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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맘 Jun 24. 2021

아이가 이유 없이 짜증을 부릴 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문을 ‘쾅’ 닫고 나와버렸다. 

더 이상 한 공간에 있다가는 사고칠 것만 같았다. 방문을 닫고 나와서도 여전히 가슴은 쿵쾅쿵쾅 요동쳤다.      


쌍둥이들이 6개월쯤 되었을 때다. 집에는 쌍둥이들과 나 밖에는 없었다. 쌍둥이들이 동시에 우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기저귀를 확인하고, 젖도 물려보았다. 젖을 물지 않기에 분유도 타서 입에 갖다 대보았다. 기저귀도 깨끗하고,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두 아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한 명을 먼저 안아줬다. 한 명은 아직 바닥에서 자지러지게 울고 있었다. 안고 있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잠잠해져 안고 있던 아이를 내려놓고, 바닥에 누워있던 아이를 안았다. 다시 바닥에 눕게 된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고, 방금 안은 아이도 쉽게 울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송곳으로 유리를 긁는 것처럼 내 귀에 너무 거슬리게 들렸다.      


“뭘 어쩌라는 거야~~!!”     


저절로 입에서 큰소리가 나왔다.      

결국 난 두 아이를 바닥에 놓고 내 화에 못 이겨 방문을 있는 힘껏 쾅 닫고 나와 버렸다. 아이들은 더 자지러지게 울어댔고 방문을 닫았지만 더 크게 들려왔다.   

   

내가 바닥에 놓고 온 아이는 아직 말도 못 하는, 제 몸하나 제대로 못 가누는 아기들이었다.      




최성애. 조벽 교수님이 쓰신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에서 이런 문구를 봤다.      

누군가에게 감정을 이해받은 아이는 금방 감정을 추스르고 안정을 찾는다. 그런 감정이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느낀다는 점에서 안도하며 차츰 더 적절한 언행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감정을 무시당한 아이는 혼란에 빠지고, 제발 내 기분을 알아달라는 마음으로 더 크게 울거나 발을 구르는 등 좀 더 과격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감정을 이해받지 못한 아이가 느끼는 충격은 크고, 감정을 거부당하거나 무시당하는 일이 많을수록 아이의 자존감은 떨어진다.      


마지막 문구인 ‘감정을 거부당하거나 무시당하는 일이 많을수록 아이의 자존감이 떨어진다.’를 읽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 옛날, 아이의 감정을 제대로 무시해버렸던 그날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이를 무시하는 말보다 더 나쁜 것이 ‘담쌓기’라고 한다. 난 그날 아이들에게 완전히 담을 쌓고 나와 버렸던 것이다. 내가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자존감이라는 것을 내 무지로 인해 내 아이에게도 키워줄 수 없었음에 후회가 치밀어 올라왔다. 그 뒤로 나는 나의 무지를 인정하고 나의 무지로 인해 더 이상 아이에게 피해는 주지 말자 다짐했다.       


아이의 감정을 우선 수용해주라는 글을 읽었지만 막상 아이가 짜증을 부릴 때면 머릿속이 하얗게 돼 어떻게 아이의 감정을 받아줘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막상 상황이 닥치니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나를 보며 어린 시절 나 또한 내 감정을 제대로 수용받아 본 경험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아팠다.       


내 감정을 제대로 수용받아 본 적이 없기에 내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는 것이 이렇게 어색하고 잘 안 되는 것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난 책에서 보았던 아이의 감정을 수용해주는 문장들의 예시문들을 프린트해서 내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놓고 아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짜증을 부릴 때마다 아이를 안고 붙여 놓은 문구를 읽어주었다.      


~을 원하는데,

~할 상황이 안돼서, 

~한 느낌이 드는 거니?     


아이가 짜증 내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벽에 붙여 놓은 문구의 빈칸을 상황에 맞게 넣어 읽어주기를 반복하니 어느 날 붙여 놓은 문구를 보지 않고도 말해줄 수 있게 되었다.      

벽에는 온통 아이들에게 해줄 말로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이유식이 식을까 내가 배고파도 아이 먼저 이유식을 먹이고 난 식은 밥을 먹었다. 이유식을 뜬 숟가락으로 아이들의 시선을 유인하기 위해 노래도 불러보고, 장난감도 흔들어보고, 책도 읽어주며, 갖은 아양을 아이들 앞에서 다 떨며 한술이라도 더 먹이기 위해 노력했다. 누구에게도 이유식 한술이라도 더 먹게 하려고 나처럼 아이에게 해달라고 부탁하지도 못할 일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또렷해지고 나를 아프게 하는 장면들이 있다. 화와 짜증과 고성이 범벅이 됐던, 방문이 부서져라 쾅 닫고 나온 그날, 앞으로도 나는 그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기억 속에는 그날이 나의 갖은 노력들로 지워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애들아,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 상태에서 진짜 잘해보고자 노력했다.

이걸로 잊어주면 안 되겠니?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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