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육아휴직이 끝나면 회사로 복귀를 해야 했기에 복직하는 년도에 맞춰 어린이집 입소 등록을 미리 했다. 양가 부모님 모두 지방에서 생업에 종사하시고 계셨기에 아이들 양육을 부탁할 형편이 아니었다. 어린이집 입소 등록을 하고 보니, 만 3세 미만 영유아의 경우 어린이집 입소 대기번호가 100번대가 넘어갈 정도로 밀려있는 상태였다. 100번대가 넘어가는 입소 대기번호를 눈으로 확인하니 아이 주민번호가 나오자마자 어린이집 입소대기를 먼저 걸어둬야 한다던 선배맘들의 조언이 생각났다. 다행히 쌍둥이라 영유아 자녀 2명 이상 가정에 속해 가산점이 부여돼 어린이집 입소는 복직하는 해, 3월에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이집 입소를 시작으로 사회에 다시 나가는 워킹맘의 준비는 시작되었다.
양육시간 정하기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만으로 사회생활 준비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와 주양육자인 엄마가 퇴근하기 전까지의 시간을 빈틈없이 채워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내 경우 출근시간이 8시 30분이었다. 회사 분위기상 늦어도 8시 10분까지는 자리에 앉아 있어야 했기에 아이 등원은 늦어도 7시 30분엔 해야 했다. 7시 30분까지 집에서 가깝지 않은 거리를 유모차를 태워 어린이집까지 등원시키려면 늦어도 7시엔 집에서 출발해야 했다.
복직한 시기는 11월이었다. 해가 짧아지는 시점이라 7시가 다돼도 밖은 어둑어둑했다. 한참 자고 있을 어린아이들을 깨워 어린이집 문 열자마자 등원시켜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아이들이 푹 자고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어린이집에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근 전 아침시간에 아이들을 돌봐줄 베이비시터를 찾아봤다. 아침시간에 아이를 돌봐줄 베이비시터는 대단지 아파트에서만 가능한 일인가 싶을 정도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구할 수 없었다.
결국 하원 후 퇴근 전까지 아이를 돌봐줄 베이비시터를 찾아봐야 했다. 아이들이 다녔던 어린이집은 저녁 7시 30분까지 운영은 했으나 저녁 7시 30분까지 어린이집에 남아 있는 아이는 없다고 했다. 어린이집에 문의하니 보통 저녁 6시 30분 전에는 모든 아이들이 하원을 한다고 했다. 제일 먼저 등원하는 아이들을 제일 늦게 까지 어린이집에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베이비시터의 양육시간을 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어린이집 정규 수업 시간이 끝난 후 어떤 활동들이 이루어지는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집마다 활동 계획은 다르니 꼭 확인해 보고 하원 시간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우리 아이들이 다녔던 어린이집은 오후 3시부터 30분 동안 오후 간식을 먹고 그 이후부터는 별도의 활동계획 없이 자유놀이를 했다. 각 교실에서 자유놀이를 한 후 5시부터는 유희실이라는 넓은 공용 공간에 나이 구별 없이 모여 통합보육이라는 명목 하에 EBS 방송을 틀어줬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앉아서 TV를 시청했고, 몇몇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매일 TV를 보여준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다른 활동으로 대체해 주길 여러 루트를 통해 건의했으나 안타깝게도 아이들이 퇴소할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일찍 등원하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늦게 까지 남겨두며 TV를 보게 하고 싶지 않아 베이비시터를 오후 4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하루 4시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오후 4시는 아이들이 오후 간식을 먹은 후 하원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베이비시터 구하기
베이비시터 사용할 시간이 정했다면 본격적으로 베이비시터를 알아봐야 한다. 베이비시터 구하는 방법은 3가지다.
1. 국가기관에서 운영하는 아이 돌봄 서비스 이용하기
2. 사설기관에서 운영하는 베이비시터 서비스 이용하기
3. 지인 소개
내 아이와 잘 맞는 베이비시터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나는 복직 3개월 전부터 베이비시터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믿을 수 있고 가장 저렴한 국가 기관에서 운영하는 아이 돌봄 서비스에 신청서를 접수했다. 복직 날짜가 정해진 이상 복직 전에는 꼭 베이비시터가 구해져야 했다. 신청서를 등록하고 난 후 가만히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 없었다. 복귀 날짜가 정해진 워킹맘의 경우 아이 돌봄 서비스 안내센터에 전화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배정된 베이비 시터가 얼마나 있는지, 대기시간은 얼마나 거릴지 꼭 문의해보는 것이 안전하다.
안타깝게도 그 당시 내가 살고 있던 지역엔 대기 중인 베이비시터가 없어 다른 지역까지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복직하기 전 베이비시터를 배정받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베이비시터 서비스도 알아보았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베이비시터를 알아보던 중 시어머님께서 지인분을 소개해주셨다. 지방에 계신 시어머니께서도 며느리 복직이 걱정되셨는지 팔방으로 아이를 돌봐주실 분을 수소문하고 계셨었다. 결국 시어머니께서 소개해주신 분과 좋은 인연이 되어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아이들을 맡길 수 있었다.
나의 경우 3번째 지인의 소개로 베이비시터를 구한 경우다. 하지만 아이 돌봄 서비스와 사설기관에서 운영하는 베이비시터 서비스를 알아보면서 베이비 이모님 수당을 정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베이비 이모님 수당은 아이 돌봄 서비스 수당보다는 높게, 사설기관보다는 조금 낮게 책정했다. 그대신 내가 일찍 퇴근해 베이비 이모님을 일찍 퇴근시켜도 하루 4시간에 대한 보수는 꼭 지켜주었다. 남편과 내가 야근을 하는 날은 추가 수당을 챙겨주었다. 아이들의 연령이 높아지면 보통 보육수당이 줄어들지만 처음 비용 그대로 유지했다. 아이 돌봄 서비스와 사설기관에서 운영하는 베이비시터 서비스 정보를 통해 적정한 보수를 정할 수 있게 되었고 베이비 이모님도 만족해하셨다.
요구사항 정하기
베이비 이모님과 만나기 전 주 양육자인 엄마가 없는 시간 동안 어떤 부분을 해줬으면 하는지 요구사항을 미리 정리해 보길 추천한다. 주 양육자인 엄마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꼭 지켜줘야 하는 부분에 대해 미리 얘기해주고 꼭 지켜주기를 요청해야 한다. 이 부분이 사전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육아 도중 서로 기분이 상할 수 있고, 요청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더 좋지 않게는 그동안 정들었던 베이비 이모님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베이비 이모님을 만나기 전 나는 내가 하는 활동들을 빠짐없이 정리해 봤다.
등원 → 장보기 or 운동 → 정리 후 점심 먹기 → 육아 공부(육아서, 강의, 검색) → 저녁 준비(반찬 만들기) → 하원 → 목욕시키기 → 저녁 먹이기 → 저녁 먹은 것 치우기
가장 힘이 들었던 부분과 일의 순서를 체크해 본다. 나의 경우 목욕시키기와 저녁 먹이기가 가장 힘들었다. 혼자서 하는 집안 청소나 설거지는 후다닥 하면 되는데, 아이와 함께 해야 하는 씻기기나 밥 먹이기는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상태와 요구에 맞춰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것들이라 다른 집안일보다 힘들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리고 저녁 준비를 하원 전에 한 이유를 생각해봤다. 나는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손에 물을 묻히고 있거나 불을 사용하고 있는 중에는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도 바로 달려갈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없는 하원 전에 미리 반찬을 만들어 놓았다.
베이비 이모님이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베이비 이모님께 부탁할 일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 보자.
아이들 목욕시키기와 저녁 먹이기는 내가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기도 하며, 아이들이 하원 후 꼭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반찬 만들기는 아이들의 요구사항을 받아주며 하기 힘든 일이다. 베이비 이모님이 아이들의 요구를 잘 받아줄 수 있도록 아이들 반찬은 주말을 이용해 내가 일주일치 반찬을 만들어 놓았다. 베이비 이모님은 아이들 하원 후 목욕시키고, 저녁 반찬 준비 없이 미리 만들어 놓은 반찬을 꺼내 아이들에게 저녁을 먹여주면 됐다.
그리고 저녁 설거지까지 이모님께 부탁했다. 그래야 내가 퇴근 후 다른 집안일에 신경 쓰지 않고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요구사항이 많거나 베이비 이모님을 많이 찾을 날에는 설거지를 해놓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설거지는 남편과 내가 퇴근 후에 해도 되지만 아이의 요구사항은 그 시간에 함께 있는 베이비 이모님만 해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녁 설거지를 하는 동안 내가 출근 전 미리 골라놓은 영어 DVD를 아이들에게 틀어 달라고도 했다. 영어 소리 노출이 내가 복직한 후에도 계속 유지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퇴근 후에는 베이비 이모님과 간단한 대화를 통해 어린이집에서 전해 들은 이야기, 하원 후 아이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공유받았다.
[베이비 이모님께 요청한 것]
거실 청소기 돌리기 → 하원 시키기 → 목욕시키기 → 저녁 먹이기 → 영어 DVD 틀어주기 → 설거지하기
회사 복직 후 아이 양육과 회사일을 최대한 조화롭게 병행하기 위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과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획했던 1년의 육아휴직도 다 못 채운 채 조기 복직한 입사 동료가 결국 6개월도 지나지 않아 퇴사한 일이 있었다. 퇴사를 결심한 입사 동료의 얘기를 들어보니 어린이집에 어차피 맡겨야 할 상황이라면 일찍 맡기고 회사에 복직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본인에겐 힘이 들었고, 일찍 복귀하고 싶은 마음에 어린이집 입소 외엔 다른 준비 없이 복귀를 했다고 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남편과 동료는 둘이 번갈아 가며 6개월 된 아기를 안고 아침 일찍 등원과 늦은 저녁 하원을 시키며 어떻게든 유지해보려고 했으나 결국 회사일과 병행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더라도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챙겨서 보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기저귀는 기본에 분유와 이유식도 준비해서 보내야 하기도 한다. 퇴근 후 아이 목욕부터 저녁 챙겨 먹이기, 다음날 챙겨 보낼 이유식과 젖병 준비등등... 고단했을 동료의 퇴근 후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져 퇴사를 말리수 없었다.
이왕 회사에 복귀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일과 양육을 최대한 병행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도움받을 수 있는 일을 구분해보자. 그리고 상황에 맞게 미리 세팅해서 적응 기간을 갖고 회사에 복귀하자. 그래야 일에도 집중할 수 있고, 아이 양육도 가능하다.
그리고 퇴근 후 숨 쉴틈도 없이 빠듯하게 세팅해 놓지 말자. 회사일로 너무 지칠 땐 퇴근 후 바로 집에 가지 않고 차 한잔 하고 들어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만들어 놓자. 나의 경우 너무 지칠 땐 일찍 퇴근해서 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베이비 이모님 퇴근 시간 전까지 조용한 커피숍에 들려 커피 한잔하며 책보며 재충전 시간을 가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