘 지켜줘서 쑥쑥 잘 크고 있고, 내가 더 예쁘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가 더 잘하겠다고 귀여운 다짐까지 말한다.


이 감사를 들으려고 남편에 대한 내 관점을 변경한 건 아니었지만 내 노력을 알아봐 준 남편에게 고맙고, 무엇보다 나와 남편의 미래가 추신수 - 하원미 부부와 겹쳐 보여서 밝으니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음에 뿌듯한 요즘이다.




내가 진정으로 가슴이 답답할 때 매번 읽는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를 보면 모든 조언의 핵심은 똑같다.


잘못 유무를 떠나 상황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한 나 자신이 가장 근본 문제라는 것.


어떤 일이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면 길이 열리는 건 진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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