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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na L Sep 09. 2018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새로운 의미의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True Interactivity Requires AI


      수업 때 교수님께서 아티클 하나를 소개해주셨다. 'True Interactivity Requires AI, 진정한 상호작용성을 위해 인공지능이 필요하다'(https://becominghuman.ai/true-interactivity) 라는 제목이었는데, AI와 UX 간의 교차점에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컨설팅을 하는 사람이 작성한 글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 회자된 이유로 막연히 '인공지능이 세상을 엄청나게 변화시킬 것이다, UX/HCI, 디자인, 개발 등 관련 분야에서도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라는 생각들이 상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왜? 어떻게? 라며 깊게 들어가게 되면 뭔가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SF 영화를 상상하며 '자비스'(아이언맨의 만능비서) 같은 존재가 나타나려면 당연히 삶의 엄청난 변화가 생기고, 이를 위해 관련 분야의 변화는 필연적이지 않나? 정도로 생각되었던 것 같다. 



      교수님이 소개해주신 아티클에서는 이렇듯 인공지능으로 인해 생길 변화에 대한 막연한 생각들에 대한 근거를, 특히 디자인적 측면에서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에 대한 재정의를 통해 설명한다. 핵심 내용은, 기존에 인간-기계의 관계적 상호작용이 '일방향적'(사람이 시스템에 맞춰야만 하는)이었다면,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양방향적'(사람과 시스템 모두 하나의 행위자로서 협력이 가능한)인 진정한 상호작용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상호작용성'을 정의하기 위해 돈 노먼의 인지과정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는데, 인지심리학과 UX 디자인의 세계적인 권위자 도널도 노먼(Donald A. Norman)은 '디자인과 인간심리'(Design of Everyday Things) 책에 인간(또는 인터랙티브 시스템)이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은 다음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고 서술하였다.


1.  Goal : 목표 형성  (e.g. 중국음식을 먹고싶다)
2.  Intention : 목표를 위한 의도 설정  (e.g. 음식점에 가야겠다)
3.  Plan : 계획 수립  (e.g. 차로 음식점에 가야겠다)
4.  Action : 행동 실행  (e.g. 음식점으로 출발한다)
5.  Senses : 새로운 정보/상태 지각  (e.g. 음식점이 닫혀있다)

6.  Model : 모델 업데이트  (e.g. 주말엔 열지 않는다는 것을 머릿속으로 기록한다)

7.  Outcome : 결과에 대한 평가  (e.g. 결과를 토대로 중국음식을 여전히 먹고싶은지 확인한다)

8.  Goal : 목표 재설정  (e.g. 중국음식 대신 햄버거를 먹기로 한다)



      사람 간의 상호작용인 경우, 두 사람은 서로에게 행위자이자 동시에 인터랙티브 시스템이 되어 상호작용 사이클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소통한다. 서로의 목표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계속해서 서로를 모델링하고 행동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바로 이 과정을 통해 협력, 협상, 그리고 관계맺기가 가능해진다.


      반면, 현재 컴퓨터 시스템은 인간의 목표나 의도를 계속해서 파악하여 이에 따라 모델을 업데이트하고 액션을 재설정하지 못한다. 사용자들은 컴퓨터 시스템의 메뉴얼에 맞춰,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 결국, 사용자의 능력을 극대화한다고 믿어져왔던 컴퓨터 시스템이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행동이 제한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래 그림에서 나타나듯, 현재의 컴퓨터는 사용자와 풍부한 인터랙션 사이클을 거치지 못하고, 제한된 단계(Senses > Plan)의 수동적인 상호작용만 가능하다.




      이제 여기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역할이 강조된다. 만약 컴퓨터가 인간처럼 사용자의 목적과 의도를 인지할 수 있다면? 사용자의 변화를 감지하고 계속해서 모델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면? 새로운 정보를 모델링하고 학습을 통해 기능을 향상시키는 인공지능 기반(AI-powered)의 인터랙티브 시스템은 이를 가능하게 할 잠재력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시스템은 기계 본연의 목적인 인간에게 더 큰 힘을 부여하는 도구(empowering tools)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더 중요하게는 사람과의 진정한 상호작용(true interactivity)이 가능해질 것이다. 


      따라서 이제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성'이 갖는 의미는 "두 행위자가 각자의 목표를 향한 행동에 영향을 주도록 하기 위해 서로에 대한 모델을 만드는 과정"(The process by which two actors build models of one another in order to influence each other’s behavior toward their respective goals)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아티클에서 글쓴이는 예전에는 이러한 상호작용성을 부여했을 때 발생하는 오류로 인한 비용이 높았지만, 이제 사용자를 이해하고 그들의 능력을 증강시킬 수단이 있음에도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며 그로 인한 비용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하였다. 


      이렇듯 이 아티클에서는 상호작용 사이클을 활용하여 명확히 AI로 인해 어떤 과정이 추가될 것이고, 어떤 변화가 발생한 것인지 설명해주고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흔히 'Sensing(지각) - Reasoning(추론) - Actuating(행동)'이 자체적으로 가능하다고 설명되는데, 이와 같은 시스템이 인간과의 상호작용에서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해 이 글을 통해 명확히 정리해볼 수 있었다. 



      실제로 벌써 센싱을 통해 사용자 의도를 추론하여 사용자 인풋 없이도 스스로 작동하는 인공지능 기반(AI-powered)의 인터랙티브 시스템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스스로 사용자의 목적을 모델링하고 액션을 취하는 시스템은 물론 편의성을 높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사용자에게 사생활 침해나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정교한 인터랙티브 시스템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HCI의 연구 영역, UX 디자인 스페이스가 바로 이러한 상호작용성 안에 있지 않을까? 인간의 인지과정이나 감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된 후 이를 기반으로 기술을 도입했을 때만이 사용자들은 진정한 의미의 상호작용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변화의 정도가 크진 않지만, 이미 스마트 스피커, 추천 시스템 등 많은 인공지능 기반의 인터랙티브 시스템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고 있기에, 최적의 사용자경험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 설계에 대한 UX/HCI 전문가들의 고민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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