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장점 중 하나는 돈 쓸 때 좀 더 여유롭다는 것이고, 단점은 절대적으로 육아에 쏟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육아엔 아이 돌보기와 집안일이 포함된다. 나는 워킹맘의 장점(돈을 번다)을 최대한 활용해 단점(시간이 없다)을 보완하고자 내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주는 것에 돈을 썼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내 시간과 내 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내 상태가 좋지 않으면 육아가 너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하루에 길어야 3시간 정도 보는 아이들인데 상태가 좋지 않을 땐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대해줄 수 없었다.
일과 육아를 구멍 없이 유지하기 위해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내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워킹맘의 장점을 활용해 단점을 보완해 줄, 내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줄 아이템들을 찾아봤다.
워킹맘 시절 내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줬던 베스트 3 필수 아이템을 소개한다.
빨래건조기
회사 복직 후 빨래는 주말에 했다. 아이들과 외출이라도 하려면 빨래를 널고 가야 했기에 시간이 지체되기 일쑤였다. 또한 주말여행을 멀리 가거나 친척집 방문 등 집을 비우게 되면 일주일치 빨래를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 뒤로 찾은 방법이 빨래를 평일 퇴근 후 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자기 전 빨래를 세탁기에 돌려놓고 새벽에 일어나 빨래를 널고 출근하니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주말 시간이 좀 여유로워졌다.
어느 날 회사 동료가 빨래건조기를 샀는데 너무 좋다고 얘기했다. 뭐가 좋냐고 물어보니 빨래를 널지 않아서 너무 좋다고 했다. 나는 ‘빨래를 널지 않아도 된다고? 난 새벽에 빨래 너는데?’ 생각하며 우리 집은 너무 좁아 건조기를 놓을 자리가 없다고 답했다. 동료는 빨래건조기는 집안에 놓을 자리가 없어도 머리에 이고 살더라도 꼭 들여야 하는 필수 살림템이라고 극찬을 했다.
그 후 이사를 하면서 이고 살더라도 빨래 건조기는 사야 한다던 예전 동료의 얘기가 떠올랐다. 이사한 집은 건조기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나는 큰 고민 없이 건조기를 집에 들였다. 건조기를 처음 사용하자마자 느꼈던 것은 정말 직장 동료가 말했던 것처럼 너무 편했다. 옷이 줄어들 수 있다는, 옷감이 상할 수 있다는 건조기의 단점들을 커버해주고도 남을 만큼 ‘편하다’는 장점이 내게 더 크게 작용했다.
‘편하다’는 말에는 당연히 나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준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빨래한 옷을 너는 데는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난 최소 30분 정도 걸렸다. 그리고 빨래한 옷을 그냥 너는 것이 아니라 탁탁 털어 널어야 하기에 힘도 들어간다. 그래서 그런지 난 옷을 널고 나면 항상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빨래건조기가 있어 좋은점이 정말 바쁠 때는 건조시킨 옷을 바로 개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빨래 건조대에 옷을 널어놓고 있을 때는 옷에 먼지가 앉지 않을까 바로 옷을 개지 못해도 항상 신경이 쓰였었다.
집안일을 하는데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워킹맘에게 빨래건조기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주는 그리고 옷을 바로 개지 않아도 되는 심리적 안정감(?)까지 주는 1등 살림템이 분명하다.
에어프라이어
나도 신혼 필수 코스인 오븐을 이용해 베이킹을 만들어 봤다. 베이킹 코스는 누구나 그렇듯 한 때였다. 신혼 한때 오븐 사용에 재미 들려 빵도 구워보고, 삼겹살, 생선 등 익힐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시도해봤다.
생선을 오븐에 구우면 생선 기름이 쫙 빠지면서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생선구이를 즐길 수 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굽는 생선 구이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고구마도 오븐에 구우면 찐 고구마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소함과 단맛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오븐의 가장 큰 단점은 세척이 어렵다는 것이다. 생선구이를 한번 해 먹으면 오븐 내부에 사방으로 튄 기름들을 닦아내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세척이 어렵다 보니 점점 오븐 사용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오븐은 청소가 거의 필요 없는 군고구마를 만들어 먹을 때만 사용하게 됐다.
신혼 때 잘 사용했던 값비싼 오븐은 가스레인지와 일체형이라 이사를 다니며 가지고 다닐 수 없었다. 이사를 하면서 전자레인지 기능이 포함된 저렴한 오븐을 구입해 사용해봤지만 예전 오븐만큼의 군고구마와 생선구이 맛을 볼 수 없었다. 결국 음식을 데우는 전자레인지 용도로만 사용하게 되었다.
그 뒤로 오븐의 역할을 충분히 하면서 본체와 분리해 세척이 가능한 에어프라이어를 알게 되었다. 에어프라이어로 군고구마와 생선구이를 조리해보니 예전에 오븐에서 했던 맛을 동일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웬만한 냉동제품은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해 조리할 수 있어 편했다. 여름에 삶아 냉동시켜 놓은 옥수수를 에어프라이어로 구우니 고소한 구운 옥수수맛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예열시간이 없다 보니 오븐을 사용할 때보다 조리시간이 줄어들었고, 세척도 용이해 주말엔 집밥을 해 먹으려 노력했던 내게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준 고마운 살림템이었다.
아직 구매하지 않았다면 이왕이면 용량이 큰 것을 추천한다.
블루투스 이어폰
블루투스 이어폰은 일과 육아로 바쁜 내게 새로운 시간을 창조해 준 고마운 아이템이다.
나는 아이들이 낮잠 잘 때 밀린 집안일을 주로 했다. 집안일을 하면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하면 아이의 낮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집안일을 하는 시간조차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워킹맘이 되면서 듣고 싶은 강의가 있어도 시간이 없어 듣지 못하고 있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해 그동안 듣고 싶었던 육아 강의나 자기 계발 강의를 아이들이 낮잠 잘 때나 집안일을 하며 들었다. 아이들이 2시간 정도 낮잠을 자준다면 금상첨화였다. 2시간이면 웬만한 집안일도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강의도 몰입해서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듣고 싶었던 강의를 몰입해서 듣다 보면 하고 있는 집안일조차 힘든 줄 모르고 즐겁게 할 수 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한쪽 귀에만 꽂는 것이다. 양쪽 귀에 꽂고 강의에 심취해 듣다 보면 엄마를 찾는 아이 목소리를 듣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시 아직도 블루투스 이어폰을 집안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집안일을 할 때 꼭 사용해봤음 한다.
실패템은?
다른 집에선 유용하게 사용되는 것이 우리 집에선 애물단지가 되는 것도 있다.
그것이 바로 로봇 청소기다.
‘출근길에 로봇 청소기를 돌려놓고 가면 집안 구석구석 깨끗해지겠지.’
‘주말에 외출할 때 로봇 청소기를 돌려놓고 나가면 주말청소하는 시간이 좀 줄어들겠지.’
기대하며 로봇 청소기를 구매했다.
하지만 로봇 청소기가 집에 도착해 처음으로 돌려 본 순간 깨닫게 되었다.
‘로봇 청소기는 바닥이 정리된 상태에서만 돌릴 수 있는 거구나.’
로봇 청소기를 돌리려면 바닥에 놓인 물건이 없어야 했다. 집안 곳곳에 책과 장난감을 꺼내놓고 다니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우리 집에선 로봇 청소기를 돌리려면 바닥에 너부러진 물건들을 우선 치워야 했다. 바닥에 놓인 책과 장난감들을 정리하다 보면 차라리 청소기를 미는 것이 시간적으로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에 놓여 있는 물건이 없는 상태라면 언제든 로봇 청소기를 사용해 집안을 깨끗히 유지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수시로 바닥에 책과 장난감을 빼놓는 집이라면 생각보다 로봇 청소기 사용 횟수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성격이 급하다면 로봇 청소기는 집을 비울 때 사용하길 권한다. 집에 있으면서 로봇 청소기를 돌리다보면 생각보다 느린 움직임에 그렇게 답답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차라리 내가 지금 가서 얼른 청소기를 돌리고 말지’하는 생각이 수시로 들게 된다.
워킹맘의 장점(돈은 번다)을 최대한 활용해 단점(시간은 없다)을 극복해 보자.
퇴사하고 보니 큰 고민과 기다림 없이 필요한 것에 바로 돈을 지불할 수 있다는 것은 워킹맘이 가진 장점 중 가장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킹맘의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주는 똘똘한 아이템을 발굴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 보자.
퇴근 후 엄마를 수시로 찾아대는 아이들로 얼굴에 팩 한번 마음 편히 붙이고 있을 시간도 허락되지 않았던 워킹맘이었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주는 아이템의 도움을 받아 절약한 시간과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더 많이 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