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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맘 Nov 23. 2020

넌 나에게 소중하게 왔어!

시험관 시술로 갖게 된 소중한 아이

'이번에도 실패다.'

출근 전부터 배가 살살 아프고 허벅지가 뻐근한 것이 왠지 불안했다. 출근하자마자 책상에 가방을 올려둔 채 화장실로 갔다. 임신하기로 마음먹은 지 6개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딱 들어맞는 28주 생리주기를 믿고 마음만 먹으면 바로 임신이 될 줄 알았다.


28살이 되던 해 4월, 2년의 연애 끝에 당시로 이른 결혼을 했다. 우리 부부는 남들보다 일찍 결혼했다는 핑계를 삼아 신혼 기간을 길게 가졌다. 결혼 후 3년을 보낸 어느 날 명절이었다. 임신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내게 어르신들께서는 '아이는 낳게 되면 어떻게든 키우게 되니 너무 고민만 하지 말라'고 하셨다. 나는 아이를 안 가질 생각이 아니라면 더 늦기 전에 낳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아이를 갖기로 마음먹었다.   


생리주기가 정확한 나는 다른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바로 난임 시술 병원을 알아보았다.

회사를 다니면서 주기적으로 병원을 다녀야 했기에 회사에서 택시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 병원을 찾아냈다.  


난임 전문 병원 첫 방문


난임 시술 병원에 처음 가는 날 남편과 연차를 내고 같이 갔다.

난임 검사는 대기시간 포함에 하루 정도가 걸렸다. 다행히 당일날 검사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남편은 이상이 없었고, 내 난자질이 많이 떨어진다고 했다. 내 나이 30대 초반이지만 난자질은 30대 후반의 난자 상태와 비슷하다고 했다. 자연적으로 정자와 수정될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께 난자질을 올릴 수 있냐고 물어보니 시술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솔직히 답해 주셨다.

시술을 권유받은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인공수정 시술 일정을 잡았다. 이미 원인도 파악된 상태라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생리주기만 믿고 백 퍼센트 계획 임신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인공수정 시술

한 달 뒤 인공수정 시술을 받기 위해 또 연차를 내고 병원을 찾았다. 난임 시술 일정은 시술 후 집에서 쉴 수 있도록 오후나 금요일로 잡는 것이 좋다. 시술받기로 마음먹은 후 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연차를 사용하지 않았다. 난임 시술을 받는다는 것은 감기처럼 병원 진료받고, 약 처방받고 바로 회사로 복귀가 가능한 그런 차원의 병원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공시술은 난임 검사에 비하면 너무나 간단한 시술이었다. 활성화된 정자만 자궁에 넣어주면 끝이었다. 아픔도 없고 불편함도 없었다. 일상생활도 바로 가능했다.


인공시술 결과는 안 좋았다.

인공시술을 실패한 부부들은 인공시술을 또 시도하거나 시험관 시술로 변경한다.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의 성공확률이 어떻게 되는지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인공수정의 경우 성공비율이 20%, 시험관의 경우 45% 정도 된다고 했다. 나는 인공수정 시술 재시도 대신 성공확률이 높은 시험관 시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시험관 시술은 한 달에 한번 배란 일정에 맞춰 진행이 된다.

 

첫 번째 시험관 시술


배란 일정을 고려한 두 달 뒤 병원을 다시 찾았다. 나는 과배란 주사를 맞았고, 남편은 정액을 채취했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시험관 시술에 첫발을 내디뎠다.


시험관 시술에 필요한 모든 진료를 마치고 처방전을 가지고 병원 1층에 있는 약국으로 갔다. 약사님께서는 한 뭉치의 약과 주사기를 챙겨주셨다. 약사님께서는 배에 직접 주사를 놓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셨다. 직접 주사를 놓지 못하면 병원에 와서 맞아야 한다고 했다. 과배란 주사는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번 맞아야 한다. 회사 다니며 하루 3번 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에 가능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나는 남편의 손을 잡아끌어 배에 주사 놓는 방법을 같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뒷좌석에 놓인 한 뭉치의 주삿바늘과 주사약을 보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직접 배에 주사 놓기

주사 놓을 시간이다. 나는 의자에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았다. 배가 보이도록 윗옷을 살짝 올렸다. 차마 내 배에 직접 주사를 놓을 수 없었다. 남편을 불러 배꼽에서 오른쪽 3cm인 곳에 주사를 놓으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남편은 주사 놓을 위치를 손가락으로 어림해보더니 안 되겠다 싶은지 결국 15cm 자를 찾아와 배꼽 오른쪽 옆 3cm인 곳에 볼펜으로 꾹 점을 찍었다. 난 빨리 주사를 놓으라고 말하고 눈을 꽉 감았다. 몇 초가 흘렀을까? 아니 몇 분이 흘렀을까?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았다.


“뭐야~ 아직도 안 놓은 거야?”

눈을 떠 보니 남편은 내가 눈 감기 전 자세 그대로였다.


그랬다. 남편도 누군가에게 주사를 놓아보는 건 처음 겪는 일이었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남편 손을 보니 ‘하~~~ 아~~~~.’ 탄식이 절로 나왔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주사기에 담긴 주사약이 내 손의 체온으로 인해 따뜻해질까 봐 겁날 정도였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주사 맞는 것도 너무 싫어하는 내가 놓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숨 크게 들이쉬고 뱃가죽을 움켜쥐고(이것도 약사님께 배운 방법이다.) 주사 바늘을 배 속으로 쿡 찔러 넣었다. 남편이 볼펜으로 콕 찍어 놓은 그 지점에.  


난자 추출

과배란 된 난자를 추출하는 날이 왔다. 남편은 동행하지 않아도 됐다. 그때는 몰랐다. 남편은 이제 더 이상 병원에 올 일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시험관 시술 시 남자는 정자만 추출하면 그 뒤로 병원에 올 일이 없다. 임신 성공까지 남은 과제(시술)는 온전히 여자의 몫이다.


과배란 된 난자는 총 13개가 나왔다. 난자 추출은 마취 후 진행되기 때문에 통증을 느낄 수 없다. 추출된 난자는 정자와 수정시켜 일정기간 세포분열이 진행된 후 자궁 속에 이식하게 된다.


수정란 이식

세포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수정란을 현미경으로 연결된 화면으로 보여주는데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 이렇게 살아서 움직이는 상태로 내 자궁 속에 이식된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착상만 잘해준다면 임신 성공이다. 


수정란 이식은 마취 없이 진행될 정도로 통증이 없었다. 과배란 된 난자 13개 중 8개만 수정에 성공했고 이중 3개를 자궁 안에 이식했다. 시험관 시술 시 보통 한 번에 2개, 3개의 수정란을 이식하는데 이식 개수는 본인이 직접 선택할 수 있다. 3개를 이식했으니 5개의 수정란이 남았다. 남은 수정란은 혹시도 모를 다음 시험관 시술을 위해 냉동시켜 보관된다. 이를 냉동 수정란이라고 한다.  


난임 병원을 다니면 일반인들보다 피검사를 통해 임신 여부를 일찍 알 수 있다. 3일이 지난 후 착상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피검사는 좋지 않게 나왔고, 첫 시험관 시술은 실패였다.



두 번째 시험관 시술


두 번째 시험관 시술은 과배란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됐고, 난자 채취도 하지 않아도 됐기에 첫 시험관 시술보다 훨씬 수월했다. 냉동 수정란을 해동해 자궁 속에 이식만 하면 되었다. 수정란 이식 후 이번에는 유산을 방지해주는 질정액과 착상을 도와준다는 주사를 처방받았다.  


엉덩이에 주사 놓기

이번 주사는 배가 아니라 엉덩이에 놓아야 하는 주사였다. 내 엉덩이에 직접 주사를 놓기에는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좋든 싫든 남편이 용기 내서 주사를 놓아야만 했다.


퇴근한 남편을 붙잡고 낮에 들었던 대로 주사 놓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번 주사는 한 번만 놓으면 된다고 겁에 질린 남편에게 위로(?)까지 해주었다.  


역시나 설명대로 주사약이 엉덩이 속에 퍼지자마자 엉덩이 근육이 경직돼 뻐근해지더니 아파오기 시작했다. 남편한테 얼른 마사지를 해달라고 재촉했다.


몸 보다 더 힘든 기대하는 마음

시험관 시술을 하면서 시술을 받는 것보다 힘든 것이 '임신을 기대하는 마음'이었다. 인공수정이든 시험관이든 시술 종류와도 상관없었다. 시술 횟수와도 상관없었다. 매번 시술을 받을 때마다 '이번엔 될까?' 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튀어 올라왔다. 특히나 퇴근 후, 주말에 집에서 쉴 때면 '임신을 기대하는 마음'은 더 자주 올라왔다. 차라리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가 마음이 편했다. 정신없이 진행되는 프로젝트 일정에 따라가다 보면 시술 결과를 듣는 날이 다가왔고, 실패를 했더라도 금세 다음 시술받는 날이 다가왔다. 


드디어 성공

피검사 수치가 평균 산모 수치보다 2배 이상 높게 나와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쌍둥이라고 했다. 두 개의 아기집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지금껏 보아왔던 초음파 사진과는 다른 두 생명체가 자리 잡은 두 개의 아기집이었다. 한 번에 두 생명을 얻게 되다니... 순간 두려움도 들었지만 내 입꼬리는 저절로 올라가고 있었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임신 시도, 두 번의 실패 후 찾아온 콩알만 한 두 명의 생명체 보니 그동안 고단했던 몸과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난임 시술을 받기로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임신이 안된다면 병원을 방문해 원인부터 찾아보아야 한다. 원인을 알게 되면 해결책을 보다 쉽고 빨리 찾을 수 있다. 일을 하고 있어 난임 치료를 망설인다면 나는 적극 권하고 싶다. 난임 시술은 치료로 인해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있지만 기대하던 마음이 무너졌을 때 일상으로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집중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일상으로 빨리 복귀할 수 있다. 일 하면서 시술을 받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오히려 더 집중하며 짧지 않은 시술 기간을 버틸 수 있었다. 누군가 난임을 긴 터널에 비유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비록 지금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입구에 서 있다 하더라도 용기를 내자.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캄캄한 동굴이 아니라 끝이 있는 터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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