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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맘 Jan 15. 2021

워킹맘, 주말에 꼭 해야 하는 것

우리 아이 먹거리는 내가 책임진다.

워킹맘 시절 주말에는 꼭 하던, 아니 꼭 해야만 했던 3종 세트가 있었다.

아이 반찬 만들어놓기, 도서관 가기, 한강 나들이


이중에서도 아이 반찬 만들어 놓기친척집 방문이나 집안의 특별한 이슈가 발생해도 나에겐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아이가 세 살쯤 우연히 보게 된 집밥의 힘, 식품첨가물 등 먹거리에 관련된 다양한 책을 접한 후 아이들 먹거리가 아이의 건강과 두뇌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읽었던 책중에는 아이들이 주로 먹는 음식에 따라 아이의 신체 발달과 성격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몇 년간의 추적을 통해 밝힌 흥미로운 책도 있었다. 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된 이상 아이들이 주로 먹는 음식과 간식들을 점검하게 되었다. 그 뒤로 가공된 식품 대신 신선한 재료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주기 시작했다.


육아휴직 동안 독박 육아를 하며 수시로 엄마를 찾는 아이들을 옆에 두고 요리를 하기란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세 살 된 아이들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음식을 하는 동안 아이들이 조용하면 쎄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나 아이들은 한쪽 구석에서 티슈를 다 뽑아 놓던가, 화장품 뚜껑을 열어 손가락으로 후벼 파놓던가, 빈 벽을 용케 찾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내가 요리를 하는 동안 엄마의 방해를 받지 않고 조용히 엄마가 하지 않았음 하는 것들을 하고 있었다.


또 한 가지 음식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엄마를 수시로 불러 댄다는 것이다. '이거이거' 손가락질하며 이거 가지고 와라, 이거 치워라, 이거 치우고 저거 가지고 오라며 손가락질 하나로 엄마를 시종 부리듯 부려 먹었다. 손가락질로 시키는 것도 모잘라 음식하고 있는 팔을 끌어당기며 같이 가서 좀 보자며 엄마를 한시도 가만두지 않았다. 이것만 하고 가겠다고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애원해도 소용없다. 3살 된 아이들에게 협의라는 것은 없었다. 당근 껍질을 깎다 말고, 시금치를 씻다 말고 아이들이 부르면 손을 앞치마에 닦으며 아이가 부르는 곳으로 가야 했다. 가스불에 조리를 하고 있을 때면 불을 끄고 가야 했다. 요리하느라 아이의 요구에 응대가 길어지면 아이를 달래줘야 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아이를 달래주다 보면 내 기력은 점점 쇠약해져 하던 요리를 그만두고 싶어 졌다.




회사에 복직하게 되면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이모님이 음식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의 요구사항을 응해주기란 쉽지 않음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또한 이모님이 아이들 반찬 준비로 아이들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나는 회사 복직 후 토요일 오전 시간은 아이들 일주일치 반찬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고정했다. 아이들 봐주시는 이모님은 내가 토요일 오전에 준비해 놓은 반찬에 김치와 김 등만 추가해 아이들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을 준비하는데 드는 시간을 줄여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게 했다.


점심은 어린이집에서 먹고 오니 평일 저녁 다섯 끼니 반찬만 준비하면 됐다. 준비한 반찬류는 시금치무침, 콩나물무침, 호박볶음, 당근 볶음, 멸치볶음 등 무침류 2개, 볶음류 3가지다. 계절과 야채 상태에 따라 1~2가지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들이 잘 먹었던 반찬들에 대한 레시피는 아래와 같다. 초보 주부라도 따라 하면 맛 보장되고 쉽고 빠르게 조리가 가능한 것들이다. 어려서부터 무침류와 나물류를 일찍이 접한 올해로 10살 된 쌍둥이 남매는 지금까지도 잘 먹는 반찬들이다.


시금치무침

시금치 무침은 데친 시금치에 직접 제조한 저염간장(간장 1+맛술 1+다시마 조각 2)과 국간장을 1:1 비율로 간을 하면 딱 맞는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살짝, 깨소금 살짝 뿌려주면 달근하니 간이 딱 떨어지는 시금치 무침이 된다. 우연히 알게 된 저염간장을 이용한 조리법이 내 입맛에 잘 맞았다. 당연히 아이들 입맛에도 잘 맞아 지금까지 같은 조리법으로 해주고 있다.


콩나물무침

콩나물 무침은 삶을 때 새우젓과 고춧가루 약간, 마늘을 넣고 같이 삶아주면 된다. 콩나물을 삶을 땐 처음부터 뚜껑을 열어놓던가 아님 뚜껑을 덮고 콩나물이 다 익을 때까지 뚜껑을 열지 말라고 한다. 뚜껑을 열고 콩나물을 데치니 날아가는 수분이 많아 데쳐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뚜껑을 덮고 니 언제 익었는지 알아채기 어려웠다. 중간에 뚜껑을 열면 비린맛이 난다고 해서 초보 엄마인 나는 언제 뚜껑을 열어야 할지도 많은 고민을 하게 했다. 결국 찾아낸 방법은 냄비에 숟가락을 넣고 뚜껑을 덮는 것이다. 숟가락 틈으로 물이 끓으면서 김이 나오는데 그때 콩나물이 익은 냄새도 같이 맡을 수 있다. 콩나물 익은 냄새가 나면 뚜껑을 활짝 열어 콩나물을 이리저리 젓가락으로 뒤집어 주니 딱 알맞게 익힐 수 있었다.


멸치볶음

볶음 반찬은 궁중팬 하나로 순서대로 조리한다. 제일 먼저 멸치볶음 조리를 한다. 멸치의 수분을 날리기 위해 마른 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름 없이 궁중팬에 멸치를 넣고 볶아준다. 이렇게 멸치를 초벌로 볶아주면 바삭한 멸치볶음이 된다. 기름 없이 볶은 멸치는 채에 두어 한 김 식힌다. 그동안 궁중팬에 묻어 있는 멸치가루들을 털어내고 팬을 한번 물로 헹군다. 키친타월로 물기를 닦아주고, 팬에 유채유와 올리고당, 간장, 맛술을 적당히 넣고 바글바글 끓어오르면 식혀 두었던 멸치를 넣고 후다닥 볶아준다.  


호박볶음

볶음류는 칼질이 익숙하지 않은 내게는 볶는 시간보다 채 써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지금도 채칼을 사용하고 있다. 어린아이들이 먹기 좋게 얇은 채칼로 당근과 호박을 썰어준다. 멸치 볶음을 한 궁중팬을 세제 없이 물로만 헹궈 준 후 채 썰어 놓은 호박을 볶아준다. 당근을 먼저 볶으면 팬에 붉은 물이 들기 때문에 애호박부터 볶아준다. 호박을 볶을 때는 새우젓을 다져 넣어 간을 하면 감칠맛이 난다. 지금은 아이들이 커서 새우젓을 다져 넣지 않고 편하게 그냥 넣는다. 아이들이 크니 음식도 점점 쉽게 할 수 있다. 소금으로 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당근볶음

당근볶음도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 중 하나다. 소금과 함께 당근을 볶으면 달근한 당근 맛이 더 잘 느껴진다. 당근은 생으로 먹는 것보다 볶아 먹는 것이 영양면에서도 더 좋다고 한다. 당근은 볶을 때는 곱게 간 천일염을 사용한다. 한참 건강에 신경 쓸 때는 죽염으로 간을 했는데 죽염 가겨이 후덜덜해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을 곱게 갈아 사용하고 있다. 천일염은 시어머니께서 올려 보내 주시는 질 좋은 천일염을 볶아 믹서기에 곱게 갈아 사용한다. 당근볶음은 넉넉히 해놓고 볶음밥, 계란말이 등 당근이 들어갈 만한 요리에 사용하면 요리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아이를 갖기 전엔 외식을 많이 해서 집에서 요리할 일이 없었다. 고작 주말에 음식 한두 번 하는 것이 전부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이유식을 만들면서 요리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요리하는데 손이 빠르지 않아 국 하나, 반찬 하나 준비하는데도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래서 우리 집 밥상은 의도치 않게 참 간소하다. 능숙하게 요리를 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직접 만든 건강한 음식 덕분에 아이들은 잔병치레 없이 잘 자라고 있다고 자부한다. 오늘도 스스로 잘해왔다고 토닥이며, 주말엔 또 뭐해먹나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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