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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맘 Mar 08. 2021

내 아이의 경제관념, 신입사원을 통해 배운다

워킹맘의 장점 중 하나

육아휴직을 끝내고 회사로 복직하니 그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하나하나가 감동으로 느껴졌다.

그 당시 내가 감동으로 느껴졌던 것들은 이런 것들이다.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
어른 사람과 대화(일방적인 말이 아닌 서로 주고받는)를 할 수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이 차려준 밥을 앉아서 먹을 수 있다는 것


위 세 가지 외에도 편안한 의자에 앉아 한숨 돌리기, 편안히 화장실 다녀오기 등등 수도 없이 감동적인 순간들이 많다.


그런데 표면적으로 느낄 수 있는 변화들 외에도 복직 후 내가 사람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그전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저 내 앞에 놓인 당면한 과제에 대해서만 생각하기에도 내 용량은 꽉 찬 느낌이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며 아이와 밀접하게 온종일 같이 보내서 그런지 아님 나이를 한두해 더 먹어서 그런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다른 사람들의 표정, 말투, 손짓을 통해 그 사람의 감정까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특히나 매년 신입사원들이 들어 올 시즌이 되면 새롭고 다양한 사람을 맞이한다는 기분에 나의 촉각은 예민하게 발동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내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신입사원들은 몇 달간의 그룹과 계열사 입문교육을 마치고 지원한 부서에 배치되게 된다. 그리고 신입사원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선배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자리가 회사차원에서 마련된다. 그렇게 마련된 자리는 보통 업무와 관련된 얘기보다 개인적인 얘기도 나눌 수 있는 가벼운 식사자리나 티타임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신입사원들에게 회사에 입사하기까지의 다양한 스토리와 대학생활은 어땠는지 더 거슬러 올라가 학창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솔직히 예전에는 이런 선후배 만남의 자리가 일로 치여 바쁜 내 시간을 빼앗는 형식적인 자리로만 여겨졌다. 근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 입장이 되고 보니 이런 자리가 후배들에게 내 아이를 키울 때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고마운 자리가 되었다.


이를테면 아이의 경제관념에 대한 것이다.


여자 신입사원 둘이 있었다. 둘 다 명문대다. 첫 번째 신입사원은 서울 8 학군 소재의 부모님 집에서 대학교를 나왔고 두 번째 신입사원은 지방유지 딸이다. 둘 다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듯 보였다.


서울에서 부모님과 함께 지내며 대학교를 마친 첫 번째 신입사원은 대학교를 다니면서 용돈을 벌기 위해 방학 때면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했다. 8 학군 소재의 지역에 부모님 집이 있는 어렵지 않은 가정에서 많은 부모들이 바라는 좋은 학군에서 초, 중,고를 졸업하고 명문대에 입학한 그녀였다. 그렇게 자란 그녀가 왜 용돈을 벌기 위해 방학 때면 아르바이트를 했는지 궁금해 아르바이트를 한 이유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녀의 답은 부모님이 한 달에 30만 원씩 용돈으로 주셨는데 받은 용돈으로는 꼭 필요한 밥값, 교통비 등을 쓰고 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밥값과 교통비 외에 필요했던 친구들과 만날 때 쓰는 비용과 화장품과 옷 등을 구매하는데 드는 비용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충당했다고 했다.  

그리고 회사에 취업이 된 이후에는 같이 살고 있는 부모님께 숙식비 명목으로 30만 원을 드리고 있다고 했다. 월급은 그녀가 관리하고 있고, 청년 우대적금도 이미 들어놓았다고도 했다. 그녀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머니께서 필요하신 소형가전제품을 그녀에게 거리낌 없이 사달라고 하신다며 억울하다는 말투로 말했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당당함과 뿌듯함이 보였다.


지방유지의 딸인 두 번째 신입사원 또한 대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했다. 과외를 했었는데 그때 과외비로 받았던 금액은 지금 월급보다 많았다고 했다. 근데 그녀의 월급은 지방에 계신 어머니께서 관리해주신다고 했다. 부모님께서 계신 곳이 지방이라 서울에서 따로 살고 있는 그녀는 생활비가 많이 들 텐데 어떻게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지 궁금해 ‘그럼 뭘로 생활하냐’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부모님께서 주신 카드로 생활한다고 했다. 그녀의 월급 중 일부를 따로 받고 있지 않고 그녀가 필요한 만큼 쓰면 부모님께서 카드값을 내주신다고 했다.


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부모님께서 전세로 집을 얻어주셔서 따로 월세도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퇴근길에는 택시를 이용해 수영장으로 향했던 그녀였다. 해맑은 얼굴로 얘기해 주는 그녀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 돈이라는 것은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신입사원의 얘기를 들으며 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경제관념을 심어줘야 할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선 일찍이 용돈을 줘 스스로 돈 관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고, 용돈은 조금 부족한 듯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첫 번째 신입사원의 부모님도 돈이 부족해 뭐라도 더 주고 싶은 소중한 딸에게 부족한 듯 용돈을 주지 않았을 것 같다.   




워킹맘이라 아이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부족해 내 상황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일을 하고 있기에 내가 일하는 공간에서 별 수고스러움 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워졌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육아관도 정립하는데 책이나 강의만큼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워킹맘의 자리가 버거울 때면 역으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며 퇴근하는 발거음이 조금은 가벼워 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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