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크 Jun 14. 2021

관찰력과 표현력이 뛰어난 남자

영화 시그니처 행동 / 말투 따라 하는 내 남편

오랜만에 TV로 남편과 영화를 관람했다.


우리가 오랜만에 낙점한 영화는 인셉션보다 더 복잡해서 이해하려면 몇 번을 봐야 된다는 테넷 (TENET)!


관람이 끝나고 남편이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더니 몇 발자국  갑자기 천천히 움직였다.


나는 관람 직후 기대 이상의 재미와 내용 이해 위한 머릿속 버퍼링을 고스란히 느끼 멍하니 앉아있어서 처음에는 모르다가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남편이 문득 시야에 걸려 제대로 바라보니 '인버전'하며 화장실로 가고 있는 남편이 있었다.

난 인버전 중이야


인버전을 처음 경험하는 영화 주인공처럼 인공호흡기를 낀 듯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거센 저항을 느끼는 긴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힘겹게 슬로우 모션으로 화장실 가는 남편의 연기에 짧은 순간 어리둥절했던 나는 웃음 크게 터다.


남편의 혼신의 힘을 다한 인버전 연극은 화장실에 들어가며 아쉽게 짧고 굵게 막을 내렸다.


곧바로 남편이 몇 년 전 영화관에서 혹성탈출을 본 직후 주인공인 유인원 시저의 대사를 따라한 게 연상됐다.

Apes! Together! Strong!


낮고 굵은 시저의 목소리똑같 재현해서 영화관 복도에서 내가 학학거리며 웃었던 유쾌한 추억이었다.(내가 워낙 즐거워하자 남편은 한동안 그 명대사를 시도 때도 없이 따라 했었다.)


남편이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즐는 성격이었다면

감정표현이 풍부한 나보다 연기를 잘했으리라!


어느덧 함께 한지 9년,

나만 아는 관찰력과 표현력 넘치는 이 남자를 선택하길 참 잘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담대함과 남편의 유연함을 닮은 아이가 태어나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